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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나무를 서다/詩. 한종남



사람들은 물이 내려간 길을 따라 올라갔다
그 물길이 시작 되는 곳에 절 하나가 나오고
합장한 사람들의 머리는 바닥을 행해 떨어진다
머리를 수십, 수백 번 바닥에 박고서야
가득 차있는 오물들을  토해낼 수 있었다
물은 찌꺼기를 수거해 거품을 물고 흘러가고
부처는 사람들의 욕망을 뱃속 가득 채우고
포만한 미소를 입가에 피워낸다
새벽녘 늙은 스님의 목탁 소리가 울면
물구나무선 무쇠는 속을 비우고
속을 비워낸 뒤에야 매를 맞는 범종은
푸르디 푸른 별들을 새벽 산에 뿌려놓는다
속을 비워낸 사람들은 새털처럼 가벼워져
물보다 빨리 산 아래로 내려갔다
온산을 들쑤시고 돌아다니던 범종 소리가
사람들이 내려간 발자국을 따라 세상에 내려왔다가
도심의 어두운 골목길에서 숨을 헐떡이며 죽어갔다
흰 천이 덮여있는 별이 길게 누워있는 골목 끝에서
두 발로 하늘을 딛고 서있다



애인 구함/詩. 한종남



애인 구함!

화끈하게 즐길녀 환영
연락 바람
***-***-****
남자 전화 사절

공중화장실 문에
흥건히 고여있는 정액

애인 구함!

썰물처럼 할퀴고 가버린
새끼줄 같은 사랑 위에
흰 국화꽃 한 송이 꽂아놓고
눈물 한 방울 흘려줄 사람 환영

동백꽃 꽃 물을 짜서
쭉 찢어진 심장 위에
곱게 써놓았다
가슴 위에 출렁이는 그리움

너는 가고
나도 간다



바가지/詩. 한종남



나를 째려본다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너 이놈 너는 누구냐"
내가 누구인지 나도 모르겠다

살아있을 때 잔잔한 파도였을
조각 얼음을 덮고 있는 몸뚱어리가
눈을 부라리며 내가 누구인지 묻고 있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서 구르다 왔는지
무엇을 하는 놈인지
언제 죽어 저 동태의 지느러미를 베고 누워 있을지
죽어 어느 집 찌개 냄비 속에서
푹푹 화만 끓이다 어느 뱃속으로 들어갈 것인지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내가
좌판에 누워있는 동태 눈깔과
눈싸움을 하고 있다

동태는 죽어서도 눈을 뜨고 묻고 있고
나는 살아서도 눈을 감고 할 말이 없다

나는 구구지?



겨울밤에/詩.한종남


나는 없고
그리움만 남아 있다
가슴은 없고
어름 같은 사랑 하나 남아있다
허공에 길을 낸다
그 길 위로 내 눈이 걸어간다
속을 다 긇어낸 별 하나가
겨울바람에 진다
내 눈도 따라 진다
뚝!
발이 시리다



태양은 지금 그녀의 머리 위를 비행중이다/詩. 한종남



해파리처럼 붙어있는
그녀의 조각난 기억들이
해묵은 음반 위에서
타고 넘는 옛 노래처럼
반복되어 풀려나오면               
皮麥(피맥) 같은 그녀의 눈가에
주홍 빛 노을이 핀다

