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준 시집 늦깎이 서정성의 대화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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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준 시집 늦깎이 서정성의 대화체

□ 해설

서정성의 대화체
- 김재준 제2시집 『늦깎이 인생』에 부쳐


                                          이 영 지
시인 ·  문학박사


김재준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늦깎이 인생』을 상재하게 되었다. 첫 시집을 낸 것이 2년 전인데 또 시집을 내게 되었다.
김재준 시인은 지금부터 20년 1995년에 창조문학 겨울 호로 시「새벽」「풍경」「봄」「가을」4편이 신인상 수상을 한 뒤  당시 그는 시 당선소감을 다음과 같이 밝혔었다.

가느다란 희열, 짜릿한 뼈 속 깊이 와 닿는 밤, 오십의 중반에 선 분명한 현실 앞에서 눈의 추억들이 천정 무늬 속에 잠겨 든다,.
이에 생활인으로서 시 속에 묻히는 것과 활의 굴레바퀴를 맴돌다 신선한 향기에 젖어오는 마음이 있어 고향을 찾는 바램으로 초점의 무늬에 서 보는 것이다.
다시 붓을 잡게 해 준 옛 문우 박문재 시인과 홍문표 박사님, 만족하지 못했으나마 용기를 갖게 해준 창조문학사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 김재준 당선소감 ‘신선한 향기로 젖어오는 마음」

그의 등단 작품은 「새벽」이었다.


바탕 없는 하얀 무늬
붉은 해
안개 감싸고

푸른 요령소리
파문으로 이어지는
내일

햇살에 뛰어오른 잔나비
높새 타고
들어서는

- 김재준 「새벽」창조문학 신인 등단 작품

20년 전의 등단작품이 제시하듯 김시인의 작품경향은 “햇살에 뛰어오른 잔나비 /높새 타고 / 들어서는/ 불” 열정으로 “봄의 가슴을 열어” 20년 뒤에도 사랑의 끈을 대화로 열어 봄을 즐긴다는 점이다. 여기에 늦깎이 인생은 봄을 맞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20년이 아니라 200년이 이어질 수 있는 것이고 우리나라의 오천년과 이어지는 시의 끈은 서정성이라는 점이다.
이 단단한 끈을 붙들고 있는 김 시인은 이번에 『늦깎이 인생』이라는 시집을 통하여 서정의 고향을 다시 한 번 찾고 있다. 그만큼 우리에게 있어서는 우리 고유문학 특히 한국문학이 서정성이 중요하다. 가장 서정성이라면 가장 오래된 시가 고구려 2대왕 유리왕이 지은 황조가에서이다. 유리왕의 계비 치희와 화의가 서로 반목하면서 치희가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자 뒤 따라갔다가 끝내 혼자 오면서 "훨훨 노니는 노란 새는 암수 서로 의지하는데 나는 혼자구나. 누구와 더불어 돌아갈꺼나" 편편황조(翩翩黃鳥) 펄펄 나는 꾀꼬리는
  자웅상의(雌雄相依) 암수 서로 놀건마는
  염아지독(念我之獨) 외로운 이 내 몸은
  수기여귀(誰其與歸) 뉘와 함께 돌아갈꼬 -고구려 제 2대 유리왕(瑠璃王).

