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내의 애절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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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내의 애절한 이야기

솔새김남식 0 1719
어느 아내의 애절한 이야기

그러니까 지금부터 10년전 이야기입니다
새로 아파트에 입주하여 집들이를 준비하던 2틀전..
아침에 아무래도 속이 안 좋다던 남편..스스로 병원을 다녀온 후에
내일은 보호자와 같이 동행하라는 말에
모든일 뒤로 하고 다음날 병원을 찿았답니다
환자를 밖으로 보내구..의사선생님 말씀이
암이 인파와 폐..복부까지 전이가 되었다구...
6개월 사형선고를 받았답니다
다음날 바로 서울대병원에가서 입원하구...일주일동안 검사를 다해 보았지만
최초 발견된 부위는 찾을수없구..그냥 전이된상태에서 알게 되었으니..
전이성 암이라고 하더군요
수술도 못하구..항암치료만이 최선이라고 하면서 치료를 잘 받으면
2년정도 목숨이 연장된다구요

남편에게는 그래도 치료 가능성이 높다던 인파성 암이라구...
항암치료만 끝나면 암이 사라진다고 거짓말을 하구...항암치료를 시작했답니다
말로만 듣던 항암치료..병으로 보다도 치료과정에서 사람을 더 죽이겠드라구요
1차로 시작하여 6차까지 주사약을 맞아야 하는데
1차 치료는 5일동안 검은 링겔주사약을 온 몸속 깊이 깊이 파고 들게 하구..끝나면
집에 가서 3주동안 쉬었다가 몸이 회복되면 다시 2차과정..
그리구..쉬었다가..반복이랍니다
1차 치료를 시작 하였답니다
주사약이 남편 몸에 들어 가기 시작하면..
오바이트를 시작하구요...모든 냄새(특히 병원에 식사 냄새)에너무나
민감하여..식사때가 되면 마스크를 하구..병원 밖으로 나가야만 한답니다
남편을 휄체어에 태우고 밖으로 나가면..그나마 오바이트를 조금 멈출수가 있거든요
남편이 주사약을 맞고 있을때 내가 할수 있는 일은 오늘 무엇을 먹었나
어느 정도 배설을 하였나 상세하게 기록해 놓아야만 합니다
물 2모금..포카리스웨트 반병...삶은 감자 ..시간 시간..조목조목..적어서
다음날..간호사에게 주어야만 합니다
5일을 맞아야만 하는 주사약인데..
내 남편 워낙 허약체질이라 4일 맞고 두손들었습니다
겨우 기다시피하여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오면..
약 일주일동안은 너무나 힘들어 합니다
식사도 제대로 못하구요...신경은 너무나 날까로워진답니다

3주후 병원 예약을 며칠 앞두고 머리를 감다가 갑자기 비명 소리가 나서
목욕탕으로 가보니 머리가 한 움큼씩 빠지기 시작하였답니다
난..남편이 놀랄까봐 앞에서 표현은 못하구...그냥 웃으면서 머리?
다 빠지는 거잖아..하면서
별일 아닌척 지내야만 했구요
2차 치료를 위해서 병원에 입원한날...
계속 빠지는 머리가 신경에 걸렸는지..병원 지하에 있는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다 밀어 버리드라구요
치료를 위해서 검사를 했는데..이번에는 백혈구 수치가 낮다면서..
며칠동안 백혈구 수치를 올리는 주사를 하루에 한대씩만 맞았답니다
이 기간..그래도 좋았었습니다
환자복을 벗구...영화도 보러 가구요...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구요..
사람들 많은곳 구경도 하구요...
난..속으로 울며 다녔답니다

이렇게 반복으로 우리는 5차 치료까지 할수가 있었어요
워낙 몸이 약해서 그리고 거부 반응이 너무 많이 일어 나서 치료 할때마다...
4일 이상을 못했답니다
5차 치료때 부터 복부에물이 차기 시작했어요
마른 사람이 배가 계속 나오니..숨이 차서 너무 힘들어 하드라구요
그때부터 배에 주사기를 넣고 물을 빼기 시작했어요
먹은 것도 없는데..그렇게 마른 몸에서 링겔병으로 한병 반은 보통이였습니다
그리구..이때부터 통증을 호소 하였습니다
진통제 맞는 시간이 줄여 들면서...계속 아픔을 호소하였답니다