철로가에 피어있던
키 작은 제비꽃은
술병 속으로 사라지고
수제비 뜨던 부뚜막에
부지깽이에 그을린
그녀가 앉아있다

하늘 맑아 푸른 날이면
햇살 타고 날아오르는
아이들의 새살 거림이
귓가에 촉수를 내리면
볕 잘 드는 가지 위에
얼기설기 둥지를 튼다

태양은 지금
그녀의 머리 위를 비행중이다


구두 시계/詩. 한종남


내가 어렸을 때, 아주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외출을 하셨어요.
점방에서 아버지는 밤늦도록 낡은 재봉틀 앞에 앉아 세월을 박고 계셨다는 것을 시간이
흐르고 난 뒤 어머니의 오래된 구두 굽을 보면서 알게 되었지요. 아무도 돌아오지 않던
그날 밤, 황망한 해를 뒷산의 소쩍새가 쪼아먹었어요. 노을까지 먹어치운 소쩍새는 배가
아팠는지 밤새 울며 된서리만 토하고 두려움은 먹장처럼 밀려와 앉은뱅이 호롱에
불을 붙였는데 검은 그을음만 모락모락 피어 올랐지요. 벽에 걸린 시계 소리는
머리칼을 갈아 바늘을 만들고 서러움만 바늘귀를 더듬고 있었어요. 뾰족 구둣굽 소리를
밟으며 외출에서 돌아오신 어머니의 머리 위에는 하얀 서리꽃을 한아름이고 오셨지요.
어머니의 구두 시계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쏟아지는 빗속에서 흠뻑 젖고 말았어요.
구둣굽을 먹고 난후 내 발밑에서 나는 시계 소리가 어머니 머리 위의 서리꽃을
만발하게 피우고 말았지요. 황망한 해를 쪼아먹던 소쩍새가 서리꽃에 찔려 죽은
자리에 흰 바람을 일으키며 눈이 쌓입니다. 당신의 머리칼을 밟고 허공에 길을 내며
바람을 쓸고 가는데 당신의 머리에서는 하얀 젖내가 나네요.

낡은 재봉틀 앞에서 발질을 하며 세월을 박음질 하던 아버지가 그리워지는 밤입니다.



망망 벌판에 세우다/詩.한종남



지표도 없고
이정표도 없는
저 망망한 벌판에
송곳 바람을 쭈욱 찢어 깃발을 세우고
주름진 젖은 햇살을 다림질하며
비단길 펼쳐 보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느새 흔들리는 공 위에 너를 세워
백길 빙벽 아래로 밀어 넣는다

까만밤을 헤집고 나온 별 같은 눈동자에서
섬광처럼 흘러내린 어린 눈물이
다시 빙벽을 이루었을 때
살점 하나 뚝, 망망 벌판에 떼어놓고 되돌아 오는 길
빙벽을 기어오르던 바람이 정류장을 미끄러지며
버스를 기다리는 젖은 발목을 붇잡고 윙윙거린다

너는 빙벽을 기어오르고
나는 빙벽을 미끄러져 집으로 가는 길에

"얘야, 이른봄 홀로 서는 나무가 되어라"
망망 벌판에 너만 홀로 세워두고 중얼대다



술래잡기/詩.한종남




네가 나를 찾았을 때
나는 강물 소리가 되어
정처없는 강줄기를 따라 흐르고 있었다

내가 너를 찾았을 때
너는 환한 별빛이 되어
내 목에 걸려 빛나고 있었다

너는 나를 찾아 헤매었고
나는 풀섶에 숨어 이슬로 스러질 때
그때야 너에게로 스며들었다

술래야!
이제는 네가 숨을 수 있는
요람같은 너만의 무덤이 되어주마

미안하다 술래야!



염병/詩.한종남




한겨울 염병을 앓고
사랑을 방사한 흔적을 따라가다 
너의 발자국 속에 내가 빠져버렸다
염병은 무르고 물러 짓이겨지고
가슴에 곰보자국만 분화구가 된다

너를 위해 남겨둔 눈물은
하늘 가득 출렁이는데
별은 소금에 절어 하얗게 죽어만 가고
길 위에 산란을 하는 그리움은
밤새 염병을 앓는다

가슴에 남겨진 분화구에서는
송곳같은 불을 뿜고



심정/詩.한종남



굴뚝새 한 마리가
굴뚝으로 날아들더니
하얀 절규가 처마밑 굴뚝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어이하여 굴뚝새는
굴뚝 속에서 살아야 하는지

