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의 춤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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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7 06:44
새벽녘 들에 나가 풀밭을 지날 때 신발에 묻어나는 이슬이 들풀의 눈물이다. 깜깜한 밤바람에 흔들려가면서 칼바람 몰아치는 세상을 헤쳐갈 때 반드시 만나게 되는 찬바람 때문에 흘리는 들풀의 눈물이다.
세상이 언제나 포근한 태양이 뜨는 낮과 같으면 좋으련만 태양은 정해진 시간만큼만 세상을 비추다 산을 넘고 바람막이 하나 없는 들판엔 또다시 바람이 분다. 낮에 부는 바람은 햇살의 온기를 품고 있다면 밤에 부는 바람은 냉기를 품고 있다.
어둠 속에서 차가운 한기를 품고 부는 바람은 속살을 에일 정도로 매섭게 불어 들풀을 지치게 하지만 들풀은 꿋꿋이 견디며 춤을 춘다. 들풀은 광대가 아니기에 낮에는 춤을 추지 않지만 차가운 바람 부는 밤 달빛 아래서 춤을 춘다.
들풀은 춤추는 재주도 없고 낮에는 바람에 흔들려도 춤을 추지 않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 밤, 차가운 바람이 불 때 달빛 아래서 별과 함께 황금빛 아름다운 춤을 추며 차가운 밤을 견디어 내고 그렇게 긴 밤을 견뎌낸 들풀의 잎에는 눈물이 맺힌다.
함께 밤을 지새운 별들은 우주의 소망을 모아 찬란한 해를 띄워 들풀을 포근하게 감싸 들풀의 눈물을 말리며 함께 낮을 보내고, 들풀은 서산을 넘어가는 붉은 그의 등 뒤로 풀잎 우아하게 나부끼며 황금빛 춤을 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