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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톱스타의 향기 나는 숲 (단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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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4-16 23:22
(미국)톱스타의 향기 나는 숲 (단편 소설)
 글쓴이 : 오애숙
조회 : 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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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톱스타의 향기 나는 숲
                               

                                                                                                                                                    은파 오애숙
 

 중규는 아침마다 지나치는 곳이 있다.
 연초록 향연이 펼쳐지는 작은 숲이다.

중규가 버스길 100미터 떨어진 곳으로부터 버스로 지나칠 때다. 그에게 살며시 속삭인다.

“네가 만일 아침에 산책한다면 몽실몽실 스치는 바람이, 연 초록 풀피리 향연 속에 싱그럽게 꿈 열거다. 또 그 꿈은 생글생글 눈웃음치며 눈부신 햇살로 꽃잎 헹궈 푸른들판을 너와 함께 말 달릴것이다.” 생각의 주머니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나와 새 봄을 노래하듯 속삭였다.

널따란 푸른 잔디, 하늘 푸르름이 중규 속에 환희의 기쁨으로 메아리친다. 그 순간 중규는 한 마리 백마白馬가 되었다. 그는 뇌리 속에 펼쳐지는 봄의 축제에 널따란 푸른 잔디를 마음껏 휘져으며 달려본다. 그러다 유리창 밖으로 멀어져 가는 작은 숲을 멍하니 바라보며 버스로 지나쳐 간다.

어느날 중규가 버스로 그곳을 정오에 지나칠 때다. 작은 숲 속, 초록의 향연이 피리를 불며 다시 그의 귓가에 속삭인다.

 “네가 만일 정오 지나 산책한다면, 스멀스멀 찾아와 널브러져 물든 피곤 속에 해골 된 몰골을, 연 초록 향연이 네게 눈웃음쳐 쉼을 얻게 할거다. 해질녘이 되면, 하루 피곤 석양노을에 헹구워 싱그러움으로 나풀나풀 춤추어 내일의 소망 꿈꿔 줄 거다.”

 중규는 버스로 작은 숲을 지나칠 때면 눈앞에 환희로 가득찼고. 환희의 기쁨이 초록의 향연에 펼쳐지며 계속 귀속에 울림이 왔다.

 중규는 날이면 날마다 버스로 지나쳐 가는 숲 속의 향연을 꿈에 그린다. 그리곤 마음으로 결심해 본다. ‘그래, 내가 언젠가 저곳에 가야지. 내가 만약 해질녘에 가면, 파근한 다리 잰 거름 멈추고, 노을진 꽃잎에 피곤 헹굴 거다. 그리고 저녁빛 몽실몽실 스치는 바람에 푸른 들판을 말과 함께 달릴거야. 그러면 피곤함에 젖은 어깻죽지에 날개 달아, 피어나자고 푸른 꿈 주겠지. 와우, 생각만 해도 기분 좋다.’  중규의 입에서 휘파람이 저절로 나왔다.

 중규가 늘 동경하는 그곳은 LA 한인 타운에서 몇 블록 벗어난다. 후버에서 동쪽으로 몇 블록 더 가면 공원이 나온다. 윌셔와 알바라도가 교차되는 곳이다. 누구라도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에 대해 중규는 늘 그곳을 생각하면 창공을 날아가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그가 큰마음 먹고 간 그 곳은 그가 생각했던 쉴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저녁이 되면 시도 때도 없이 총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는 곳이다. 낮이건 밤이건 갱들의 집합소로 마약을 팔고 사기 위해, 여기저기서 꾸역꾸역 모여드는 곳이다.
 중규가 그 주변을 살피는데 중년의 남자가 눈에 들어 왔다. 그는 수염을 깍지 않아 얼굴의 삼분지 일이 수염이다. 덮수룩한 털복숭이에다 의상은 검정색의 옷을 걸쳤는데 가장자리가 너덜너덜 헤져 있다. 색상이 태양열에 바래서 불투명한 고동색과 짙은 회색의 중간색채를 띠고 있다. 그 님자는 양쪽 발을 25센티 정도 벌리고 서서 동전 한 닢을 구걸하기 위해 고개를 이리 기웃 저리 기웃거린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동정어린 눈으로 애원하며 손을 벌리고 있다.

 중규의 눈이 다시 그곳으로부터 10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서있는 여인이 눈에 들어 왔다. 그녀는 머리를 산발하고 있고. 그녀 몸에서는 시궁창 같은 냄새를 풍기며 뭔가를 열심히 먹는다. 공원과 전철 사이의 버스길 옆에도 젊은 여인이 쪼그리고 앉아 구걸하고 있다. 여인은 찌그러진 깡통을 앉은 자리 앞에 놓아두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그녀는 동전 한 닢을 위해 눈이 빠지게 쳐다보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내 외면한다. 그들의 뇌리엔 ‘이 동전을 주면 당신은 마약을 살 텐데.’ 오만 가지 잡동사니 상상의 날개 속에서 주머니의 동전을 만지작 거릴 뿐이다. 오히려 손을 살그머니 빼고 고개 돌려 재빠르게 사라져간다.

 공원 중앙에는 물결 모양의 인공호수가 있다. 호수는 얼핏보면 어린 시절의 놀이를 상상하게 한다. 그 놀이는 쥐와 고양이 놀이다. 놀이할 때 아이들은 손에 손을 잡고 큰 원을 만든다. 또 하나의 원이 놀이하던 사람으로 연결 되어 있다. 고양이가 쥐를 잡을 때 밖의 큰 원을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하던 게임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전혀 원이나 타원형이 아닌 물결모양으로 된 널따란 호수다. 그 안에 아주 작은 또 하나의 섬이 있다. 새들을 위한 지그재그 물결 모양으로 된 섬이다. 그 곳에 야자수 나무가 몇 그루 심어져 있다. 새들의 낙원이다. 작은 새들은 나뭇가지 사이에 둥우리를 틀어 보금자리를 만들어 살고 있다.

 새들의 낙원인 작은 섬이 상당히 평화로워 보였다. 산타모니카 바닷가에서 날아왔는지 수십 마리의 갈매기들이 그곳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다. 오리들은 호수 서쪽 끝에 보금자리를 잡았다. 호수 주변에는 널따란 잔디가 넓게 펼쳐져 있다. 또한 우뚝 서 있는 야자수 나무들과 나이를 알 수 없는 아주 오래된 고목과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다. 인공호수 안에 분수가 시원스레 물줄기를 품어내고 있다. 휴식처로는 적격인 셈이다.


 분수가 바람결 따라 춤출 때 새들은 노래한다. 중규의 마음이 갑자기 기쁨으로 출렁인다. 하지만 호수 근처에 노니는 비둘기 떼들은 자나 깨나 산책하고 있는 사람들의 손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살람들은 산책하다 구구구 부르며 먹던 빵 부스러기를 던져주기 때문이다. 누가 던져주었는지. 한두 마리였던 비둘기가 떼지어 모여 든다.

 빵 조각이나 스낵 또는 시리얼에 맛이 들린 터다. 순식간에 수십 배로 둘러 진 친다. 마치 적을 포위하듯 군집해 몰려든다. 비둘기뿐만 아니라, 백조처럼 새하얀 털을 치장한 오리들, 노란 털로 치장한 오리들, 짙은 회색의 오리들이 보인다. 간간이 청둥오리 부부도 둥실둥실 두둥실 구름에 떠가듯 물 위를 떠다니며 호수를 순회한다. 하지만, 호수 안으로 던져주는 음식 부스러기가 호수 안으로 떨어지자 서로 차지하려고 쟁탈전을 벌인다.

금실 좋은 부부도 먹는 것만큼은 서로에게 양보가 없다. 또 다른 맛을 맛보려는 쟁탈전은 아닐까. 마치 생물의 세계, 약육강식 (弱肉强食)을 보는 듯하다. 아이큐가 낮아서일까? 산책하는 사람들은 계속 먹이를 여기저기서 던져준다. 그런데도 서로에게 양보가 없으니 바보 맹추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갈매기까지 합세해서 공중전(戰)에서 해상전(戰)으로 이어진다. 갈매기가 해상전에서 다시 지상전으로 손을 뻗치는 이유는 지상으로 날아왔다가 해상으로 날아 먹이를 쟁취하려는 목적 때문이다.