무심한 청솔가지는
아궁이에서 밤새 가마솥을 달구는데



어느 날의 상념/詩. 한종남

 
별 그림자가 도로를 질주하며
가슴을 한바탕 흔들고 지나간 후
어느 빌딩 사이를 탁류되어 흐르다
멈추어버린 청청한 그리움의 별 꿈

검은 바람과
부유한 수많은 상념이 허리를 구부리고
내 유년의 별 같은 
봉인된 그리움을 통째로 뽑아내고 있다

열망을 잃은 초췌한 별들은
은빛 소망을 베어내고
탈색된 유년의 그리움이 강간당한다

염소가 햇살을 뜯다간 자리마다
다시 욕망으로 솟아오르는데
술 취한 앵두꽃 가지에서
앵두 같은 소리로 지저귀던
저 하늘의 별이 되겠다던
유년의 꿈들이 산산이 부서진다

앵두 같은 기억들이 뚝뚝 떨어진다
동짓달 칼바람 속으로
흐릿한 기억들이 싹둑싹둑 잘려나간다



운명/詩.한종남



그래
불어라
부는 데로 떠밀려 가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生과 死의 운명을 어찌 거역 하겠는가
내 운명을 너에게 담보한적 없으나     
너는 나를 흔들어 대는 구나               
거세게 몰아치면
몰아치는 대로
난 회오리가 되어
저 하늘에 눈깔을 박고
저 낮은 땅을 향해 오줌발을 갈기겠노라   
고요한 듯하나 비린내 일렁이는 저 땅으로
내 얼음 심장을 던지겠노라   
자~먹어라 더러운 하이에나

몰아치는 바람아
난 검불이노니
나의 주인은 너 바람이로다
흐르다 어느 골짜기 깊숙한 곳에
나를 처박아 놓는다 하여도
그것이 내 운명이라면
난 그곳에 뿌리를 박고
한 송이 들꽃으로 피어난다면 다행이겠으나
들꽃이 아닌 바람으로 태어난다 해도
너와 한몸이 되지 않을 것임을 맹세하노라

운명아
가시덤불 같은 나의 운명아




가고 오지 못하는 날들을 위해/詩. 한종남



가고 오지 못하는 날들을 위해
건            배!

가는 오늘을 위해



!

내일은
눈을 감아 버리자!

아~~~
핏빛!



내가 살아야 할 이유에 대하여/詩. 한종남


붉은 신음이
탈색된 벽지, 꽃 틈 속에서 흘러내린다
실신한 신음이 별들을 잠재우며
아침을 열고 하루가 걸어간다
지친 하루를 타일러 잠시 쉬어 가고 싶은데
저 미친 하루는 내 마음을 눈치나 채겠는가

나무는 혹한을 견디기 위해
가을 햇살에 한껏 물들인 옷을 벗었다
나는 긴 터널을 건너기 위해
깊고 붉은 신음을 토하고
주저리주저리 열린 욕망을
한 커플씩 벗겨낸다
내 것이 될 수 없는 욕망들을...

수채화 물감처럼 번져 가는
시퍼렇게 날 세운
등 푸른 어둠이 폴폴 풀어지고
물 젖은 두루마리 화장지가 되어버린
내 삶의 흑점에서 검은 딱지가 뜯겨진다

지금 내가 두려운 것은
썩어 문드러져 냄새 나는 위장이 아니라
딱지가 되어 버린 물 젖은
두루마리 화장지가 아니라
너희의 햇살 같은 웃음을 
남겨두고 떠나는 것이다

내가 살아야 할 이유는
햇살 같은 너희 웃음을 피워 내기 위함이다
꽃 같은 너희 웃음을



어떤 푸념/詩. 한종남


저 푸른 하늘을 걸치고 살아갈
나를 책임질 날들이 얼마나 남았을까

염치없이 무임승차한 덧없는 세월을
훈장처럼 가슴에 매달고 살아온
이 죄만은 날들을 내 어찌 감당할 거나

옷을 벗은 은사시 나무는 하얗게 떨며
저 황량한 벌판에 긴 그림자로 누웠으나
하 세월 언덕배기를 올라온
굴 껍데기 같은 굽은 등 하나 뉠 곳이 없고
부질없는 내 삶의 족적 하나 찍을 곳이 없네

얼음장처럼 떠있는 하늘 밑으로
회색 인간이 안개를 풀어놓는다
아무것도 내세울 거 하나 없는 어떤 인간이...



