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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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시 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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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최영화 0 294
풍선




      문효치





나는 풍선이어요.

가슴 속에서 꿈꾸던

사랑같은 건 모두 꺼내 팽개치고

다만 속이 텅 빈

풍선이어요.




나는 되도록 가벼워야 해요.

사랑을 품으면 무거운 번뇌가 자라서

뜰 수가 없어요.




사랑으로 얼룩진 가슴을 후벼내고

그 자리에 푸른 허공을

한 바가지 퍼 담아 가지고

그저 높이높이 오르기만 해요.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아요.

투명한 하늘을 향해

그저 위로위로 오르기만 해요.




아무의 눈에도 들지 않는

까마득히 높은 곳

잠시, 하늘의 변두리를 헤매다가

마침내 여기서 몸을 깨뜨려 사라지면

정말, 눈물 한 방울 티끌 하나도

남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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