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길.....<울학교 강연호 교수님의 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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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길.....&lt;울학교 강연호 교수님의 시1&gt;

쪄니 0 1480
없는길

 신발 문수를 잊어버린 지 오래다 나는 늘 발이 아파서 업
어줘 업어줘 칭얼거렸지만 이 길을 어찌 다 지우랴 문득 길
이 너무 멀어 둘러보면 나는 언제나 혼자였다 아니 바로 말
하자 나는 혼자가 되어서야 겨우 둘러보았구나 너무 늦은 것
이다 아니 정말 바로 말하자 나는 처음부터 없는 길을 애써
내고 싶었구나 없는 길이 어찌 나를 업어주랴

 번지점프에 목숨을 매단 사람들. 누구나 때로는 생애를 저
렇게 던져버리고 싶어하는구나 그때마다 저 밧줄 끊어졌으
면 제발 끊어졌으면. 부들부들 떨며 대신 빌고 있는 빌어먹
을 나를 본다 여자애들이 놀이터에서 고무줄놀이를 하고 있
다 아직도 저런 놀이를 하나? 무심코 호주머니에 손이 간다
어라. 내 도루코 면도칼이 어디 갔지?

 어렸을 때 언젠가 동시상영의 전단지를 뿌리며 달려가던
자동차를 쫓아갔다가 길 잃은 적이 있다 영화 같은 삶에 길
들여지면 집에 돌아오기 힘들다는 것. 너무 일찍 알았구나
집은 내 발목에 걸린 밧줄이었다 발목에 잠겨 엉킨 길. 이 실
타래를 끊기 못하면 영영 지나갈 수 없다 하지만 집이 없다
면 처음부터 길도 없다는 것을. 집이 길을 만들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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