아직 내 그리움은 끝나지 않았다/詩.한종남


새벽을 채 열지 못하고
빛이 들면 사라지는
이슬로 살아가는 이유는
겨드랑이를 핥고 지나가는
청 청한 그리움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살아온 날들의
그 시퍼런 그리움이
내 발목을 비틀어 놓았기 때문이라고

황톳길을 걸어온 희미한 발자국의
지우려 하나 지워지지않는
끈 떨어진 그리움을 두고
언제 올지 모를 윤회를 향해
길을 간다는 것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생의 그리움이
검불 속 회색 그림자로 서서
잠들지 못함이라고

언젠가 그 그리움이 재가 된다 해도
그리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눈물로 꽃을 피우며
내 작은 촛불을 피우겠노라고

그리하여 내 생의 마침표를 여기에 찍을수 없음이라고



당신/詩.한종남


뒤돌아 가는 길에
천근 근심을 지고
눈물 꽃 피워내며
먼먼 그리움
하늘에 걸어두는
가슴아린 사랑을 하는 일

낙엽 진 거리에
쓸쓸함을 뿌리며
맥없이 주저앉은
뒷모습을 보이기 싫어
주검처럼 엄습하는 어둠 속에
당신 이름 석자 입 속에 그리며
달팽이 집 속으로 숨어버리는 일

당신을 사랑했기에
밤마다 가슴에 할미꽃 피워내는 일



가을은/詩.한종남


쉼표도 없이 달려와
고갯마루에 감빛 노을 풀어놓고
색색이 낙엽을 모아
수취인 없는 유서를 적어
하늘을 닦는 구름 속으로
띄워 보내는 계절

진자리 낙엽을 밟으며
깊은 사색에 풍덩 빠져 죽는 계절



수챗구멍/詩.한종남


바람이 불었다.
이 육신의 아픔의 신음소리가 바람이 되었을 것이다.
비와 바람 사이에서 나뭇잎들은 이탈하지 않으려고 전쟁중이다.     
나뭇잎 사각대는 소리와 떨어진 낙엽 구르는 소리가 포성처럼 들린다.
공포의 밤!
바람을 먹고 빗소리를 먹고 낙엽을 먹고 가을을 먹고 먹어 부풀어버린 배는
밤새도록 오장육부가 서로 엉켜 주리를 트는지 아무도 찾아와 주지않는 밤에
정수리까지 차오르는 고통만이 연옥이다.     
지금까지의 내 삶의 아픔들이 허물을 벗는다.   
하얗게 벗겨지는 허물 사이로 폴폴 방사하는 도려내는 아픔

수의 같은 노란 입술을 깨물었다.
삶의 잔상들이 복사꽃 터지듯 꾸역꾸역 입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 
우욱, 우욱 목젖을 타고 올라오는 비릿한 액체
입을 다물 틈도 없이 쏟아버린 핏덩이가 수챗구멍 속으로 흘러들어간다.
아~!내 삶의 찌꺼기들
수챗구멍이 가을 바람에 벌겋게 물들어 버렸다.
무거운 바랑을 이제 내려놓으려나
목으로 흐르는 쓰디쓴 눈물 몇 방울
지금도 나는 전쟁중이다.



