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해가 해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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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해가 해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미국)

오애숙 0 1958
저무는 한 해, 해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은파  오애숙                                                         
 
  저무는 한 해, 해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서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청마가 땀에 범벅이며 들판을 달린다 싶었습니다.
 
  영상이 불연 듯 목자를 따라가는 순한 양들의 모습이 영상으로 한동안 펼쳐지더니. 그 영상이 벌써 지는 해,  해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뒤 안길이 되고 있습니다. 그 길목. 한민족 일세로 살고 있어 생각에 잠깁니다. 미국은 한국과 다른 점이 많지만 한 가지만 포인트 해 보라고 한다면 언어 습관을 높이 평가해 봅니다.
 
  물론 서양과 동양이라는 것 자체부터 다르고.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릅니다. 하지만 저무는 한 해, 지는 해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반성 차원으로 언어적인 문화 차이를 발견해 봅니다. 특히 앞, 뒤, 옆에서 들리는 땡큐! 소리가 날 때마다. 그 땡큐 소리에 20여 년 전 한국에서 유치원을 운영했을 때가 오롯이 떠오릅니다. 유치원생들에게 미국의 예법과 영어를 쉽게 가르치기 위해 간단하게 곡과 가사를 만들어 율동과 함께 가르쳤던 노래입니다.
 
  "땡큐 thank you 감사합니다. 유어 웰컴 your welcome 천만에요. 엄마가 아침밥 차려 주시면 땡큐! 감사합니다. 웃으면서 말하고 누군가 날 도와줘도 땡큐! 로 대답합니다. 만약에 누군가가 땡큐! 로 대답한다면 유어 웰컴, 천만에요 대답합시다."
 
  아이들의 재롱잔치에 율동에 맞추어 부르게 하였던 기억입니다. 그 당시 코흘리개 자녀가 영어 한마디라도 한다 싶어. 우레와 같은 갈채로 앙코르 encore로 답해 주셨던 기억이 새삼 가슴으로 스며듭니다. 자라나던 새싹이 이제는 각기 제 생각으로, 제 목소리를 내고, 제구실 하고 있다 싶어 흐뭇한 마음입니다. 땡큐는 보편화한 미국 문화의 예법이라는 것을 미국에 살고 있지 않아도 경험해 보지 않았어도 상식적으로 안다 싶습니다. 미국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는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한국의 일상생활을 기억해 보니, 사람들의 입에 달고 사는 것이 ‘죽겠다’였다 싶습니다. 먹고 싶어 죽겠다. 배고파 죽겠다. 미워 죽겠다. 약 올라 죽겠다……. 말이 씨가 된다고. 사실 한국은 60년 초만 해도 살기 어려웠다 싶습니다. 보릿고개로 배고파 죽을 만큼 가난했습니다. 고향이 이북인 경우 육이오로 북한이 미워 죽을 만큼 이산가족들은 마음고생 했으리라 싶습니다.또한, 어느 날 갑자기 이웃집 땅거지가 땅 부자가 된 이웃을 보고 약이 올라 죽을 것 같은 현실이 한국 민족 속에 흐르고 있는 정서이기 때문일 것이라 싶습니다.
 
  한국은 하지만 죽지 않고 아직도 건재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우리네 엄마들의 ‘흥’ 하라는 언어의 씨앗이 발아된 것이라 긍정적인 측면에서 말합니다. 예 들어 개구쟁이 자식이 몸을 어디서 굴리다 왔는지. 흙으로 옷이 뒤범벅되었고, 누런 코를 훌쩍거릴 때 세숫대야에 물을 담아 씻어주면서 “이 빌어먹을 놈아, 이 옷이 뭐냐, 흥해! 빨리 흥하란 말이야.” 엉덩이를 한 대 때리면서 엄마의 엄지와 검지를 아들의 코에 대고 코를 닦아주던 흥해라는 말이 씨가 된 것이라고. 바로 그 장면이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우리네 부모님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어 감사가 휘날립니다. 물론 웃자는 소리입니다만.
 
  분명한 것은 한국의 부흥은 노력의 결과입니다. 또한, 부모님의 밤새 무릎으로 기도한 기도의 결과물인 것이 사실이라 싶습니다. 어미의 눈물은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수많은 간증을 기억해 보며……. 불굴의 의지로 달렸던 청마의 해가 얼마 전에 해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나 했는데, 문전에서 휘파람 부는 목자를 따르고 있는 양 순한 양들의 모습이 영상으로 한동안 펼쳐지겠다 싶었는데, 그 영상이 벌써 지는 해 속으로 들어가는 뒤 안길이 되고 있습니다. 잔꾀 부리는 원숭이가 암행어사 된 양 문앞에서 서성입니다. 길을 비키라고 고함치며 나팔 붑니다. 자신만만하게 여유 부리며, 희망찬 새해에는 주인공이 된다고 의기양양합니다.
 
  저무는 한 해, 해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조용히 눈을 감아봅니다. 감사의 릴레이가 개인마다 삶 속에서 이어지는 행렬되길 기원합니다. 우리네 삶이 좀 더 여유로워지지 않겠느냐라는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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