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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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시 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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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김재훈 0 339
우리 교회 김 집사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기도 나왔습니다
왈랑왈랑, 어지러운 방언으로
하나님과 밀담을 나누다 가곤 했습니다
제사 안 지낸다고 남편에게 얻어터져도
저년 보기 싫어 내사 밥도 안 먹을란다,
시어머니 몸져 누워도
우리 김 집사님, 새벽마다 가출했습니다.

엄마를 반만 닮았어도 첫째, 둘째 딸
대학에 갔을 텐데 ...... 어린 막내딸만
엄마를 닮아 부지런했습니다
마중 나온 막내, 엄마! 하며 뛰어가다가
넓은 마당에서 회차하는 마을버스,
뒷바퀴 밑에 들어갔습니다
기도하는 자세 그대로 들어갔습니다

첫눈이 왈랑왈랑,
어지럽게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바퀴 밑에서 떨리는 어린 딸, 눈처럼 고왔습니다
어린 막내딸, 김 집사님보다도 먼저
하나님 만나러 첫차를 타고 떠났습니다.
[출처] 마징가 계보학- (창비시선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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