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터뷰 기사-29/고향 가거든 농촌 사람들의 애끓는 숨결에 겸허해 집니다./박종국 칼럼

홈 > 게시판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시론, 수필, 감상평 등과 일상적 이야기, 유머, 질문, 답변, 제안 등 형식이나 주제, 성격에 관계없이 쓸 수 있습니다.
(단,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는 금지하며 무단 게재할 경우 동의없이 삭제하며 향후 이용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나의 인터뷰 기사-29/고향 가거든 농촌 사람들의 애끓는 숨결에 겸허해 집니다./박종국 칼럼

정용진 0 1738
<박종국 칼럼 에세이>    2009년 10월5일

고향 가거든 농촌 사람들의 애끓는 한숨에 겸허해집시다
뉴스를 보니 벌써 고향 찾아드는 차량들로 도로가 미워터집니다. 1천만의 타향살이들이 일제히 귀소본능(歸巢本能)을 가늠할 때입니다. 피붙이의 도타운 정이 새로울 겁니다. 그 동안 사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얼굴 마주 대하지 못했던 가족친지들의 온후(溫厚)한 얼굴을 만나면 하고픈 얘기, 맞잡고 싶은 애틋함 또한 남다를 겁니다. 고향에 붙박이하고 사는 사람들은 그러한 정 나눔에 절절(切切)하지 않겠지만, 해마다 명절 때면 고향을 떠나 사는 피붙이들이 전해주는 타향살이의 애환(哀歡)이 마치 자신의 일처럼 소중하게 사려집니다. 지금쯤 늘 수구초심(首邱初心) 하듯 고향풍경이 아련하실 테지요. 구수한 토장국 냄새로 배어들 겁니다. 고향산천은 언제나 만나도 베풂이 넉넉합니다.
어떻게 살아야 좋게 살았다고 자신(自信)할 수 있는 것인지. 어떻게 살아야 살맛 나는 세상을 살았다고 자부(自負)할 수 있을 것인지.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경제사정을 운위(云爲)하며 다들 힘겨워하고 안타까워하는데 행복한 푸념타령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추석명절을 즈음하여 노(盧)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을 하였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대충 줄거리만 엮어들었는데 '정부는 경제난국을 바로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자신감에 찬 목소리였습니다. 물론 그러해야지요. 사는 형편이 어려울수록 빈부격차(貧富隔差)가 하늘땅만큼 벌어지고, 계층 간의 위화감(違和感)마저 끌어안을 수 없을 만치 도드라지는 이때, 사랑을 나누고 희망을 꿈꾸는 살맛나는 세상 이야기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대로 살만한 세상, 그저 믿을 수 있는 세상, 따뜻한 사람향기가 가득한 세상으로 여울졌으면 좋겠습니다.
시골로 추석명절 맞으러 가는 도회지 분들은 겸허(謙虛)한 마음으로 농투사니들의 고통과 애환을 헤아려 보시기 바랍니다. 왜 그들이 오뉴월 땡볕 아래서 팥죽 같은 땀을 흘려가며 자식 돌보듯 애지중지(愛之重之) 키웠던 알곡들을 갈아엎지 않으면 안 되는지. 정부나 국회, 관청이나 언론 등에서 하는 말을 그대로 믿고 따랐으면 손해 보지 않아야 하는데 땅을 치고도 마른 가슴까지 쥐어뜯으며 분개(憤慨)해야 하는지 낱낱이 훑어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고향 들녘에는 마른 담배 타는 냄새로 자욱합니다. 답답합니다. 봄여름 내내 종자(種子)에다 농약비료값, 품삯 제하고 나면 애써 알곡 거둬봤자 빈손 탈탈 털어야 할 지경입니다. 더구나 올해는 애꿎은 태풍마저 누그러져 벼알 익는 소리 찰랑찰랑한데도 논두렁마다 긴 한숨으로 가득합니다.
