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창작리듬 29: 물이 물을 만나는 물결에서 살아남기

홈 > 게시판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시론, 수필, 감상평 등과 일상적 이야기, 유머, 질문, 답변, 제안 등 형식이나 주제, 성격에 관계없이 쓸 수 있습니다.
(단,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는 금지하며 무단 게재할 경우 동의없이 삭제하며 향후 이용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시조창작리듬 29: 물이 물을 만나는 물결에서 살아남기

李英芝 0 2142
29: 시조창작리듬(29) 물이 물을 만나며 살아남기
물이 물을 만나는 리듬에서 물결 속에서 살아나기


검푸른 늪바람에
회오리 늪 속에서
두 손의 몸무게를
두둥둥 물 위에로
물무리
낮으로 흐르는 물빛 물결따라 넘는다
              - 낮으로 흐르는 물빛 물결따라

작품배경
물과 물의 만남의 의미는
초장: 물     
중장: 물   
종장: 위험에서 구출이다.

시어는 물 · 중남 · 빠짐 · 북· 귀 · 돼지 이미지가 주어진다.

1구는 물의 무방향지시소로 하여 많은 물이 겹치어진 이미지이다. 물에 빠진, 사랑에 빠진, 위험에 빠진 상태이다.

시조 창작
1구: 검푸른 늪바람에 (의미기호 음)
‘검푸른 늪바람에’를 시어로 선택할 수 있다. 어디를 가나 인간은 물 속에서 허우적 거린다. 일반적으로 물 하면 어머니와 관계된다.  이 물의 세계는 어머니의 몸 속에서 태어난 사람을 기본으로 한다. 이 말은 인간의 태어남이라는 원초성에 근거한다. 구심력은 동일성과 비동일성을 갖는다. 얼마전에 미국을 다녀오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폭포라기에 긴장했던 일이 있다. 가이드는 폭포로 안내하면서 폭포를 가리켰다. 여성의 자궁모습이었다.

公無渡河(공무도하) ;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공경도하) ; 임은 결국 물을 건너네
墮河而死(타하이사) ; 물에 휩쓸려 돌아가시니
當奈公河(당내공하) ; 가신 임을 어이할꼬
임이여 건너지를 말라고 하였더니
기어코 물을 건너 가시다 물에 빠져
이일을 어찌하오리 어찌하면 좋으리
- 이영지 번역 「공무도하가」
 
물에 빠진 그대로의 시가는 백수광부의 아내가 그 남편에게 강을 건너지 말 것을 간절히 말렸지만 기어코 물을 건너다 빠지게 되어 죽어버리는 내용이다. 이 절망감은 많은 비유가 있게 되는데 한 여인에 빠진 사랑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 사랑의 늪은 중년 남성의 위험스런 상황으로 동서남북의 북을 상징한다.
 
이 상징성에서 고대 가요 황조가(黃鳥歌)는

  翩翩黃鳥(편편황조) 
  雌雄相依(자웅상의) 
  念我之獨(염아지독) 
  誰其與歸(수기여귀)가 있다. 이를 시조로 바꾸어 본다.               
훨-훨 꾀꼬리가 나는데 나는 어찌
암수로 합하면서 노는데 나는 어찌
홀로이 나만 홀로이 나는어찌 할거나
                            - 이영지 역

유리왕이 사랑에 빠져 읊은 노래이다. 물에 빠져 허둥되는 모습이다. 그 늪은 깊고 깊어서 빠져 나오기 어렵다.
우리의 삶은 어떤 의미로든 물속에 빠져서 그 격랑속에서 살아남으려 한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이 늪의 세계는 죽음처럼 깊어서 모든 삶의 의미마저 맞바꾸게 된다. 아리랑 시는 어디에서 왔는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전국으로 퍼져서 부르지 않는 이가 없었다 한다.

喉舌無端自發生(후설무단자발생)
不知哀怨燭人情(부지애원촉인정)
可燐朝募新羅世(가린조모신라세)
已有恒聲巨今三十餘年前所謂此曲未從何萊遍于全土無人不唱基音哀怨基淫基操殺短蓄世之音至今有之名之曰(이유항성거금삼십여년전소위차곡미종하래편우전토무인부장기음애원기의음기조살단축세지음지금유지명지왈)

그 소리를 슬프고 원망하는 듯하여 여운이 없고 단촉하여 말세 소리의 상징성을 가진다 하였다. 지금도 전하여지는 이 아라리 타령은 물속에 빠진 의미를 지시기호로 한다.

