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부탁드립니다
손상렬
1
1138
2006.02.02 11:53
그늘
폭염으로 쓰러질 듯
더운 여름날
나무 아래 서서있을 때
나무의 고마움을 나는 몰랐다
세월이 흘러
내가 그늘이 되어주어야 했을 때
나는 그때서야
나무의 고마움을 알았다
슬픔
어느 날 깊은 명상에 잠겨있을 때
나는 아주 슬픈 노래 소리를 들었다
구체적으로 말해 그것이
사람의 소린지 악기의 소린지
아니면 또 다른 정체 불명의 물체에서 나는 소린지
알 수 없었다
도심을 걸을 때에도 숲 속을 걸을 때에도
혼자 앉아있을 때에도
그 떨림의 소리가 자주 또는 가끔씩 들려왔다
환청이 들리다니
아하, 이제 내가 드디어 미쳐가는구나
세상이 막막해졌다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알 수 있었다
그 소리는 귀로만 들려오는 것은 아니었다
들려온다고 딱 잘라 말하기도 어려웠다
가까운 곳에 있는 물건을
엉뚱한 곳에 가서 찾다가
시간을 소진하듯이
그 동안 나는 너무 먼 곳에 있는 것만 보며 살았다
옛날에 할아버지가
신발 한 짝은 신고 신발 한 짝은 손에 들고
신발 한 짝이 안 보인다고 한참동안
마루 밑을 헤매던 것이 생각났다
세월
세월은 가만히 있는데
꽃은 저 혼자 피었다 시들더라
세월은 가만히 있는데
열매는 저 혼자 맺혔다 떨어지더라
세월은 가만히 있는데
잎새는 저 혼자 단풍지고 낙엽지더라
강물 같은 세월은 가만히 있는데
사람은 저 혼자 병들고 죽더라
단 한 사람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초라하지 않은 외투 하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치고 힘들 때
한 열흘 푹 자고 일어날 수 있는
나만의 집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쁜 점을 다 드러내도
등돌리지 않고 덮어 주는
그런 친구 한 명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평생을 살면서 배신하지 않고
죽은 후에도 믿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
둘도 필요 없고 셋은 더더욱 필요 없고
단 한 사람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도 한 세상 또 덧없이 살다 가는구나
또다시 봄은 오고 꽃은 또 다투어 피어난다
새들은 날아와 지저귀지만
작년의 그 새는 아니리라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나는 이런 풍경을 많이도 보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말했다
내가 살아온 사연을 쓰면
소설 몇 권은 쓸 수 있을 거라고
그렇다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진지한 삶을 살았다
나에게도 사건은 많았다
고통도 많았고 사연도 많았다
나도 내 인생을 쓰면
소설 몇 권은 된다
내 삶은 진짜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출판되지 않은 소설 몇 권을 써놓고
다들 떠났다
또다시 봄이 왔다 그렇고 그런 봄
나도 지금 소설 몇 권을 쓰고 있는 중이다
나 혼자 생각하면
너무나 특이하고 하소연하고 싶은 삶
그리고 언젠가는
저 숲 속으로 사라지리라
저들처럼 나도 또 한 세상 덧없이 살다가는구나
고백
함부로 고백하지 마십시오
너무나 고통스러워
진지하게 털어놓은 고백이
어느 날 비수가 되어 날아올 수도 있습니다
함부로 고백하지 마십시오
상대방이 너무 친절해
거짓없이 털어놓은 고백이
어느 날 뭇 사람의 뒷담화로
세상을 떠돌아다니기도 합니다
어차피 고통의 무게는
자신이 감당해야하는 삶의 몫입니다
발없는 말이 천 리를 가고
솔직한 내 사연이
올가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믿음직스러운 사람이라도
함부로 고백하지 마십시오
잠잘 때
잠잘 땐
세상만사 잠시 잊을 수 있어
좋습니다
잠잘 땐
근심걱정 잠시 안 할 수 있어
좋습니다
잠잘 땐
수치스럽고 더러운 것 안 볼 수 있어
좋습니다
잠잘 땐
잠시 평화를 찾을 수 있어
좋습니다
잠잘 땐
꿈을 꿀 수 있어
더더욱 좋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불면이라는 사실입니다
셋이서
옛말에
세 명이 길을 가다보면
그 중에
스승이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요즘은
셋이서 길을 가다보면
그 중에
사기꾼이 있다고 한다
기차
기차는
기적을 몰고 다닌다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서 마을로
밤에는 전조등으로
어둠을 밝히면서
사는 동안
나는 바람처럼 나타났다
그리고 안개처럼 사라질 것이다
그대들이 자거나
다른 그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
도로 위로 차 한 대가
끼어 들 듯이
나도 삶 속에 끼어들었다
사는 동안
조개가 몸 속의 고통을 키워
진주 한 알을 만들어내듯이
나도 내 삶의 고통으로
진주 같은 그 무엇 하나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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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으로 쓰러질 듯