10년전 꼭 이만때 무지무지 덥던 나날들..
통증이 계속되어 먹는 진통제로는 안 되어서 결국 그렇게 가기 싫어 하는
병원에 입원을 하여야만 했답니다
주사를 맞구(몰핀)..배에 물을 빼기 위해서 말이죠
몸은 더 이상 마를것도 없을 만큼 말라버렸죠...
식사는 전혀 못하지요..
겨우 물만..넘기던 남편...무더운에 하나님 품안으로 가셨답니다
지금도 잊을수 없는 한마디를 남기고요...
"난..이 더위가 가시고...추운 겨울에 가고 싶었는데..."
시간이 많이 흘러.. 많은것..잊고 살다보니...별로 실감은 안 나지만...쓰면서..
그날들을 생각나게 하는군요...
그때 초등학교 1학년이던 내아들 이제는 고등학생이 되었구요
6살짜리 내딸..어엿한 중학생이랍니다
아빠없는 빈자리지만...너무나 이쁘게 커가고 있어요
님들!..건강들 하세요!
사랑하는 당신께
오늘은 하루종일 당신 생각에 많이 우울한 날이네...
왜냐구?
오전에 우리가 그렇게 존경하던 김목사님 가족을 만났어
휴가라서 이 곳에 오셨다구..안부 전화가 왔더라구...
반가운 마음에 찿아 뵈었는데..왜 그렇게 당신 생각이 나던지...

당신 기억할까?
암선고 받기 일주일전..주일날..중등부 얘들에게 다음주에 피자를
사주겠다고 약속했었지?
그 애들중에 한명이 김목사님 큰아들 진이가 있었잖아..
오늘 진이를 보니 그 약속이 생각이 나드라구...
그때 중학생이였던 애가 벌써 대학생이 되었드라
목사님과 헤어지면서 진이에게
"집사님이 진이에게 피자를 사주어야 하는데.."했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오랜만에 만난 사모님과 그냥 펑펑 울어 버렸다
서로 아픈곳을 안 건드리려구..당신 얘기는 입밖에도 안 꺼냈었는데...
마지막으로 내가 한 말이 모든말을 대신해 버리드라구
우리가 존경하던 분들을 만나서 무지 반가웠는데..마음 한구석에서는
또 왜그리 서러운지... 그래서 종일 우울했었어...

여보...
당신을 하늘나라에 보낸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이젠..
흘릴 눈물도 없을것 같은데도..
당신 생각만 하면..아직도 내 몸이 아파옴을 느끼네
당신에게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우리 애들과 늘 함께 해줘...건강 챙겨주면서 말이야..
나 큰 욕심 아니지?
당신 약속해 줄수 있지?
아빠의 빈자리가 남아 있지만 밝고 환하게 커가고 있는 우리 애들을 보고 있노라면...
늘 당신이 옆에서 우리와 함께 하고 있음을 느끼네..믿음이야! 확신이야!
늘 그믿음 안에서..늘 당신 옆에 있음을 느끼며..우리 세식구..
당신 만날때까지..살아갈거야!
여보!..사랑해요...
오늘이 그사람 기일이네요 시장에 나가봐야해요

에필로그

이 글쓴이는 바로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녀는 제주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살고 있으며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으며
남매는 다 장성하여 결혼할 나이가 되었다고 연락이 왓네요
그 사람에게는 행복했던 한 순간이 무너지고
삶을 잃어버린 마음이 너무 아픈 긴 사연에 나는 어떠한 위로도
할 수가 없었답니다
솔새김남식

[이 게시물은 운영자님에 의해 2012-05-15 23:20:49 감동글 모음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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