2구: 회오리 늪 속에서 (의미기호 양)

어떤 것을 미리 예상하고 꿈을 가진 다는 것은 설레임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머리로 상상하는 것과는 달리 보고 느끼는 것은 시인의 상상력이다. 물의 깊음은 갈망이기도 하다.
마음의 심리상태는 어머니를 떠날 수 없다. 그것은 어머니에게서 받은 70퍼센트 이상의 물로 된 나의 모습, 그것은 시조창작을 전제로 한 물의 자료에서 회오리 늪의 세계이다. 깊은 그리움일 수 있다. 그 때문에 검푸른 늪바람이 소용돌이 치는 세계는 단순한 회오리의 물결이 아니다. 그러나 이 늪에 빠져서만 살 수는 없다. 여기에 인간의 위대함이 있다. 백수광부가 물에 죽음을 슬퍼하는 아내의 일기에도 삶이 연장된다. 그것은 비단 공무도하가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에서도 그러하다. 삶이 전개되어야 한다. 회오리 늪 속에서 시인은 삶을 웃음으로 살아가려는 몸부림이 있다.
 
3구: 두 손의 몸무게를  (의미기호 음)
살아남기 위해 두 손 무게를 아주 가볍게 한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다. ‘살’과 ‘죽음’이 교차되는 두 세계는 아슬한 절망을 경험하면서도 절망의 늪까지를 그대로 가는 것이 아니라 몸의 무게를 바다 위에 던지고, 하늘 나는 새의 모양으로 시조창작을 할 수 있다. 절대로 무게가 허용되지 않는 이 세계이다.
 
4구: 두둥둥 물 위에로 (의미기호 음)
 물속에서의 삶은 물에 빠지는 의미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시에서는 두려워하지 않고 물에서 살아남는 방법으로 달을 쳐다본다. 
달을 쳐다보는 깊이는 불가항력적인 현실 앞에서 한국시에서는 하늘을 바라봄이 된다. 

하 노피곰 도샤(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여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져재 녀러신고요
어긔야 즌 드욜셰라(어긔야 즌데를 디디올세라)
어긔야 어강됴리
어느이다 노코시라
어긔야 내 가논 졈그셰라(어긔야 내 가는데 점그랗세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달이여 높이 돋아 머리를 비쳐다오
어디서 다니시뇨 어쩌다 진데에다
발을 디뎌놓을가 함이외다 오오오
                            - 이영지 역

사랑하는 사람이 멀리 계시는데 걱정하는 마음의 깊이는 혹여나 어지러운데 발을 디뎌놓으실까봐 염려하고 있다. 물에 빠져서 허우적 거릴까봐 걱정하는 모습이다. 시적 화자가 사랑하는 대상을 걱정하는 마음 깊음이다.
산유화가에서는 이 물에 빠짐 뒤에 태어나는 꽃이다.

낙동강 검푸른 물 벽보다 더 푸르고
애 끓는 봄노래가 물결의 모래 밟아
아가씨의 붉은 눈물에 아롱지며 피어라 - 이영지 역

숙종 24년 선산의 향랑이라는 여인이 남편이 일찍 죽고 절개를 지키는데 부모가 그의 뜻을 어기려 하자 노래를 짓고 낙동강 물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죽음의 자리에 한송이 아름다운 꽃이 피어난 이름이 산유화이다. 일명 메나리이다. 비록 닥아 온 물결에 휩쓸려 죽었지만 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피어나는 한국여인의 정절성을 강조한다. 
그럼으로 한국문학속에서 단순히 빠져죽음을 의미하려 하지 않고 아름다운 정절 뒤에 남은 사랑을 높이 세우려 한다. 
 
5구: 물무리 (의미기호 양)

물의 흐름을 자연으로 받아드리는 물 맞음이다. 한국시의 특징들은 더욱이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의미로 초월성을 드러내려 한다. 