 갈매기들은 길가에 놓인 쓰레기통을 휘젖는다. 부리로 쉽게 뒤져 먹이를 꺼낸다. 맛있는 기름 냄새를 맡았는지 쓰레기 더미 속에서 M 마크 찍힌 봉투 찾아낸다. 하지만 M 마크가 찍힌 봉투를 꺼내자 마자. 쟁탈전이 벌어진다. 갈매기들은 쓰레기 통에서 치킨과 먹다 버린 잡다한 찌꺼기를 자유자제로 꺼내먹는다. 잡다한 것을 꺼내 먹어서 갈매기들은 모두 오동통하다. 그리고 전쟁을 많이 치러서인지 부리도 날카롭게 구부려져 있다. 바람이라도 불면 이놈들이 끄집어낸 쓰레기는 바람결에 어지럽게 춤추며 휘날린다. 그일대가 쓰레기 장이 된다.

 호수 안에 유유히 떠다니는 고기 떼도 살판이 났다. 시도 때도 없이 던져주는 먹이들 때문에 편안하게 목숨을 보존한다싶다. 아마도 생존 경쟁이 없어 지병이 없는한 몇 년은 더 장수할 것이라 싶다. 문제는 그곳에 서식하는 조류들은 사람들이 던져주는 음식을 온종일 먹는다. 배가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포식하는 조류들이 산책로에 분비물을 수북하게 쌓 놓는다. 그 탓에 주변은 항상 냄새가 쾨쾨하니 썩은 냄새로 악취가 풍긴다. 공원이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공원이라면 일반 사람들의 휴식과 유락을 위한 곳이다. 누구나 뛰놀며 즐기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오갈 데 없는 노숙자(Homeless people)와 어디 딱히 갈 곳 없는 사람이 낮 시간의 집합소로 전락했다.

 맑고 밝은 대낮에 그들은 각자의 딱지를 바닥에 깔고 앉아 있다. 어떤 이는 잔디가 깔판이 되어 누워있다. 대낮부터 한 잔 마셨는지 고춧가루를 얼굴에 뒤집어쓴 것처럼 시뻘건 얼굴을 하고 있다. 그는 비스듬히 누워 뭔가를 중얼거리며 해롱대고 있다.

갑자기 만취의 불청객이 야자수 나무에 유리병을 던진다. 파편이 된 유리가 햇빛에 반사되어 은빛 가루로 반짝이며 날개 달아 날아가고 있다. 순간, 중규의 온몸에 소름이 오싹 돋는다. 상상의 날개로 피어났던 연초록 꿈이 사라지고. 기쁨의 환희에서 피어났던 향연도 모두 사라졌다.
***

중규는 그곳을 산책한 후부턴 버스로 지나칠 때마다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외면한다. 하루 이틀 지나면 면역력이 생기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공원을 지나 칠 때마다 버스안에서 숨이 탁탁 막혀 왔다.

 ‘맥아더 장군’이라고 하면 6꠨25전쟁과 역사적인 인천상륙작전을 모르는 한국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곳에 맥아더 장군이 우뚝 서 있지 않은가!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한인 타운 근교에 있는 맥아더 공원이 LA에서 더럽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추악한 장소로 전락해 있다. 중규는 그것이 열 받치고 서운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단체에서 자원 봉사자들과 함께 해마다 해변을 청소한다. 더욱 열 받는 것은 바다 속의 쓰레기까지 끄집어내  정화한다고 야단법석을 떠는데 정작 정화해야할 이 공원, 그곳도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늘 감사히 생각해야 할 맥아더 공원을 방치하고 있다. 중규는 불쾌한 소굴로 전락시킨 것에 대해, 분통이 가슴 속에 응어리져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가슴 속에서만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울릴 뿐이다.

 하늘이 먹빛 될 때, 공원은 총알소리로 무법천지가 된다. 총알 소리가 탕탕탕 하늘 끝 날아 별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이내 밤하늘 가득 검붉은 피로 파편 되어 사방팔방 튀겨 부서지는 소리는 그 일대를 새빨갛게 핏빛으로 물들 인다.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삐오삐오 싸이렌 소리는 한바탕 주변을 다시 한 번 뒤집어 놓는다.

 그러던 어느 날, 공원을 밤늦게 버스로 지나칠 때 공원을 가리키며 아내가 입을 열었다.

 “허니, 난 저곳을 지나칠 때면 <마른 뼈Dry Bone>란 영가가 생각 나.” 중규는 그녀의 말에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래, 기억나고말고. 널리 흩어진 뼛조각들이, 그것도 아주 바싹 마른 뼈들이었지. 그 뼈들이 다시 연결되어 생명을 얻게 된다는 내용이었어.” “그렇지요! 발가락뼈로부터 시작하여 이상한 소리를 내며 다리뼈, 무릎뼈가 붙고, 손, 팔, 엉덩이, 어깨, 목, 머리에 이르기까지 뼈들이 붙는 과정에 반음계씩 상승 하면서 여러 높고 낮은 목금과 종들, 차임, 목어, 트라이앵글, 뽕망치, 등의 타악기까지 가세하여 재미를 더 해 주지요.” 그녀는 심각하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허니, 중요한 것은 뼈들이 연결되고 힘줄이 생기고 살이 오르며 가죽이 덮여 사람 같아 보이지만, 생기가 없다면 생명이 없는 그냥 죽은 사람이지요.” “그렇지. 당신 말이 맞다. 생기가 없다면 죽은 사람이지요. 저기 아름다운 작은 숲이 살아 숨을 쉬고 있지만, 저곳에서 마약을 하고 술에 취해 제 정신이 아닌 사람을 보면 모든 것이 살아 있다고 볼수 없지. 하지만 생명력이 없는 저들에게 생기가 들어간다면, 생기가….”
  ***
 중규는 버스를 내리자마자 허겁지겁 집에 왔다. 그리고 단숨에 책을 펼쳤다. 성서에 나온 이야기를 예술작품으로 승화 시켰던 <마른 뼈>의 영가가 기록된 골짜기를 찾기 위함이었다. 중규의 총명한 머리에 스쳐 지나가는 골짜기는 몇 초도 안 되어 눈앞에 펼쳐졌다. “에스겔 골짜기 지면에 뼈가 심히 많고 아주 말랐더라.” 라고 쓰여 있었다. 자세히 읽어 보니 생기는 없는데 생기를 향하여 선포하라고 되어 있었다. “생기야 사방에서부터 와서 이 사망을 당한 자에게 붙어서 살게 하라” 대언하였더니. 생기가 그들에게 들어가매 그들이 곧 살아 일어나서 서는데 극히 큰 군대더라. (구약성서, 에스겔37)

중규는 입술을 벌려 조아렸다.
 
“큰 군대가 되었더라. 큰 군대가, 큰 군대가….”

그 후, 맥아더 공원을 지나칠 때마다 마음으로라도 외치기  로 결심했다. ‘생기야, 사방에서부터 와서 이 사망을 당한 자들에게 붙어서 살게 하라! 반드시 살지어다.’ 외치고, 외쳤다. 그럴 때 마다 그의 가슴이 뻥, 뻥 뚫려나가는 듯했다.
 중규는 공원에 대한 관심으로 공원 주변을 알아 보았다. 만 가지 얼굴과 언어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공원은 휴식과 유락을 위한 곳인데 마약 밀매와 온갖 비리가 이루어지는 곳에 중남미 사람으로 물결이 이루어져 있다. 그러자 중규는 더 격분했다. 중남미 전용 공원으로 전락한 것에 대해 개탄하며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원의 또 하나 수치는 대낮부터 술 쉬한 사내들이 수두룩하다. 사내들만의 특권을 누리는 원시시대 최초 변소인 나무 원줄기에 거시기를 내놓는다. 그리고는 찌릿한 냄새를 풍기며 실례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뛴다. ‘어물전 망신 꼴뚜기가 시킨다’고 사내 망신을 그곳에서는 대낮에 술 처먹은 사내들이 시키고 있었다. 거시기를 내놓고 여기저기에 쏴 대는 그 지린내는 도로변까지 퍼져 나간다.

