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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구자명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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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김재훈     날짜 : 18-08-12 10:46     조회 : 22    
    · : 우리 동네 구자명씨
    · 저자(시인) : 고정희
    · 시집명 :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 출판연도(발표연도) : 1992
    · 출판사명 : 창비





우리 동네 구자명씨

맞벌이 부부 우리 동네 구자명 씨
일곱 달 아기 엄마 구자명 씨는
출근 버스에 오르기가 무섭게
아침 햇살 속에서 졸기 시작한다.
경기도 안산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경적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옆으로 앞으로 꾸벅꾸벅 존다.

​차창 밖으론 사계절이 흐르고
진달래 피고 밤꽃 흐드러져도 꼭
부처님처럼 졸고 있는 구자명 씨,
그래 저 십 분은
간밤 아기에게 젖 물린 시간이고
또 저 십 분은
간밤 시어머니 약시중 든 시간이고
그래그래 저 십 분은
새벽녘 만취해서 돌아온 남편을 위하여 버린 시간일 거야.

고단한 하루의 시작과 끝에서
집 속에 흔들리는 팬지꽃 아픔
식탁에 놓인 안개꽃 멍에
그러나 부엌문이 여닫기는 지붕마다
여자가 받쳐든 한 식구의 안식이
아무도 모르게
죽음의 잠을 향하여
거부의 화살을 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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