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그리운 이에게 가지 못하여...
이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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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0
2002.12.25 19:42
단 상
김창진 作
오늘 같은 겨울이면
잘 아는 커피숍에서 그대 생각하지 않고
설탕 듬뿍 넣은 커피를 마셨으면...
편안한 마음으로
뜨거운 커피를 식히며
창 밖의 하얀 눈 구경을
저녁내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
길을 가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창을 가리고 지날 때마다
저녁 하늘이 조금씩 조금씩
연한 커피색으로 어두워졌으면 좋겠네.
밤이 늦으면
스탠드를 낮게 켜고
음악 볼륨을 낮추고,
올 한해도 지났다며 울어대는
보신각 서른세번의 종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
껍질이 얇은 귤을 밤새 까먹으며
멀어져 가는 옛 친구들에게
긴 편지를 쓸 수 있었으면 좋겠네.
그대 생각해 본 적 없이...
김창진 시집 [ 그리움이 그리운 이에게 가지 못하여 ] 중에서.
김창진 作
오늘 같은 겨울이면
잘 아는 커피숍에서 그대 생각하지 않고
설탕 듬뿍 넣은 커피를 마셨으면...
편안한 마음으로
뜨거운 커피를 식히며
창 밖의 하얀 눈 구경을
저녁내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
길을 가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창을 가리고 지날 때마다
저녁 하늘이 조금씩 조금씩
연한 커피색으로 어두워졌으면 좋겠네.
밤이 늦으면
스탠드를 낮게 켜고
음악 볼륨을 낮추고,
올 한해도 지났다며 울어대는
보신각 서른세번의 종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
껍질이 얇은 귤을 밤새 까먹으며
멀어져 가는 옛 친구들에게
긴 편지를 쓸 수 있었으면 좋겠네.
그대 생각해 본 적 없이...
김창진 시집 [ 그리움이 그리운 이에게 가지 못하여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