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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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4 05:48
삶이란 말은 너무 어려운 주제다. 그런 주제에 내가 손을 대려니 부끄럽지만 어쩌겠는가? 그럴싸하게 시는 지어놓았지, 거기에 대한 최소한의 운이라도 떼야 할 것 같아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글을 써 본다.
나는 사실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 형체만 다를 뿐, 세상 모든 생명체의 삶이 다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이 워낙 복잡한 고등생명체라서 조금 난해할 뿐, 꽃이나 나무의 삶이랑 무에 그리 다르겠는가.
나무가 씨앗을 깨고 나와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며 성장하여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더니, 열매를 잘 익힌 후 떨구면서 잎까지 다 떨구고 겨울잠에 드는 것, 그 자체가 하나의 삶과 같다 할 것이니, 꽃과 나무를 보면 삶이 보인다.
씨가 뿌리내리고 성장할 때 무수히 많은 비바람이 불지만, 나무는 비에 젖으면서도 꽃을 피우고,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뿌리를 더 굳건히 하여 열매를 맺고, 불구덩이 같은 폭염과 무시무시한 태풍을 이겨내며 열매를 익힌다.
세상 모든 나무들은 그렇게 무수히 많은 비와 바람, 폭염과 태풍에 부대끼면서도 이를 극복하고, 함께 어우러지면서 성장하니, 인간의 삶도 결국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수많은 시련들을 극복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과정이라 할 것이다. 젊은 날 우리도 그렇게 잘 어우러지면, 가을날, 석양 아래서 낙엽이 아름답게 물드는 이유를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