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그리운 이에게 가지 못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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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그리운 이에게 가지 못하여...

이수안 0 1870
단 상




               김창진 作



오늘 같은 겨울이면

잘 아는 커피숍에서 그대 생각하지 않고

설탕 듬뿍 넣은 커피를 마셨으면...

편안한 마음으로

뜨거운 커피를 식히며

창 밖의 하얀 눈 구경을

저녁내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

길을 가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창을 가리고 지날 때마다

저녁 하늘이 조금씩 조금씩

연한 커피색으로 어두워졌으면 좋겠네.


밤이 늦으면

스탠드를 낮게 켜고

음악 볼륨을 낮추고,

올 한해도 지났다며 울어대는

보신각 서른세번의 종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

껍질이 얇은 귤을 밤새 까먹으며

멀어져 가는 옛 친구들에게

긴 편지를 쓸  수 있었으면 좋겠네.

그대 생각해 본 적 없이...


김창진 시집 [ 그리움이 그리운 이에게 가지 못하여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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