카메라 앞에서/詩.한종남



아침 길에서 길을 찾는다
작은 구멍 속으로 파고드는 아침의 어둠 속에서
밤새 신열을 앓던 가슴으로 빛을 더듬는다
잡힐 듯 사라지고 사라지다 다시 들어오는
빛깔 없는 빛을 양손에 나누어 들고
막 찾아든 아침에게 길을 묻는다

고목을 파먹는 좀 처럼 세월을 뜯어 먹다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길을 뒤돌아 보다가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다가
어둠을 파먹는 아침을 기다리다가
작은 구멍 속에 숨은 빛을 찾아 떠나 가는데
길은 거꾸로 물구나무를 서고
내가 걸어 나오던 구멍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데
봇물 터지 듯 터져 버린 섬광은
장닭의 모가지를 비틀어 버렸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던데
아직도 나는 물구나무 서기를 하고 있다




여의도의 절규/詩.한종남



어둠에 응고된 안개가 햇살에 녹아 뚝뚝 떨어질 때 
어깨에 하루를 갈고리처럼 걸머진 사람들은                         
자동차를 타고 따개비 잡으러 섬으로 갔다.
빌딩들이 하늘을 뚫고 섬처럼 떠있는 섬
그 속에는 불가사리처럼 사람들이 붙어있고       
김부장은 속 빈 골뱅이가 되어 부유한다.
수평선 없는 섬, 그 위에 잔디가 푸르르다.
갈매기는 섬 위에 스모그가 되고     
푸른 잔디 위를 날뛰는 말(言)들과   
철모르고 모여드는 철새들
말(言)들이 휩쓸고 간 자리에 바람든 하루가 너울처럼 출렁이면
수족관 속에서는 넙치가 돌아간 눈을 깜박인다.
말들의 장난에 희망을 짓밟힌 김부장은
노을이 내려앉는 밤에 병나발을 분다.
섬에는 따개비는 없었다.
섬을 짊어지고 섬을 빠져나가던 김부장이
다리 난간 위에서 섬을 안고 뛰어내리며 하는 말

그 섬에는 따개비가 없다



거리에서/詩.한종남



음악이 흐르고 난 뒤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넘어갑니다
연결된 후에는...................................................

별 하나 바라보았다
별은 그 자리인데...



어떤존재/詩.한종남


뜨겁게사랑을받은전복이가슴에서죽이되었다전복죽이내리는비를맞고또죽이되었다
죽이되고죽이된전복죽을가슴으로먹었다어둠속에서사랑이죽이되어흘렀다당신에게나는?



항아리.2/詩.한종남



채웠더냐
무얼 채웠더냐
하늘을 채웠더냐
닫으면 토해낼 것을
물을 채웠더냐
아낙의 머리 위에서 찰랑대며
조잘거리는 것은 순간
때가 되면 사정없이 곤두박질 쳐질 것을
입 굳게 다문 밑빠진 항아리야
욕심은 부질없는 것
채우려 하지 말고
빈 가슴으로 살아라
빈 가슴이 우주를 담는 것이니



詩/詩.한종남


쓴다고 다 詩가 되더냐
칙칙한 방구석 눈을 감고 누워도
천정에서 詩가 거미줄 치더라
별과 달과 바람과 꽃을 써야만 詩가 되더냐
뒷간의 누런 똥을 써도 詩가 되더라
그리움과 썩어 문드러진 사랑아
발발거리는 오줌발에 빠져 죽어라
쓴다고 모두가 詩가 되더냐
손가락 멍들도록 밤새 두들겨도 詩가 안되니   
어젯밤 수렁 속에 빠져버린 몹쓸 놈의 詩야
영원히 그 속에 잠들어버려라




항아리/詩.한종남



어머니의 은밀한 영토
금남禁男의 영토에는
바람도 숨을 죽이고
햇살도 까치발 들고 지나갔지
해 질 녘 부서진 햇살이 금 분처럼 쏱아지던 날     
인고의 세월을 간직한 어머니는
맨드라미, 채송화의 꽃잎 위에 앉아있었지

미루나무 잎 사이 하늘을 바라보며
정안수 한사발에 복을 빌고
눈시울 적시며 토해낸 비밀
소금 절인 한숨 마를 날 없었던
작은 가슴은 검게 물들어있었지