 행인들이 코를 내밀 수 없어 혀를 내두른다. 지나가다 발을 멈추고 점잖으신 어른이 혀를 찬다.

“그 놈의 술이 웬쑤지. 웬수! 쯔쯔즈….” 일행의 다른 어르신이 실버 빛을 띤 회색의 양복차림에 한마디를 내 뱉는다.

“그러게 코를 대고 숨을 들이마실 수 없네. 저 노무 거시기를 가위로 싹둑, 잘라 버리든지. 저게 무슨 짓거리야.”

“여보게 그래도 흥분은 하지 마세. 여기는 미국이 아닌가? 누가 들으면 신고한다고. 자네가 한국말로 했으니 별문제가 없지. 자기네의 심벌을 자른다는 소릴 알아차리면, 지금 당장 고소해. 범칙금만 몇만 달러일걸.”

 “그렇지, 내가 흥분할 일이 아닐세. 아, 전에 우리 아파트에 사는 노인 양반은 당해도 된통 당했다지. 옆집 손자가 아파트 복도에 나와 어정거리는 데 바지도 안 입고, 어슬렁거려 귀엽다는 생각으로 “야, 고놈. 고추도 예쁘게 달렸네. 야, 이놈아! 이렇게 멋진 고추를 달고, 다녀도 괜찮니?”라고 말하며, 꼬마 녀석 심벌을 터치했다지 뭐야. 그걸 아이가 부모에게 말하고 말았지. 부모가 그 말을 듣고 발을 동동 구르며 고발했다지. 범칙금을 몇만 달러 냈다는 소릴 들었어.”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커서 중규의 귓가에까지 들려왔다. 그 말을 옆에서 들으며 오른 쪽을 보니 15미터쯤 떨어진 야자수 나무 뒤편이 눈에 들어 왔다. 자세히 쳐다보았다. 또 어떤 술꾼이다 싶다. 거시기를 원시시대 최초의 변소인 거대한 고목나무에 누고 있다. 소변 누는 거센 소리가 마치 수도 물줄기가 쫙 뿌려 대는 소리와 흡사하다. 뻔뻔한 낯짝을 가리기 위한 수단으로 나무에 바짝 붙어 서 있다. 그 나무는 모름지기 몇백 년은 되어 보인다.

 지린내가 풍겨온다. 보는 곳마다 썩은 것과 썩어가는 것 투성이다. 코를 내미는 곳마다 갈매기, 오리, 비둘기, 등…. 잡동사니 새들의 오물과 시궁창 냄새가 풍긴다.  중규가 올 때마다 코를 찌르고, 살을 도리고, 가슴을 도려냈다.  공원이 더 오염되어 가는 모습에 ‘아, 여기가 과연 천사의 도시 로스엔젤레스 미국인가!’하고생각했다. ‘그 놈의 술이 웬수라고.’

***
 
 

 중규는 옷 수선하는 초자 견습생이다. 늘 스포츠머리에 청록색의 티셔츠와 아리보리색의 바지를 유니폼처럼 즐겨 입는다. 키는 보통이고, 몸은 적당하게 균형 잡힌 몸매다. 얼굴은 눈매가 살짝 올라가고 입술은 도톰했다. 오뚝한 콧날에 백인처럼 우윳빛의 색채를 띤 얼굴이다. 청록색의 티셔츠는 그의 얼굴과 잘 어우러져 깔끔한 인상을 준다.     

 중규는 깔끔한 인상과는 달리 그에게 할당되는 자질구레한 일에도 아무 불평 없이 모든 허드렛일을 도맡아 해냈다. 일거리가 많았다.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 이외에는 정신없이 일해야만 했다. 중규는 옷 수선 매장에서 보조로 일하고 있지만, 다니는 곳이 제일 잘 나가는 옷 수선 매장이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으로 일한다.

 중규는 아무 쓸모없는 옷들이 그의 손에 거쳐, 아름다운 날개로 재생될 때마다 짜릿한 느낌이 온몸으로 번져갔다. 희열이 화환 되어 기쁨의 도가니로 만들어졌다. 그의 피나는 노력은 그를 얼마 안 가 견습생이라는 딱지를 떼게 했다. 그의 손을 거쳐 나간 옷은 백 프로 고객에게 만점의 합격품을 안겨주었다. 오히려 오너가 여자 기술자보다 초자가 더 일을 잘한다고 격려한 것이 때때로 시기의 대상이 되었고 시기로 골탕을 먹곤한다. 하지만 그는 그런 시기 질투는 소인배들이나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럴 때마다 더 열심히 일하며 묵묵히 일에만 열중했다.

 중규는 남에게 존경 받게 되는 사람은 남을 먼저 존경 한다가 그의 지론이다. 또한 존경받는 사람은 겸손해야하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했다. 어떤 소인배는 소나 돼지 대하듯, 그 위에 군림하여 초마다 분마다 높아진 온도 견디지 못하게 하여, 결국 분통으로 뒤집힌 얇디얇은 양은 냄비처럼 황량한 대지 위의 벌판 만든다. 비로소 문제가 발생한 후에야 인적이 드물고 밤 어둡고 별이 쏟아지는 새벽녘, 돌이킬 수 없는 현실 속에, 눈물의 소인배로 전략된 모습을 발견하며 통곡할 것이라고는 관점으로 스스로를 위로한다. 

중규는 견습생을 탈출한 초자다. 그는 그 바닥의 매서운 바람을 잘 안다. 하지만 그의 입가에선 언제나 웃음이 그의 얼굴에 베어 있다. 오너의 배려 때문이다. 그이유로 감사가 마음에서 떠나지 않아 매 순간 순간 싱글벙글 웃음꽃이 피어났다.

그날도 묵묵히 일에만 열중하다 보니 쉴 틈 없이 8시간 동안 옷을 수선하였다. 오너는 그가 어린 나이인데도 어찌 그리도 딴 눈 안 팔고 묵묵히 자기 길을 잘 가는 지. 그 모습에 조금이라도 그의 일손을 덜어 주려고 손님의 주문 사항인 “팔을 자르고 짧은 소매로 만들어 주세요.” 주문이 왔을 때도 오너는 “아니, 멀쩡한 팔을 왜 잘라 병신 만듭니까. 이 옷은 긴 팔로 입는 것이 최상의 스타일이니 그냥 가지고 가슈”라고 일손을 덜어 주려고 애썼다.

 오너가 종업원의 일손을 줄여주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오너는 중규의 일 손을 덜어 주려고, 그냥 긴 스타일로 입으라고 권했던 것이다. 손님은 오히려 옷 수선집의 정직성이 맘에 든다고 고집부리며 맡기고 갔다. 오너의 정직성과 중규의 뛰어난 옷 수선솜씨가 입으로 전달되었다. 그 소문에 소문은 날개 치며 꼬리를 물고 소문에 소문으로 이어졌다. 중규는 덕분에 견습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항상, ‘바쁘다 바빠’가 그의 애칭이 되었다.

***


 
중규는 쉴 틈 없이 일만한다. 그 이유로 집에 오기도 전에 피곤했다. 피곤이 물밀듯 덮쳐 왔다. 그러던 어느 날, 침대에 누워 천정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맥아더 공원에 가득 차 있는 오만 가지 얼굴이 겹치고 겹쳐 그의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지나가는 행렬 속에 그려놓은 용무늬와 호랑이무늬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수많은 문신이 거리를 활보하던 군중 속에 나풀거린다.

수많은 무늬는 마치 지옥의 사자가 사람들을 지옥으로 끌고 가는 사슬 같았다. 사슬이 둥그렇게 원이 되더니, 그 원이 빙글 빙글 돌아 갑자기 해골로 바뀌었다. 그 해골의 형상에서 혓바닥이 쑥 나와 뱀의 혀처럼 갈라졌다. 갑자기 ‘쉬-이’하고 소리를 내며 중규의 얼굴 가까이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날름 집어 삼키려 했다. 깜짝 놀라 누웠던 몸이 반사작용으로 벌떡 일어섰다. 온 몸에 소름이 닭살처럼 돋아 나왔다.