더운 여름날
나무 아래 서서있을 때
나무의 고마움을 나는 몰랐다
세월이 흘러
내가 그늘이 되어주어야 했을 때
나는 그때서야
나무의 고마움을 알았다
슬픔
어느 날 깊은 명상에 잠겨있을 때
나는 아주 슬픈 노래 소리를 들었다
구체적으로 말해 그것이
사람의 소린지 악기의 소린지
아니면 또 다른 정체 불명의 물체에서 나는 소린지
알 수 없었다
도심을 걸을 때에도 숲 속을 걸을 때에도
혼자 앉아있을 때에도
그 떨림의 소리가 자주 또는 가끔씩 들려왔다
환청이 들리다니
아하, 이제 내가 드디어 미쳐가는구나
세상이 막막해졌다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알 수 있었다
그 소리는 귀로만 들려오는 것은 아니었다
들려온다고 딱 잘라 말하기도 어려웠다
가까운 곳에 있는 물건을
엉뚱한 곳에 가서 찾다가
시간을 소진하듯이
그 동안 나는 너무 먼 곳에 있는 것만 보며 살았다
옛날에 할아버지가
신발 한 짝은 신고 신발 한 짝은 손에 들고
신발 한 짝이 안 보인다고 한참동안
마루 밑을 헤매던 것이 생각났다
세월
세월은 가만히 있는데
꽃은 저 혼자 피었다 시들더라
세월은 가만히 있는데
열매는 저 혼자 맺혔다 떨어지더라
세월은 가만히 있는데
잎새는 저 혼자 단풍지고 낙엽지더라
강물 같은 세월은 가만히 있는데
사람은 저 혼자 병들고 죽더라
단 한 사람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초라하지 않은 외투 하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치고 힘들 때
한 열흘 푹 자고 일어날 수 있는
나만의 집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쁜 점을 다 드러내도
등돌리지 않고 덮어 주는
그런 친구 한 명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평생을 살면서 배신하지 않고
죽은 후에도 믿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
둘도 필요 없고 셋은 더더욱 필요 없고
단 한 사람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도 한 세상 또 덧없이 살다 가는구나
또다시 봄은 오고 꽃은 또 다투어 피어난다
새들은 날아와 지저귀지만
작년의 그 새는 아니리라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나는 이런 풍경을 많이도 보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말했다
내가 살아온 사연을 쓰면
소설 몇 권은 쓸 수 있을 거라고
그렇다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진지한 삶을 살았다
나에게도 사건은 많았다
고통도 많았고 사연도 많았다
나도 내 인생을 쓰면
소설 몇 권은 된다
내 삶은 진짜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출판되지 않은 소설 몇 권을 써놓고
다들 떠났다
또다시 봄이 왔다 그렇고 그런 봄
나도 지금 소설 몇 권을 쓰고 있는 중이다
나 혼자 생각하면
너무나 특이하고 하소연하고 싶은 삶
그리고 언젠가는
저 숲 속으로 사라지리라
저들처럼 나도 또 한 세상 덧없이 살다가는구나
고백
함부로 고백하지 마십시오
너무나 고통스러워
진지하게 털어놓은 고백이
어느 날 비수가 되어 날아올 수도 있습니다
함부로 고백하지 마십시오
상대방이 너무 친절해
거짓없이 털어놓은 고백이
어느 날 뭇 사람의 뒷담화로
세상을 떠돌아다니기도 합니다
어차피 고통의 무게는
자신이 감당해야하는 삶의 몫입니다
발없는 말이 천 리를 가고
솔직한 내 사연이
올가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믿음직스러운 사람이라도
함부로 고백하지 마십시오
잠잘 때
잠잘 땐
세상만사 잠시 잊을 수 있어
좋습니다
잠잘 땐
근심걱정 잠시 안 할 수 있어
좋습니다
잠잘 땐
수치스럽고 더러운 것 안 볼 수 있어
좋습니다
잠잘 땐
잠시 평화를 찾을 수 있어
좋습니다
잠잘 땐
꿈을 꿀 수 있어
더더욱 좋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불면이라는 사실입니다
셋이서
옛말에
세 명이 길을 가다보면
그 중에
스승이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요즘은
셋이서 길을 가다보면
그 중에
사기꾼이 있다고 한다
기차
기차는
기적을 몰고 다닌다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서 마을로
밤에는 전조등으로
어둠을 밝히면서
사는 동안
나는 바람처럼 나타났다
그리고 안개처럼 사라질 것이다
그대들이 자거나
다른 그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
도로 위로 차 한 대가
끼어 들 듯이
나도 삶 속에 끼어들었다
사는 동안
조개가 몸 속의 고통을 키워
진주 한 알을 만들어내듯이
나도 내 삶의 고통으로
진주 같은 그 무엇 하나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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