노란 개나리 지천인 봄날
가슴을 열어 하늘을 담으면
흐르던 구름이 비밀을 엿듣다가
눈물 한사발 쏟아놓고 가버리면
투박한 몸뚱이 두드리는 빗소리 모아
오롯하게 곰 삭이던 행복

어머니의 성소는 사라지고
항아리 안에서 곰삭던 고추장 된장은
냉장고 안에서 동상에 걸려 떨고 있다



감꽃/詩.한종남


황금빛 왕관을 벗어 던지고
독 새기 풀밭에 별이나 되자       
뻥 뚫린 가슴에 누이를 꿰고
남는 것은 까치의 밥이나 되라



눈(目)/詩. 한종남


하늘이 들어왔다
바다가 출렁이며 밀려온다
내가 나를 업고 들어선 바다
그곳에는 내가 없다
나는 나를 버리고
나의 바다는 타인의 사랑방이 되었다
비밀 번호가 소용없는 방
주인의 허락도 필요 없는 방
세상의 만물 다 들어와 
하늘의 별들만큼이나 많은 사연을 털어놓고
한마디 말도 없이 돌아서 간다
때론 난장판이 되기도 하고
때론 고요한 솔향 풍기는 숲이 되기도 하지
스스로는 채울 수 없는 방

차라리 닫아버리자
아~!내가 들어왔다
닫아야지 들어올 수 있는 나의 방




외로움/詩.한종남



왼쪽 벽을 바라보는 사람과
오른쪽 벽을 바라보는 사람을 향해
눈 감아버린 형광등은 먼지만 털어내고
막 시작된 밤은 아침을 기다리는데
이불 속에서는 정 터는 소리가 요란하다

긴 밤을 지키고 있는 나는 허수아비!



어이하리/詩.한종남



노을지는 길 따라
밤이 술처럼 젖어든다
술이 밤을 마시고
밤이 또 술을 마신다
하얀 철쭉이 비틀대며
파란 치마폭에 쓰러지면
쓰러진 자리마다 별처럼 피어난 패랭이꽃은
빨갛게 사랑을 토하고
취한 밤은 가로등에 기대어 울고 있었다

어이하리
내 가슴이 피빛으로 물들었음인데




새벽 산을 깨우며/詩.한종남



아래로 흐르는 물을 데리고
나는 산으로 올라가고
물은 나를 데리고 산 아래로 내려간다
쏘가 되어버린 귓속으로
여린 잎사귀들이 별처럼 뛰어내린다
 
천년, 아니 억만년을 흘러내렸을 저 물줄기는
산너머의 불타는 봄을 아직 보지 못하였다
어둠의 숲에서 수많은 날들을 침묵하며
새벽을 열지못하고 몸부림쳤던 역사의 나부랭이 앞에       
팔부능선을 넘어오는 봄은 이내 정상에 나부끼는 깃발이 되리라     

물은 아래로 흐르고                             
나는 산으로 간다                                   
발아래 펼쳐진 녹색의 바다 위에
검붉은 태양이 새벽 산을 깨우며 꿈틀댄다       
목에 걸린 가시처럼 막아섰던 길이 열리고 
빛을 뿜으며 깨어나는 어둠의 골짜기에
불사른 노동자의 영혼과
거품을 물고 녹아내린 농민의 영혼과
핍박과 억압에 사라져간 민중의
소리가 요란하다

침묵!
그것은 새벽 산을 깨우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부활/詩.한종남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는 사람과
사람을 등뒤에 짊어지고 신음을 하며         
끝 간 데 없는 다짐 질로 단단해지는 땅
숨통마저 막아버린 아스팔트 거리와
어깨동무 다정하게 사이사이 나열된
시멘트 블럭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고
초록을 묻혀온 바람이 한바탕 불고 지나가면
먼동이 트기도 전 미화원 아저씨의 비질은
하늘에 걸린 구름을 쓸어내린다
수많은 사람의 발길질에
블럭 틈 사이에 숨어있다가
눈물처럼 젖어드는  빗방울에
살며시 고개 내밀었던 파란 생명은
용케도 살아 꽃피웠구나
아~!
키 작은 머리 위에 노랗게 피워낸 부활이여!