마주보이는 침대 위의 아내를 보니, 세상모르고 꿈나라로 긴 여행 중이다. 중규도 피곤한지라 정신이 멍멍하고 다시 안개가 눈앞에 그물 쳐왔다. 비몽사몽 꿈인지 생시인지 아득하기만 했다. 그 후로도 버스를 타고 맥아더 공원이 만나는 윌셔와 알바라도 길을 지나칠 때마다 생각났다. 언제인가 천정 위에서 해골이 아른거리고 해골에서 나온 혓바닥이 중규를 집어삼키려 했던 환영幻影이다. 그 해골이 눈앞에 자꾸 아른거렸다.

해골이 아른거릴 적마다 성경을 기억해 본다. “생기야 사방에서부터 와서 이 사망을 당한 자에게 붙어서 살게 하라”

–대언하였더니 생기가 그들에게 들어가매 그들이 곧 살아 일어나서 서는 데 극히 큰 군대더라.

마치 TV 역사드라마같다. 쓰러져 죽어가던 패잔병들이 지휘관의 “돌격 하라!”는 명령에, 일시에 일어나 돌격하듯 어디서 힘의 근원이 생겼는지…. 전진하는 군사들의 외침과 마른 뼈의 영가가 오버랩 되었다. ‘뼈의 영가’는 생명을 얻게 된다는 뼈의 이야기! 널리 흩어진 마른 뼈들이 다시 연결되어 생명을 얻게 된다는 <마른 뼈>의 영가. 아내와 함께 관람했던 것. 언제인가 아내와 대화 했던 내용이 다시 뇌리 속을 스친다.

‘발가락뼈로부터 시작하여 이상한 소리를 내며 뼈들이 붙는 과정에 여러 타악기가 동원하여 만든 곡이다. 하지만 ‘아무리 뼈들이 연결되고, 힘줄이 생기고, 살이 오르며, 가죽이 덮어져, 사람 같아 보이지만 생기가 없다면 생명력이 없는 그냥 죽은 사람 같단다. 새들이, 출렁이는 분수의 노랫가락에 춤추며, 노래하는 아름다운 작은 숲이 살아 숨을 쉬고 있어도. 마약하고, 술에 취해. 제 정신이 아닌 사람을 보면. 그들이 살아 있기는 하지만 생기가 없는 사람 같다고. 생명력이 없는 저들에게 만약, 생기가 들어간다면….  얼마나 안타까워 했던가” 그렇지, 생기가 들어간다면. 생기, 생기… 생기라. 중규는 자꾸 <생기>를 되 뇌이며 조아려 본다.
***


중규는 일류 기술자가 되었다. 몇 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손놀림이 빨라져 명성을 날리게 되었다. 그러나 한결같이 잔꾀를 부리거나 거드름을 피우지 않는다. 그런 모습의 중규를 보고 시샘하던 종업원들도 이젠  하나같이 입을 모아 한마디 한다. “중규 씨가 우리 옷 수선 집에 없었으면 어떻게 됐겠어.” 사실 그랬다. 개인적으로 경조사가 있어 직원이 출근하지 못하면 자청해서 중규 차지였다.

 아내는 남편의 성실함에 위로하며 격려하는 든든한 백그라운드다. 물론, 자나 깨나 일만 하는 중규에게 아내는 답답해 때때로 푸념하듯,“허니, 당신은 너무 멋져. 하지만 너무 일에만 매달리는 일 벌레야. 쉬엄쉬엄 했으면 좋겠어.”애교 섞인 말로 요구하지만 중규는 언제나 ‘쇠기에 경 읽기’다. 그의 아내가 투정해도 그냥 웃을 뿐이다.

 중규의 아내는 그런 모습이 늘 안쓰러워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오면 “여기 누워보세요. 밟아 줄게요.” 그들은 자식이 없어도  오순도순 다정한 잉꼬부부다. 또한, 같은 매장에서 일한다. 아내의 시간대는 항상 같지 않았고 분야도 달랐다. 하지만, 오랫동안 함께 일하다 보니 서로가 격려하며 지냈기에 늘 친구같다. 중규에게선 아내는 때로는 누나처럼 다정하고, 엄마 품처럼 따스하다.

 부부 사이에는 허물이 없지만 잠자리만큼은 편안함을 얻기위해 같은 침대를 쓰지 않았다. 같은 침대를 쓰자고 서로가 신호 할 때면 그녀 옆으로 다가와 그녀의 부드럽고 윤기 흐르고 빛나는 검은 머릿결을 매 만진다. 그리고는 흥얼흥얼 노래한다. “남편은 아내 좋아, 땡! 아내는 남편 좋아, 땡! 눈~ 땡, 코~ 땡, 입~ 땡, 우리는 행복한 닮은 꼴, 땡땡이 부부. 땡! 땡!” 노래가 끝나자마자 중규는 아내의 입술에 길고 긴 입맞춤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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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규는 가끔 피곤한 상태에서 일거리를 가지고 온다. 그는그 일거리를 책상 주변에 늘어 놓아 쓰레기 더미로 보인다. 치우지도 않은 상태로 일주일 혹은 보름까지 간다. 그래도 그녀는 한마디라도 짜증을 내거나 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다. 오히려 건강을 염려해주며 위로해 준다. 아내가 자기의 모든 것을 받아 주는 것을 보며, 사랑은 함과 같은 거라 생각했다.

 때로는 버려야 할 쓰레기 같은 중규의 생각까지도 그녀 마음 안의 함 속에 담았다. 그녀는 아무리 남편의 생각이 자기의 방법하고 다르다고 생각해도 그것에 대해 용수철처럼 튀지 않는다. 가슴에 새긴 것을 조심스럽게 하나씩 분석하며 한 박자 쉬며, 다시 분리수거해준다. 그럴 때마다 중규는 늘 아내의 격려와 사랑에 눈물겹다.

 아내의 모습은 아이를 낳지 못한 탓인지 아직도 여대생 같다. 찰랑거리는 그녀의 긴 머리가 그랬고. 뱃살 하나 없는 그녀의 균형 잡힌 몸매가 그렇다. 한국에서 도미한 여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듯’ 쌍꺼풀 수술을 하여 외모까지 맞추려 한다.

 쌍꺼풀 수술하는 사람은 거의 구십 프로 이상이 콧대도 높인다. 얼굴의 균형을 위해서다. 그러나 그녀는 성형의 기본 하나 터치하지 않은, 순수한 한국인의 얼굴을 고수하고 있다.

그녀가 웃을 때는 보조개가 살짝 들어가 해 맑은 18세 소녀 같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에 단지 립스틱만 살짝 펴 바른 그녀의 모습은 자신 있고, 당당함으로 오히려 그녀의 모든 것을 표현하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당당한 그녀에게도 문제가 생겼다. 그녀가 어린아이를 낳지 못한 까닭에 폐경이 일찍 왔다. 그녀의 나이가 38세다. 그때부터 심리적 압박감에 우울증으로 몸이 급속도로로 하강했다. 결국, 집에서 휴식을 취해야만 했다.

그녀의 몸운 좀처럼 회복 되지않았다. 집에서 쉬는 것 보다 정신 건강을 위해 팟 타임으로 일하라는 의사의 권유로 2시간만 일하고 퇴근을 먼저 한다. 그래서 항상, 남편에게 미안스런 마음이다.

 그녀는 남편의 건강을 위해 일하는 시간을 줄이라 권고한다. 하지만 일에만 온 정신이 빠져 있어, <일 벌레>라고 닉네임을 붙여 주었다. <일벌레>라고 그녀가 놀리면 중규 역시 그냥, 웃을 뿐이다. 아내는 투정해도 말없이 받아 주는 중규의 그런 모습에 고마웠다. 그녀 역시 사랑은 함과 같은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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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바람을 타고 중규머리 일부를 벗겼다. 또한 그에게서 그녀를 빼앗아 갔다. 그탓에 슬픔이 메아리치나 가슴에 묻는다. 하지만 ‘슬픔을 나누면 반으로 줄어들고,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이 중규 가슴 속에서 메아리 쳤다.
 
