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묵단’이라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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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묵단’이라는 이름

눈굵다 0 985
‘조묵단’이라는 이름


                                  이 무 열


죽음마다 필생의 향기가 있다.
대구 파티마병원 장례식장, 특1실, 99세, 여, 조묵단
함자가 참 특이하다 싶어 상주한테 슬쩍 물어보니
사연인즉 침묵할 黙 붉을 丹 자 쓴단다.
1910년생, 갓 태어났을 때부터
그리 잘 먹어 묵단이 우리 묵단이가 되었다는데
젖배 곯아 그런 이름 얻은 것 아닐까?
당신이 낳은 막내아들
어린 날 재 너머 시집살이 고달픈 누님 보러 갔다 와서
삶은 옥수수 실컷 얻어먹은 거 으쓱거리며 뽐내다
느그 누부야 눈에 눈물 빼러 갔더냐* 이 화상아!
몽당 빗자루로 된통 맞았다는데
끝내 치매기 들려, 손자 손녀 이름 다 기억해도
삼년 전 세상 버린 맏딸 소식
아는지 모르는지 허퍼 묻지 않더란다.
오늘은 영안실 복도를 꽉 채운
백 년 동안의 시장기 달래 듯 꽃길 만장이다.
어허 넘차 어허어 넘차
성주군 초전면 대장리 방올음산 가는 길
붉은 노을빛 한 폭,
몸 떠나가느라 사무치도록 잠잠하다.


*문인수시인의 시 ‘눈물’에서 빌려왔으며 조묵단은 시인의 어머니 함자이다
[이 게시물은 운영자님에 의해 2013-01-24 20:13:30 시인 약력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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