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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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눈꽃] 

산행이란 것이 다 그렇겠지만 겨울 산행은 특히 예상 못 한 아름다움을 보게 될 때가 있다. 산 정상에 올라가면 운무가 쫙 깔린 멋진 전망을 많이 상상하는데 아주 옛날 겨울 산행을 갔을 때 정말 예상치 못한 아름다운 광경을 보았다. 

당시 겨울이라도 우리 부산은 눈도 오지 않았고 경남 근교에도 눈이 오지 않았는데 산을 오르니 눈이 드문드문하더니 산 정상에는 눈부신 설경이 펼쳐져 있는 것이었다. 나무 하나하나가 새하얀 눈꽃을 피워 온천지가 새하얀 꽃밭이 된 것이다. 

가을날 아름다운 잎들을 다 떨군 후 겨울 되어 앙상하게 말라가던 헐벗은 숲의 나무들을 솜털 같은 눈으로 포근히 감싸 안아 세상을 아름답고 포근하게 덮어버렸다. 그것은 마치 젊은 날 가난한 나를 아무 계산 없이 순수하게 사랑해 준 그녀 같았다. 

그녀의 순수한 사랑은 황량한 세상을 하얗게 아름답게 덮어버렸고 어두운 세상의 차가운 밤을 굳건히 이겨낸 아름다운 사랑은 새벽녘 새하얀 꽃으로 피어났지만, 해가 떠올라 정오쯤 되자 눈꽃은 녹아 길에 떨어져 뒤늦게 내 발길을 질척거리게 만들고 있었다. 

-나동수 수필집 "시와 당신의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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