 중규의 슬픔은 그 누구와 나눌수 없는 슬픔이었다. 황량한 사막의 한 벌판처럼 가슴이 말라갔다. 그녀의 빈자리는 그를 계속 나락으로 떨어뜨려 내려갔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가슴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나비 한 마리가 어느 날 중규의 귓가에 속삭인다. “잎이 돋아나는 하늘가에 밤새 어느 것 하나 완성할 수 없음이 인생이라고.” 중규는 생각이 깊어진다.

 밤새, 미로 속을 돌고 돌아 마음의 엉킨 실타래 속에 피곤한 눈길로 널 푸른 호숫가로 달려가도 찾을 수 없는 실마리가 우리네 인생이라고. 마음에 엉킨 실타래를 햇빛에 실어온 생각의 가위로 잘르면 풀리는듯하다 도로 원점인 것이 우리네 인생이라고.
 
 중규의 뇌리는 온통 거미줄로 뒤범벅 되었다. 밤새 미로 속을 달리고 또 달려도 도로 원점인 것이 우리네 인생인 것을 깨닫는다. 달이 깊은 푸른 밤이다. 비로소 중규 자신을 내려놓으니 구원의 은총이 속삭인다. 한 줄기의 빛줄기가 구원의 노래 되었다. 은하수 날갯깃으로 은빛 새벽 지나 구원의 은총이 미완성을 완성하는 아침이다.

 넓은 호숫가. 마침표 하나가 하늘 높이 고운 무지개 피며 떠 있는 것이 보였다. 해맑은 하늘가에. 중규는 그날 아침. 하늘 무지개 속 마침표가 찍혀 있는 그녀의 웃음 짓는 모습을 하늘 거리에서 발견하곤, 다시는 슬퍼하거나 외로워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일상으로 돌아와 더욱 더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아가듯 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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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더 이상 알바라도 길을 지나치지 않았다. 그가 옮긴 거처는 버질 1가였기에 윌셔와 알바라도를 갈 필요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곳을 우연히 지나치게 되었다. 많은 선교사가 확성기를 어깨 위에 걸치고외치고 있었다. 오만 가지 잡동사니 모습을 한 형상들을 지옥의 사자가 사슬고리를 엮어서 시뻘건 불덩이 속에 넣으려고 온힘을 다해 지옥으로 끌어당기는 것을 보는 것 같았다. 확성기로 외치며 지옥으로 끌려가는 그들은 탈출시키려는 듯 마이크를 입에 대고 외쳤다.

 “헤 소스 데 어마 무초, 요 소이 베가도( Jesucristo! Te ama….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 합니다. 나는 죄인입니다. 당신도 죄인입니다. 성경은 말씀하길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기에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한다고 확실하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죄의 삯은 사망이고 지옥행입니다.하지만 그리스도 예수안에서 얻는 은혜는 영원한 생명을 얻어 천국에 갑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예수님이 죄에 대한 구세주라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스페인말로 세례 요한이 광야에서 외치듯 목청이 터지라고 나팔을 불고 있었다. 그들이 입은 조끼에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라는 문구가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어 인쇄된 글씨가 바람에 깃발처럼 날리고 있었다. 그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그들의 일상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중규는 그 광경을 보고 ‘그 옛날에 내가 이런 광경 봤다면, 참!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라고 생각하며 ‘저런 것들이 지금 먹혀들 일인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되었다.

 그는 생각하기를 ‘참 멍청한 짓이다. 누가 돈도 안주는 일인데 어떻게 저렇게 열심히 할 수 있지.’ 바보 같은 행동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는 다시 생각하길 ‘저렇게 허비하는 시간에 내 일이나 도와주면 돈이라도 벌 텐데….’ 씁쓸한 쓴웃음이 그의 목젖으로 넘어갔다. 그러다가 ‘아냐, 저런 것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지. 그래, 저것은 멍청한 짓이 아니라, 너무 멋진 일이지. 암, 그렇고말고.’

중규 자신도 한 때는 이 곳을 지나칠 때마다 “생기야 사방에서부터 와서 이 사망을 당한 자들에게 붙어서 살게 하라! 반드시 살지어다.’ 마음속으로 외치고 또 외쳤음을 기억하며왠지 쑥스럽워 입가에 쓴미소를 한다.
 
 그의 뇌리 속에서 다시 <마른 뼈Dry Bone>의 영가가 울려 퍼졌다. 널리 흩어진 뼈 조각들이, 그것도 그 뼈들은 아주 바싹 마른 뼈들이었고. 그 뼈들이 다시 연결되어 생명을 얻게 된다는 내용, 그는 다시 그 옛날 사랑했던 아내와 대화 했던 내용이 뇌리 속을 스쳤다.

“중요한 것은 생기가 없다면 바짝 마른 뼈들이 연결되고, 힘줄이 생기고, 살이 오르며 가죽이 덮어져 사람 같아 보이지만 그냥 사람일 뿐이지. 생명력이 없는 그냥 죽은 사람!” “허니, 허니 말이 맞다. 생기가 없다면 죽은 사람이지. 저기 아름다운 작은 숲이, 살아 숨을 쉬고 있어도. 저곳에서 마약을 하고 술에 취해 제 정신이 아닌 사람을 보면, 살아 있기는 하지만 생기가 없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어. 생명력이 없는 저들에게 생기가 들어간다면….” 어느새 부정이 왔다 긍정이 꽃을 피웠다.

 중규가 집에 돌아와 지그시 눈을 감고 생각 했다. 그 옛날, 그가 개인적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외치거나 전한 것은 아니었다. 허지만 그곳이 너무 추악한 곳이기에 <마른 뼈>(Dry Bone)의 영가를 생각하며 마음으로나마  외쳤던 기억이다. 하지만 피곤해서 인지 가물가물 하다. 다시 도전해 보고 싶은 열망이 꿈틀거렸으나 다시 육신의 피곤이 물밀듯 밀려왔다. 몸과 마음이 아득히 먼 옛날의 그림자 속에서부터 다시 더욱더 멀리 떠밀려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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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너는 중규에게 유산 상속할 것을 결심한다. 결정하기까지는 복잡했다. 자녀들이 유산 상속을 받으려고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큰 아들이 하와이에서 관광사업을 위해 자금을 필요로 했고. 막내 딸 역시 마켙 확장을 위해 자금이 필요로 했다.

오너는 갈등하였다. 하지만 변호사 선임으로 유산상속을 자녀들 앞으로 똑같이 나누워 배분했다. 우여곡절 속에 결국 자식이나 비영리 단체나 사회에 내 재산을 환원하는 것보다, 수십 년 동고동락(同居同樂)한 중규에게 물려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다시 싸인한다.

 오너가 유산 상속자로 중규를 결정한 이유는 이웃이 사촌인 것처럼, 중규가 18세에 견습생으로 입사했던 그날부터, 자식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또한 중규가 묵묵히 자기길을 가면서도 타인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줄 아는 정신으로 살아 왔기에. 그 이유 하나 만이라도 중규가 사회에 기여하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오너는 중규가 입사하던 시기에 중규에게 권고했던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너는 별들 중에 중간이 아닌, 별 중에 최고가 되라. 너의 이름이 최 중 규’이지만, 사고방식을 바꾸어라. 너의 이름을 지어준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뭐든 적당히 중간으로만 노력하고 살자’라는 사고방식을 버리고 최고가 되어라.” 그렇지. 내 권고 대로 중규는 참, 열심히 일해 줬지! 암 그렇고말고. 오너는 수선 집과 유산 상속을 중규에게 물려주는 것이 더 올바른 일이라 믿었다. 중규가 지금까지 오너의 권고 대로 따랐기 때문이다.
중규가 입사한 후부터 옷 수선 집에서 일하면서 백팔 십 도로 회전하여 승승장구의 건실한 성공자로 변신했고. 이젠 중후한 중년의 티가 났던 게다. 오너는 백발이 성성한 나이가 되었다. 이젠 쉬어 가야 할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산이 나를 부르고 강이 나를 부르니, 덩달아 들판도 나를 부른다. 내가 구름이 되어 산꼭대기에 올라가고, 내가 나뭇잎 되어 강줄기 따라 항해하고, 나비가 되어 들판에 다다르니, 모두가 하늘 속에 핀 꽃 되어 영원을 노래한다. 이제 영혼의 호흡이 생명수 강가로 나를 이끌고, 기쁨의 꽃씨가 뿌리내려 열매 맺을 날 가까이 왔도다. 머지않아 백합화 향기 가득한, 에덴을 향하는 길목이 나를 부를 거라네.’조용히 하늘을 우러러 보며 마음으로 찬양했다.