東京明期月良(동경명기월양)
夜入伊遊行如何(야입이유행여하)
入良沙寢矣見昆(입양사침의견곤)
脚烏伊四是良羅(각모이시사양라)
二兮隱吾下於叱古(이혜은오하어질고)
二兮隱誰支下焉古(이혜은수지하언고)
本矣吾下是如馬於隱(본의오하시여마어은)
奪叱良乙下如爲理古(탈질양을하여위리고)

 긔 래(서울 밝은 달에)
밤드리 노니다가
드러 자보곤(드러와 자리보니)
가리 네히어라(가랑이 넷이어라)
들흔 내해엇고
둘흔휘해언고
본 내해다마(본데 내해다마는)
아 엇디릿고(앗아가니 어찌하릿고)
- 처용가
서울의 밝은 달에 밤들이 노니다가
들어와 자리보니 가랑이 넷이어라
두개는 내해이지만 다른 둘은 뉘거뇨
본디가 내해이지만 앗아가니 어쩔고
 - 이영지 역

한국에서 오래도록 전승되는 처용가는 물에 빠짐을 누구를 원망하기 보다는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의식은 오랜 전통을 이어오면서 징벌보다는 물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6구: 낮으로 흐르는 물빛 물결따라 넘는다  (의미기호 음)

물결 속에서 살아남는 일은 첫째 그 물을 다 들이키는 일이다. 곧 삶의 물결을 소화하여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우리의 청산별곡이다.

살어리 살아리랏다
청산에 살어리 랏다
멀위랑 래랑 먹고(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 랏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우러라 우러라 새여
자고니러 우러라 새여
널라와 시름한나도
자고니러 우니 노라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가던새 가던새 본다
믈아래 가던새 본다
잉무든 장글란 가지고
믈아래 가던새 본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이링공 뎌링공 야(이릴공 저링공 하야)
나즈란 디내와 손뎌
오리도 가리도 업슨
바므란 엇디 호리라(밤에란 또 엇지 하리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어듸라 더디던돌코
누리라마치던 돌코
믜리도 괴리도 업시
마자서 우니 노라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살어리 살어리 랏다
바래 살어리 랏다(바라래 살어리 랏다)
자기 구조개랑 먹고(다마자기 구조개랑 먹고)
바래 살어리 랏다(바다에 살어리 랏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가다가 가다가 드로라
에정지 가다가드로라
사미 대에 올아셔(사슴이 짐대에 올라서)
혜금을 혀겨를 드로라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가다니 브른 도긔(가다니 배부른 독에)
설진 강수를 비조라
조롱곳 누르기 와(조롱곳 누르기 매와)
잡와니 내 엇디 리잇고(잡사와니 내 엇찌 하리잇고)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 악장가사

청산과 머루와 다래의 순수유추로 인한 삶의 신성성을 사모하는 자에게는 청산 그리움이 있다. 이러한 자에게 닥아오는 현실은 울음이 있는 삶이지만 그래도 결코 이 현실을 떠나서는 삶의 모습이기에 이 어려움을 이겨나가려고 하는 시적 화자의 모습이다. 삶의 기록은 가난과 외로움이 있다. 그렇지만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날이 많아질수록 삶을 즐기는 지혜가 나오게 하는 인간의 슬기로움이 있다.
 
산도 녹색
나무도 녹색
어린풀도 녹색
저저기에도 녹색
둥글글 수박도 녹색
화분그릇이끼도 녹색
근질근질내심장도 녹색
내이흰이피부도드디어 녹색
이흰이피부도드디어 색으
흰이피부도드디어 으로
이피부도드디어  로탈
피부도드디어 탈바
부도드디어 바꿈
도드디어 꿈할
드디어 할것
디어 것이
어 이다

- 이영지 「녹색바다」


참조, 한국문예연구 22-24, 명지어문학 198. 204 시조문예미학 20, 시조창작리듬론 21-29 페이지, 수정 여요전주(양주동저, 을유문화사, 1955).
 
참고
⚊ ⚋⚌⚍⚎⚏
☰(하늘)
☱(연못)
☲(불)
☳(우레)
☴(바람)
☵(물)
☶(산)
☷(땅)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