그렇게 피를 토하며 호소하였는데도 마침내 WTO(세계무역기구 World Trade Organization,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의 세계무역질서를 규정짓는 다자간 무역기구. 1947년 출범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를 대체하게 되는 세계무역기구는 93년 12월 타결되었다. 95년 1월 출범한 세계무역기구는 GATT와 달리 세계무역분쟁 조정기능과 관세인하요구· 반덤핑규제 등의 법적 권한 및 구속력을 행사할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의 최고 의결기구는 총회이며, 상품교역위원회· 서비스교역위원회· 지적재산권위원회 등 하부기관이 있다)의 높은 파고(波高)가 농촌 들녘을 강타(强打)해버린 지금 실정은 한치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암담하기 그지없습니다. 조상 대대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했거늘 농투성이들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일이 없습니다. 대체 누굴 믿고 농촌에 살아야하는지 턱턱 가슴 쳐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애써 챙겨보세요. 이미 똥값 되어버린 천덕꾸러기 쌀 농사 붙들어본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농촌에 가거든 왜 농촌 사람들이 정부를 탓하고, 국회를 성토하고, 언론에 손사래를 치는지 그들의 처지에서 머리 맞대어 보십시오. 농투성이 피붙이들이 애써지은 알곡 한 자루, 푸성귀 한 아름, 잘 여문 열매 한 상자에 헤헤거리며 만족하고 고마워할 일이 아닙니다. 그들의 삭힌 눈물을 헤아려 보아야합니다. 어제도 창녕군 농민회 회원들이 거창지역 배를 받아다가 집집을 다니면서 팔았습니다. 그렇게 이문(利文)을 남기는 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트럭 한 대 분량을 게눈 감추듯 쉽게 떨이했지만, 그것마저도 운반비를 제하고 나니 역시 똥값이었습니다. 마치 자기 일처럼 땀범벅이 되어 밤늦게까지 호들갑을 떤 결과가 소주 한 잔 자 켜니 하기에도 손이 부끄러웠습니다. 물론 앉아서 사먹는 사람들이야 싼값에 그저 그렇겠지만 안타까움에 가슴 아립니다. 양파 마늘 고추를 내다 팔아도 마찬가집니다. 이제 농촌을 깡그리 말아먹어야 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 그저 좀 믿을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오죽 좋겠습니까. 정부의 정책이나 국회의 의사결정 사항을 그대로 믿고 따랐으면 손해는 보지 않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라 전체가 도시화 정보화 세계화를 치닫고 있는 이때, 그러한 것들에 휩싸이지 않고 땅을 믿고 살았던 죄(罪) 박에 없는데 이거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착하면 착한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품어줍니다. 뿌린 대로, 애쓴 대로 거둬들입니다. 근데 서로 약속했으면 큰 문제가 없는 한 지켜주는 세상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늘도 정부의 농가정책에 화가 난 농민들이 분연(憤然)히 일어나 벼논을 갈아엎었습니다. 자식 같은 온 정성을 다해 키웠던 희망을 묻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래도 고향 가는 길에 비까번쩍한 자가용 윙윙대며 동네 어귀 들어서렵니까. 고향농투성이들의 애끓는 한숨소리 묻어들거든 애써 겸허(謙虛)한 마음을 가집시다. 더도 말고 덜도 아픔을 같이 나눕시다.&nbsp;
즐겁고 다복(多福)한 추석명절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정용진 시인의 시 한 편 올립니다.------------------------------------------------------추 석달
정용진
&nbsp;&nbsp; 한 여름 싸리울을 오르던 박넝쿨이 초 가 지붕 위에 은빛 달덩이로 영글고
하늘에는 팔월 한가위 한 아름 보름달.
헤어져 서러웠던 사람들 살아보려 땀에 젖은 사람들 뜻을 펴려 달려가던 사람들
저들의 간절한 기원과 소망이 강강수월레 둥 근 추석달로 산하에 가득 차오르는 이 저녁.
외지에서 또 하나의 고향을 심던 분주한 발길들이 추억을 찾아서 옛마을 고 샅을 들어서면 여기저기서 정인(情人)을 부르는 소리.

오늘은 너와 나도 말미 잡아
이 가을에
처음만난 연인처럼
삶에 해어진 옷일랑
갈아 입고
팔월 한가위
윤기 흐르는 보름달을
가슴가득 안아보자.
[이 게시물은 운영자님에 의해 2016-05-05 10:18:01 시인의 시에서 이동 됨]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