 오너가 전폭적으로 중규로 낙점하기로 결심이 끝나자 오너는 가게를 그에게 물려주고 상속자 서류를 넘겨줬다. 오너는 노년을 편히 쉬겠다며 그의 고향인 하와이로 떠났다. 마치 부화된 연어 치어가 태평양으로의 긴 여행을 마치고 어머니의 품속 같은 물 냄새를 기억하며 돌아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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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규의 외모에서도 중후한 멋스러움이 풍겼다. 또한, 베레모 쓴 모습의 전차를 타고 성공이라는 열차에 한 발을 내딛게 되었다. 그는 집도 베버리 힐로 장만해 옮겼다. 매장도 ‘손끝에서 손끝’이라는‘핸드 오브 핸드 메이커’에서 브랜드 네임을 ‘러브리 내추럴’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바꾸고, 자연을 소재로 장식했다.

 그의 매장에 들어서면 지저귀는 새소리가 들려왔다. 오른쪽 벽에는 담장이덩굴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마치 작은 모형의 풍차가 놓여 있는 구라파를 연상케 했다. 듬성듬성 고목을 토막으로 잘라 그루터기를 의자로 삼아 앉을 수 있게 장식해 놨다. 왼쪽 벽면 밑에는 초가집 모형이 놓여있다. 그 옆에는 물레방아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왼쪽 벽 밑에도 잔디가 깔린 그 위에 듬성듬성 고목의 통나무를 잘라 의자로 앉을 수 있게 장식해 놨다.

 그루터기에 앉아 그윽한 커피 향을 음미하며 마실 수 있는 매장은 자연히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어 그곳이 아예 고품격의 명품을 약속하는 닉네임의 장소가 된 듯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고가의 명품 회사에서 서로 전시하겠노라 줄서게 되었다.

 자릿세로 전시 판매하며 많은 수익을 올리게 되니 빠른 속도로 성공의 전차를 달리게 되었다. 15,000스퀘어피트로 새롭게 확장 공사한 거대한 매장이 고수익으로 나날이 일취월장日就月將했다. 만든 새로운 제품마다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그는 오너가 말한 이름대로 최중규, 별 중에 최고 톱스타가 되었다.

 ‘최(높을 최崔) 중(가운데 중中) 규(별 규奎)’그의 새로운 디자인이 유명세를 타 명품의 신화가 이어져 갔다. 그는 늘 소비자를 위해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소비자가 구두 한 칼레를 사서, 구두 위에 다른 색상을 바꾸는 장치를 만들어 새로운 구두를 탄생시켰다.

 일석 이조 삼조의 효과를 얻게 만들었다. 또한 소비자들의 선택에 따라, 컬러를 옷 색에 맞출 수 있도록 디자인 했다. 핸드백 역시 앞과 뒤의 색을 다르게 했다. 이를테면, 푸른색 계통의 옷을 입었을 때는 푸른색이 앞을 향하여 착용할 수 있도록 했고, 흰색 계열의 옷을 입었을 때는 흰색이 앞으로 향하게 디자인했다.

 옷 역시 소비자가 옷을 한 벌 사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입을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 망토가 치마로 바꿀 수 있도록 패션을 연출하게 한다. ‘꿩 먹고 알 먹기 식’ 연출법이다. 제품의 성공은 그의 호주머니 속 지갑을 두둑하게 했고 통장 잔고는 나날이 늘어갔다. 차도 최신형의 멋진 차를 뺐다. 그는 ‘바쁘다 바빠!’를 외치며 신바람이 났다.

 이제 그의 마음 속 슬픔은 사라졌다. 어깨춤이 저절로 춰지고, 콧노래가 가슴으로부터 울려 펴졌다. 그는 승승장구로 최악의 불경기에 기업들이 여기저기서 팍팍 쓰러져 파산에 파산으로 신음하고 있을 때다. 잠시 보증을 잘못 서 파산도 할 뻔도 했다. 하지만 경영상에는 문제 없었기에 시간이 해결해 주었다. 도리어 지칠 줄 모르는 지혜와 용기는 봄날의 향기 되어 수맥을 따라 물오르게 했다.

 중규의는 짙은 신록의 푸른 계절 속에 알알이 익어 가는 청포도처럼 달리자 완성을 향해 다짐하고 다짐한다. 결국 기쁨의 내일이 오늘로 바뀌어 열매를 따먹게 되었다. 중규는 지칠줄 모르는 새 힘이 날마다 용솟음쳤다. 그는 생각했다. ‘나와 소비자가 하나가 될 때, 그 사랑이 승화되어 꿈이 노래한 것이라고.

 그는 희망이 무지개 꽃 피워 들판 달릴 때, 아무리 경기가 어려워 절망의 그림자가 폭풍처럼 몰려와도, 희망의 무지개 꽃이 하늘 거리 오색 광채로 어두움 사르게 되었고. 미래 펼쳐 노을 걷힌 후, 해 기다림은 소비자와 하나 된 사랑이 두 손 모아 기도로 지새운 밤 지나, 무지개로 핀 아이디어가 하늘 가득 활짝 열어, 새로운 디자인으로 함박꽃을 피우게 된 거라고 생각했다. 또한 그는 익어가는 벼이삭처럼 겸손했다.’
중규가 우연한 기회로 멕아더 공원을 지나게 되었다. 많은 선교사가 확성기를 어깨 위에 걸치고 마이크를 입에 대고 외치고 있었다. 헤소스 데어마 무초(하나님은 무척 당신을 사랑합니다.)” 아,언젠가 이 자리에서 저 소릴 들었지. 그리고는 저 복음이 먹혀 들어가겠냐고 의심했지!’ 하지만, 그 마이크 소릴 듣는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천사의 미소가 번져 올랐지. 곧이어 “요소이 베가도...(나는 죄인입니다. 그리고 당신도 죄인입니다.)”라고 말하면 ‘그래 우리 모두는 죄인이다.’라고 알아듣는 듯 빙그레 웃으며, 귀를 기울였지. 그렇다.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나를 위해서 피 흘려 죽으시고, 사흘 만에 살아나셨다. 예수님을 이 시간 구주로 모셔드리면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하나님 나라에 갈 수 있지. 나는 알고도 왜 알리지 않았을까...’ 머리가 숙여진다. 

지나가던 청년도 욋침전도 소리를 듣고 마음에 찔려왔다. 항상 지나가던 공원의 호숫가다. 또한 늘 들리는 소리였다. 하지만 갑자기 아침에 발을 압정에 밟혀, 찔린 발가락의 애림이 가슴 속에 파고 쳐 요동쳤단다. 다쳤을 당시의 지나친 아픔이 갑자기 확성기에서 들리는 소리와 오버랩 되었고. 심연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치더니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그래, 나는 아침에 내 잘못으로 압정에 발을 밟혔는데 예수님은 내 죄 때문에 십자가에서 피 흘려 못 박혀 돌아 가셨지. 그리고 날 위해 다시 살아 나셨어. 3일 후에. 그것을 내가 믿기만 하면 나의 모든 죄가 용서함 받고, 새 사람이 되어 천국백성 되어, 천국에 갈 수 있다고 했지.’예수그리스도를 구원의 주로 마음에 모신 후 청년은 하던 일을 멈추고. 외침전도에 동참하게 되어 외침 전도로 이어 졌다.

