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하루(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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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하루(미국)

오애숙 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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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하루


                                                                                                                                                      은파 오 애 숙


  아침부터 힘든 하루다. 분·초를 다투는 하루. 여러 가지 서류를 하루 동안에 준비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우리네 삶이 하루하루 순탄하길 원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아파트 서류관계로 온종일 돌아다니다가, 아이들 픽업하고 이제야 집에 도착했다. 인생의 종착역에 내리면 공수래공수거일 텐데. 매일매일 바동바동 살아가는 게 우리네 인생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착 가라 앉는다. 하루가 왜 그렇게 빨리 지나가는 지. 그런 가운데 감사하고 귀한 깨달음이 새롭게 속삭인다. 오랜만에 서류 준비 때문에 은행을 갔었다. 언제인가 한 번 대화했던 J라는 은행원을 만난 것이다. 왠지 생동감이 넘치고 탄력 있어 보였다. 좋은 일이 있는지, 좋아 보인다고 말하니. 많이 웃으려고 노력하고 기쁨을 창출하려고 노력한다고 하였다. 억지로라도 웃으려 한 까닭인지 몰라보게 좋아 보였다. 덩달아 내 마음도 흐뭇하고 기쁨이 넘쳤다.

  J의 그런 모습에 ‘틀림없이 성공할 거다.’라는 축복이 입에서 저절로 나왔다. 그의 행동과 마음속에서 ‘상대방의 난관이 내 것이라면 어쩌지.’라는 <긍휼>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참 멋진 모습이라 싶었다. 양복 상위 왼쪽 칼라위에 작은 금빛의 십자가 배지가 유난히 반짝였다. ‘역시! 그리스도인이구나.’ 찬사가 내 안에서 물결치며, 하루의 피곤을 씻어 내리는 청량제 역할을 하였다. J의 그런 모습이 내안 가득 시가 되어 춤을 추자고 내게 손짓한다.

남을 위하는 일/자신에게 손해되나/
그것이 도리라 웃음 짓는 미소//
남을 드러내고/자신은 감추는 미덕/
그것이 도리라 여기는 심상//
모아 모아 오롯이/꽃으로 피어난 아름다움/
그것이 도리라 휘날리는 향기//
어눌하고 스미진 곳/회도라 활짝 여는 보석/
그것이 도리라 웃는 해맑음//
깨닫는 순간/행복한 하루였다고//
<행복한 하루> 본인의 졸작 오 은 파

  살다 보면, 늪지대에 처박힌 것 같을 때가 있다. 우리네 인생이 휘젓는 세파에 엉겨 붙어 꼼짝달싹할 수 없기에 그렇지 않나 싶다. 또한, 그 반대로 망망대해를 홀로 지나가는 돛단배가 된 느낌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때로는 위기의 돌발을 견디다 못해 휘영청 허리가 휘어져 꼬꾸라졌던 크고 작은 것을 경험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라 싶다.

  오늘은 일 년에 손꼽아 몇 번 안 되는 바쁜 날이다. 파죽음 되어 누군가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쓰러질 것 같은 날. 하지만 J의 행동과 모습은 청량제 역할을 하는 디딤돌이 되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길목. 유독 많이 피곤하고 힘든 날인데도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날이었다.

  특히 남을 배려하며 하나하나 신경 쓴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닐 텐데. J라는 은행직원은 세심한 배려에다 나중에 윗선에서 어떻게 결정하게 될지 모르는 일인데도 은행통장이 여러 개가 되면 세무상 문제가 있을 수 있기에 계좌를 닫는다고 했는데도 수수료를 환급시켜 주는 것이었다.

  헤아려보니. 모두 5번 면제해 줬다. 물론 수수료가 본의 아니게 은행 측의 일방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거래를 튼 지점에서는 일방적인 처사임에도 당연하게 수수료를 통장에서 여러 차례 빼갔고. 면제시켜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도 J라는 은행원이 해결해 줬다. 그 후 세무상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것 같아 거래해선 안 되어 거래할 수 없었다.

  그것이 문제가 되었는지. 매월 수수료가 통장에서 빠져나가더니 마이너스가 되어 있었다. 헐레벌떡 바쁘게 서류준비차 가까운 지점에 들렸는데 J라는 은행원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서류를 부탁하며 부담 없이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두말하지 않고 면제해 줬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오히려 당황스러웠었다. J라는 사람이 달리 보였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하는데. 그가 대하는 고객에 대한 처사는 참 멋진 모습이었다. 오히려 처리를 잘못하면, 면책免責 받을 수 있을 텐데. 염려의 바람이 분다. 하지만 그가 진심으로 소비자 입장에 서서 일하는 모습이 본보기가 되어 흐뭇하였고, 기뻤다. 이런 사람 몇 사람만 더 있다면, 주위가 밝아지고 아름다운 사회가 형성될 수 있고. 행복한 하루라 여겨질 텐데…. 나 역시 누군가에게 ‘행복한 하루 시작하는 첫 단추나 마무리하는 열쇠가 된다면.' 하는 바람이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 작은 배려가 힘든 하루에 청량제 역할을 했으며 보는 이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고단한 하루였지만 기쁨이 춤추며 노래한다.
  J의 <배려>가 신선함이 된 것이었다.  가슴에서 기쁨이 메아리치며  행복한 하루로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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