밥풀/詩.한종남 


어머니는 새벽 들일을 나가시고
어린 누이는 부뚜막에 쪼그리고 앉아
솔가지 아궁이에 쑤셔넣고
입안 가득한 조급한 바람을
훅훅 거칠게 불어 넣으면           
가마솥 밑바닥에 엎드린 보리 알갱이는
뜨거운 한숨만 토악질을 한다

조바심 난 발길은 제자리 걸음인데     
누이는 주린 배보다 더 힘든 가방을 들고
굽이굽이 높아진 산길을 넘어 학교로 가는 길
하얗게 피어나는 이팝나무 꽃잎은
가마솥에 머무는 밥풀이 되지만
누이의 붙어버린 배는 채워주지 못해
소리없이 흐르는 눈물만 입안을 헹군다



사랑/詩.한종남




산비탈 몇 마지기 논배미에 물을 가두고
소 등에 멍에를 얹히어 쟁기질을 마친 노인은
무릎까지 덕지덕지 붙은 진흙 발을 끌고
봄 햇살 내리는 개울에 이르러서
졸졸거리며 흘러내리는 개울물에 발을 담그면
가슴속에 맺힌 설움이 누렇게 채색이 되고     
흙물 든 정강이는 멍에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운데         
기별도 없이 도회지로 떠나버린 자식을 가슴에 새기며 
노인은 자신의 가슴만 쟁기질 하고 있다     
가뭄에 갈라지는 논바닥처럼 되어버린 가슴을
종일 뒤집어 업고 갈고 또 갈고 있었다
산마루에 붉게 타버린 가슴처럼 태양이 걸린다
노을이 부서지는 논배미에 씨앗을 뿌리며
하늘 가득 그리움을 묻는다
기별 없는 자식을 그리며 사랑을 심고
쟁기를 짊어지고 돌아가는 노인의 뒤에서
강물은 노을을 삼키며 꺼이꺼이 울고 있다




새벽 강가에서/詩.한종남

차라리 꿈이었기를
속을 도려내는 쓰디쓴 신물은 목젖을 타고 솟구치며
벗겨진 채 버려진 육신은 무참히 짓밟혀
신음소리 앞세우고 어둠 속을 헤매는 슬픔
아!
거꾸로 흐르는 강가에 하얗게 눈물 짓는 민주여!
유월의 강가에서 새벽을 캐고
삼월의 강가에서 새벽을 잃었다
역사를 동여맨 밧줄을 풀어
잃어버린 내일의 자유를 엮자
떨지마라
떨지마라
새벽 강가에 피어나는
나의 민주주의여



내 희망의 새봄에게/詩. 한종남


간밤의 하얀 눈이
또르륵 굴러
빛이 되었다

한 줌 햇살을 털어 양식으로 삼으니
강 언덕 민들레로 살아나
세상의 소리가 되었다

하늘의 종다리도
실개천의 버들도
축복의 노래와
어여쁜 춤사위로
새봄을 축복하나니

내 희망의 새봄아!
너의 푸르름은 세상을 덮을 것이요
너의 소리는 세상을 잠재울 것이니
영원히 식지않는 뜨거운 가슴으로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되라

사랑이 넘쳐나고
희망이 치솟는
샘이 깊은 물이 되거라
내 소망의 봄아!
[이 게시물은 운영자님에 의해 2011-06-18 00:24:28 수정과 추가에서 이동 됨]
2 Comments
가을 2005.02.17 09:27  
안녕하세요.
집을 예쁘게 마련하셨네요.
시사랑님께서 홈페이지 주소 변경 및 35편의 작품을 추가 등록하였습니다.
퇴고시에 언제든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한종남 2005.02.20 20:06  
시사랑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늘 수고 하시는
운영진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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