 그들의 부르짖는 소리는 향기가 되었다. 그 향기가 산을 지나고 들을 지나니, 세계만방에 휘날려 향기마다 색색의 향으로 옥합 만들어 산 제물 드리고 수많은 사람이 그 향기에 취하여 돌같이 굳은 마음 비단결로 바꿔갔다.

 전도하는 그들의 입술 속에서 ‘이 세상은 나그넷길 잠깐 왔다 가는 세상, 나의 집은 저 천국에 있다’라는 찬양이 울려 퍼졌다. 중규의 마음에도 인생사는 끊임없는 고행이고 푸름 속에 쉬고 싶고, 뭉게구름 속에 누워도 내가 쉴 곳 아니다. 내 마음은 항상 내 본향 내 아버지 집이라고 깨닫는다. 하지만 다시 바쁜 일상 생활에 빠지면 곧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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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원이 어느 정도 정화되어 갔고. 코티 분 냄새로 담장 넝쿨로부터 실바람을 타고 퍼져갔다. 하지만 다시 낙엽이 이리저리 뒹구는 것처럼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나뒹군다. 공원은 언제나 노숙자의 집합소라 싶었다. 맑디 밝은 대낮에 각자의 딱지를 바닥에 깔고 누워있다. 어떤 이는 예전처럼 잔디가 깔판이 되어 한 잔 걸치고 새빨간 고춧가루를 얼굴에 뒤집어쓴 것처럼 시뻘건 얼굴들을 하고 비스듬히 누워 뭔가를 중얼거리며 해롱해롱한다. 대낮인데도 큰 술병을 들고 누워 있는 사람이 많다. 여전히 쾨쾨한 냄새로 불쾌지수가 수위를 넘어 서 있다.

 얼마 있지 않아 환경 미화원이라는 명함으로 M이 팔을 걷어붙였다. M은, 거대한 규모의 M그룹의 회장이었고 빌딩을 운영하는 경영자였다. 이곳 전철역 옆에 웬만한 아파트 들이 다 들어서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곳을 정화하겠다는 것을 감히 엄두도 못 냈다. 그 이유인즉,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총탄 소리에 누가 비싼 아파트에 입주 하겠냐는 것이다. 게다가 한인 타운의 중심지인 윌셔와 버몬트 근처의 아파트는 안정된 장소인데도 경기가 침체기라 아파트 입주자와 상가가 텅텅 비었다.

 매니저는 너무 머리가 아파, 땡 처리 하고 싶을 정도였다. 건물 주인은 회의 때마다 아파트 입주 관계로 안건을 받았으나 번번이 부결시켰다. 그래도 신문, 잡지, TV에 입주광고를 냈다. 아파트가 대기 오염이 많은 곳인데 비해 비싸다는 이유로 입주하는 사람들이 점점 멀어져 갔다.

 아파트와 상가를 위해 건물주는 의견을 모았다.
 
“여러분의 아이디어를 공모 하겠으니 일주일 동안 아이디어를 생각해 보십시오. 아이디어에 대한 상금은 3,000달러입니다.”  직원 마이클은 저녘 시간에, 회의 결과를 말했다. 부인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한 가구 입주 시키면 한 달 방값을 깎아 주거나, 1,000달러를 수고비로 준다고 공약 한다면, 빨리 입주해 오지 않을까. 어차피 비어놓는 것보다 빨리 입주 시키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니.”  결국, 마이클의 아내 아이디어가 당첨되어 한 가구를 입주시키면, 그 댓가로 $1000 주겠노라고 결정이 되었다.

 1년 동안 텅빈 아파트가 날개 돋친 듯 입주가 완료됐다. M회장의 윌셔와 버몬트의 아파트는 초기 입주에는 실패였다. 하지만 다시금 계획한 것은 중간 소득아파트를 짓기로 결정하였다. 계획대로 진행되니 3년에 걸쳐 아파트를 90%만 완성한 채 입주, 한 달 보름에 걸쳐 완벽하게 입주가 완료되었다. 서서히 쓰레기장 같은 주변이 정리 되어 갔다. 전철역도 새롭게 단장했다.

 알바라도 길도 경찰의 단속이 심해졌다. 그결과 다행히 잡상인들도 난잡해 지지 않았다. 웨스트 레이크 7가에서 윌셔 사이가 정돈되어갔다. 또한 전철 바로 뒤편에 대략 9,000스퀘어피트 정도의 파킹에 10분간 무료 파킹 후 티켓을 발급하기 위해, 경찰이 자주 왔다 갔다 했다. 그 덕분에 잡상인이 줄어들었다. 거리가 점점 깨끗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어수선했다. 얼마안가 다시 낮이면, 홈리스들의 집합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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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규는 이제 매장을 49군데나 열어 부(富)도 많이 축적 했다. 그는 50군데를 목표로 착오 없이 전진하였다. 드디어 빌딩이 그를 기다리고 50층으로 된 고층빌딩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는 천만 장자의 반열에 오르는 기암을 토하고 있었다. 번쩍번쩍한 황금빛 에스컬레이터 손잡이와 선홍색의 카펫이 그를 눈이 부시도록 디자인하여 여러 사람에게 각인시켰다.

 만약 계약이 체결된다면 그가 견습생으로 일한 때부터 오늘까지 계산해보니 44년이 되었다. 감개무량했다. 중규의 나이 연초록 18살, 그때는 입에 풀칠하기 위해 얼마나 바동거리며 살아왔던가. 중규는 설렘과 부푼 가슴으로 50층의 빌딩 계약을 손꼽아 기다렸다. 계약하기 위한 날짜가 보름 정도 남았다. 그의 지칠 줄 모르는 힘의 근원 속에 분주한 날이 흘러갔다.

 꿈에 그리던 날이 3일 남은 날이다. 알바라도와 윌셔를 지나치게 되었을 때다. 확성기 소리가 들려 왔다. 헤 소스 데 오마 무초. 헤 소스 데 오마 무초. (하나님은 당신을 무척, 사랑합니다.) 확성기의 외침이 하늘 끝 향하다 다시금 그의 가슴에 꽂히는 날 센 칼날 되어, 그의 가슴팍을 도려내는 듯했다. 벌써 3번째 듣는 욋침이다.

 이번엔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라는 흰색으로 문구가 새겨진 붉은 조끼가 그의 눈앞에 아른거리며 눈과 귀가 맞닥쳐질 때였다. 그의 내리 속에서 온통 ‘헤 소스 데 오마 무초! 헤 소스 데 오마 무초!’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중규에게 갑자기 젊은 시절 언제인가 그 곳을 지나치다 성경에서 읽었던 말씀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리고는 갑자기 원인 모를 답답함이 그의 가슴을 꽉 메우고 있었다.

 중규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콜라를 마셨지만 역부족이었다. 소파에 누워 있다가 침대로 들어섰다. 이제 그도 백발이 성성한 노인네가 되어 있었다.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뜨는 순간, 성경책이 그의 시선을 멈추게 했다. 수 십 년 동안 아니, 그곳으로 이사 온 후 바쁘다는 핑계로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성경책이 아닌가.

 성경에 가득 쌓인 먼지를 입으로 훅 털어 창문 밖으로 날렸다. 회색의 눈송이가 날아가듯 바람결에 훨훨 날아갔다. 그는 그것을 바라보며 자기 안에 지금까지 쌓아둔 온갖 더러운 것들이 일시에 떨어져 나간 듯했다. 그리고는 성경을 뒤적거렸다.

 청년 시절에 스쳐갔던 해골 골짜기가 기억났으나 중규의 뇌리에서는 텅텅 소리만 울려 퍼져갔다. 성경의 어느 곳을 펴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하고 답답했다. 이곳저곳 뒤적거렸다. 갑자기 한 곳에 시선이 집중되었다.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예비한 것이 뉘 것이 되겠느냐!”

 누가 복음 12장 16절에서 21절이 신기하게도 툭 불거져 나와 춤을 추며 눈앞에 나풀거렸다.

“그 부자는 생각하기를 내가 곡식 쌓아 둘 곳이 없으니 어찌할꼬! 하고 또 내가 내 곡간을 헐고 더 크게 짓고 내 모든 곡식과 물건을 거기 쌓아 두리라 또 내가 영혼에게 이르되 영혼아 여러 해 쓸 물건을 많이 쌓아 두었으니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자 하리라 하되 하나님은 이르시되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예비한 것이 뉘 것이 되겠느냐 하셨으니 자기를 위하여 재물을 쌓아 두고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치 못한 자가 이와 같으니라.”

중규의 뇌리에서는 ‘재물을 쌓아 두고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치 못한 자가 이와 같으니라 자나 깨나 이와 같으니라...... ’

 한 마리 벌이 날아와 그의 귓가를 앵, 하고 울렸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침대에만 누우려 하면 앵앵거렸다.

 중규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공원의 벤치에 앉아 있는 노숙자들이 아른거렸다. 인간이 살아가는 기본 요건은 의. 식. 주이다. 머지않아 닥쳐올 겨울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에 떨고 있을 그들이 생각났다. 이곳의 동짓섣달은 춥고 매서움은 아니지만, LA는 가끔 을씨년스럽게 비가 쏟아져 내려 그들을 괴롭게 하지 않는가!

 캘리포니아는 우기雨氣가 겨울이다. 비가 와야 물 부족으로 어려움 당하지 않는다. 다른 지역에서 물 수입하지 않아, 비가 많이 내리면 예산을 축내지 않아 돈을 번다. 시에서야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공원의 벤치 위에서 불안에 싸여 벌벌 떨고 있는, 집 없는 사람의 서러움인 주거의 고통으로 얼룩진 얼굴이 아른거린다. 의. 식, 주 중 주거의 고통 속에 집 없는 사람 홈리스(Homeless people))들을 생각하니, 갑자기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도미했던 시절이 아득히 밀려, 눈앞에 아른거렸다.

 한국에서 가지고 온 몇 푼 안 되는 500달러를 아껴 쓰느라고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아끼고 아꼈어도 결국 노숙자로 전락하여 갈 무렵에 운 좋게 강아지와 산책 나왔던 아내를 만나게 되었다.-지금은 세상에 없지만- 그때 아내의 도움을 받아 노숙자 신세는 면하게 되었다. 30여년 아내와 함께 동고동락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중규는 다음날 시간을 내어 맥아더 공원벤치에 앉아 보았다. 그의 무릎 위에 낙엽이 하나 떨어졌다. 그 옛날 읽었던 오 헨리의 <경관과 찬송가>의 주인공 소피 위에 떨어진 낙엽 하나가 생각났다. 그것은 잭. 프로 스트씨 (서리가 가리키는 말)의 명함으로 묘사했던 것처럼 그의 가슴으로 낙엽이 서리 된 듯 칼날 같은 느낌으로  가슴에 저며 왔다.
 
 그 소설에서는 ‘잭씨는 룬펜 회관의 문지기인 북풍에게 명함을 꺼내주고 그곳에 들어 있는 사람에게 준비할 것을 일러 주었다.  소피는 월동준비 예산위원회의 의원이 될 각오 때문에 불안에 싸여 몸을 떨고 있다.’라고 묘사되어 있던 글이다. 벌써 수 십 년이 지났는데 갑자기 그 글자들이 성큼성큼 다가와 중규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는 게 아닌가.

 중규는 생각하기를 주인공 소피가 오죽했으면 월동대비책으로 뉴욕 교도소를 추위의 피난처인 섬으로 착상하여 3개월을 섬에 가기 위한 묘책을 연구했을까! 뉴욕 교도소를 장밋빛 섬으로 계획하며 피난처인 휴양지로 택했던 걸 생각한다. 눈을 지그시 감는다.

 그 동안 성공을 위한 목표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렸다. 주변을 살피지 못했던 자신을 거울로 보는 듯했다. 사람들로부터 지금까지 겸손하고 덕쓰럽다 칭송받았다. 하지만 조그만 구멍가게 옷 수선공이 잘나가는 디자인이 되자.  그 공원이 추하고 더럽디 더럽다는 생각에 외면했다.

 중규는 그후 거처를 옮겼다. 그리고는 그곳을 스치지 않기 위해 다른 길로 가다 보니 아예 그곳이 잊혀갔다. 하지만 지금 그의 내면에 자리 잡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 그의 가슴 속에서 움이 터 싹이 나와 그를 괴롭혔다. 그는 다시 생각에 잠긴다. 이번에는 기억의 주머니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나풀나풀 거리며 중규에게 다가왔다.

 중규가 견습생 명찰을 달고 일 속에서 일중독으로 헤매던 시절이다. 인생의 연초록 시절이다. 지나칠 때 마다 이곳에 와서 쉼을 얻기 위해 얼마나 갈망했었는가. 50미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버스로 지나칠 때면 생각의 주머니에서 스멀스멀 나비 한 마리가 중규 속에 새봄을 노래하듯 속삭였던 그 시절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중규가 회환이 되어 지그시 눈을 감으니 기억의 주머니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나풀거리며 그를 안내했다. 연초록의 푸른 숲을 마음에 담고, 푸르름 속에서 인생의 집을 짓기 위해 벽돌을 하나씩 쌓아 올려 가던 시절이었다.
 버스로 알바라도를 지나칠 때면 어김없이 나비 한 마리가 찾아와 노래하며 속삭이었다. ‘네가 만일 아침에 산책한다면 몽실몽실 스치는 바람이, 연 초록 풀피리 향연 속에 싱그럽게 꿈 열어, 생글생글 눈웃음치고, 햇살은 눈부시게 꽃잎 헹궈, 푸른 들판 말달리자 고운 눈길 따스한 손길에 널따란 푸른 잔디 속 하늘 끝 푸르름으로 노래하고. 푸른 하늘 닮아, 오늘 창에 어깻죽지 날개 달아, 피어나자고……’

 상상의 날개 속에서만 상상의 나비가 그의 귓가에 속삭였던 시절. 그때는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 입에서는 휘파람이 저절로 나왔었다. 그러나 실제로 꿈에 그리던 이곳은 정 반대여서, 얼마나 마음 아팠던가! 그래서 추하고, 더럽디 더럽다는 생각에 이곳을 외면했었고, 이곳을 스치지 않기 위해 다른 길로 갔다. 언제부턴가 아예 잊혀갔었다. 중규의 내면에서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숨 막히듯 구석에 처박혀 있던 것이 움이 터 싹이 났다.

 마침내 머릿속 상상의 날개가 나비 되어 그의 가슴 속에서 움이 터 자란 <소리 없는 아우성>이 날개 친다. 아름다운 생각 속에서 날개를 펴 긴 잠을 깨고 푸드득거린다. 그의 손에서 노숙자 들에게 ‘사랑이라는 빵과 소망이라는 일거리를 나눠 주고 있다. 가슴이 마구 뛴다. 미래라는 햇살은 마치 텔리코비를 연상하듯 동쪽 하늘에서 눈부시도록 억만 개의 빛을 발산하며 그의 품으로 다가온다. 그는 성큼성큼 두 손을 활짝 펴고 기지개를 켠다.

 중규의 뇌리에는 공원 근처에 노숙자를 위한 빌라가 설계되어 한 층 한 층 올라가고 있다. 그리고는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공장이 세워지고 있다.

 맥아더공원 주변에는 더 이상 케케묵은 냄새가 풍기는 곳이 아니었다. ‘날마다 그곳에서 찬양이 흘러넘치고, 사막에 샘이 넘쳐흐르듯, 맑은 인공호수에 물이 샘솟고, 고기 떼들이 찬양 소리에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춤춘다. 그의 생각 속 백합화 향내와 코티 분 냄새가 꼬옥짜아 져. 그의 콧속에서부터 뼛속까지 자극하고 감동을 주고 있다.’

 그때였다. 요란한 <알람> 소리가 울리고, 전화벨이 울렸다. “회장님! 윌셔가의 50층짜리 빌딩 계약을 위해 떠나야 할 시간 30분 전 입니다.”

 알람 소리와 함께 그 소리의 함성이 공원 전체를 울리듯 크게 울려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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