하였다는 기록이 삼국사기 고구려 본에 있다. 
이러한 서정은 그 이후에도 계속 되어오면서 황진이시조나 그리고 김소월 시로 이어진다. 시대의 구애되지 않는 우리의 서정성이 김재준 시의 서정적인 대화체에서 그대로 그 끈이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김재준 시인의『늦깎이 인생』이 보여주는 서정성은 ‘뉘야’라는 대상과의 사랑이야기를 호소력 있게 대화체로 접근하고 있는 점이다. 대화의 끈은 사랑을 주제로 한다.
시적 화자가 대화체를 통한 고유의 사랑을 공유하고 있는 뉘야는 혼자만의 독백이 아니라 늦깎이 삶의 가치를 안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시집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참다운 삶을 안내하는 이 시집은 외로움이나 괴로움보다는 삶의 긍정적인 생활방식을 통해 일상의 참맛을 전재로 하면서 주어지는 들판의 삶들에서 벌어지는 생물과 식물에 대한 살아있는 것들의 그 찬란한 몸짓을 함께 공유하기는 물론이려니와 김 시인이 같이 누려가고 있는데 있다. 바로 김 재준 시인이 보여주는 향토성에 젖는 사랑이야기는 그 대화의 대상자 뉘야와 더불어 같이 사랑의 이야기 대화체로 들려주면서 옆에서 속삭이듯 소곤소곤 이야기 해주고 있다.
일찍이 황조가를 비롯하여 황진이 시조 그리고 소월시의 서정성은 모두 시적 화법으로 한 대화체임에 비추어 보면 매우 단단한 전통계열에 속하는 서정 시인이 된다. 김재준 시인의 더욱 매력적인 것은 사랑이라는 구체적 시어를 사용하기보다 일상에서 연인 끼리 하는 육감적인 자연스런 일상의 대화를 시어로 건져 올리고 있는 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평소 하는 그리고 연인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랑 내음새의 대화체 그대로 옮겨놓아 호소력과 정감을 같이 얻어내고 있다. 평소 대화체 그대로가 시의 제목으로 옮겨 앉는다. 그 제목들은 김 시인의 『늦깎이 인생』1부  ‘그네를 타자’ 는 1부 첫 제목부터 충격적으로 닥아 오기 시작한다. 「사랑 놀음」을 비롯하여 「그래 그러자」「그네를 타자」「뉘야」「뭐해유」「짓」「가자구요」「쑥」「그 여름 날」「꽃 한송이」로 한다.
봄의 서정을 이미 20년 전 신인 문단 등단 때 노래했는데 그대로 『늦깎이 인생』에서 오히려 구체적으로 2부 ‘베네치아 카페에서’에서 한창 불같은 여름날의 열정을 늦깎이의 봄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봄의 소리」「봄 편지」「봄나들이」「봄이 오는 소리」「봄의 노래」로 한다. 「하얀 나비」로 날아오르는 늦깎이 인생을 구체화한다. 역시 대화체 그대로의 제3부도 ‘밭에 살라하네’ 제목 부터가 그러하다. 인생 늦깎이에서 새로이 경험하는 사업을 신선한 제목으로 하고 있다. 일평생 농부가 아니던 삶에서 전연 다른 사업이 전개되면서 새로이 만나는 늦깎이 인생의 경이로움이 그대로 묻어나「밭에 살라하네」「장끼」「배추꽃」「두꺼비」「월세 방 청개구리」등의 작품이 쏟아져 나온다.
옆 사람에게 이야기하듯 대화체 형식의 이 서정성의 근거가 되는 김재준 시인의 원본 이력은 학원장으로서 그리고 국어강사로서의 실력이 그대로 그 끈을 놓지 않아서이다. 오늘이 있기까지 즉 어떻게 이러한 서정적인 시를 쓰게 된 것인지를 바로 국어교사로서의 시를 쓰던 고향 이력이 되어 바쁜 학원장이었던 시절도 함께 있었던 서정 그대로 시를 만든 것이다. 삶을 시로 만드는 작업은 늦깎이 인생의 노하우이다. 함부로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밭의 채소들이 햇살을 받으면서 자라는 경이로움으로 동화되면서 즐기는 늦깎이 인생이다.
즐기면서 생업에 주력하는 일은 멋지게 사는 삶이다. 이러한 시의 소이를 밝히는 이 지상에서 살아온 날들은 어제와 오늘의  단절이 아니라 지금의 김 시인이 있음을 밝히는 가장 떳떳함을 공개한다. 늦깎이 인생의 황금시대를 여는 비결을 이 시집에서 공개하고 있다.
숱한 사람들이 숨기고 있는 지난날의 이력이 아니라 정말 인생의 맛을 전해주는 그 사랑의 끈을 대화로 여전히 시의 끈으로 하는 은근과 끈기의 서정성은 시로 재탄생되어 오늘의 영광을 가져올 수 있는 일이다.

1 사랑시의 대화체

김 시인의 시는 사랑시의 대화체이다. 사랑시라는 의미만으로도 격조 높게 이끌어 갈 수 있는데 김 시인의 열정은 이 사랑시를 대화체로 하고 있다는 데에 시의 우수성이 있다. 시의 대화체란 누구와 대화하는 내용이 담기는 이야기식의 대화시다. 고백이나 독백의 혼자만의 대화시도 있겠지만 김 시인은 이야기 식의 서정이 담긴 ‘뉘야’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의 개인 서정을 아예 김재준 시인은 시집 그 많은 순서의 처음에「사랑 놀음」이라는 충격으로 전해준다.

잡풀을 뽑는 아가에겐
말이 들리지 않는다
트랙터 소리에 아가는
함지박에 눌러 앉아
꽃바람에 사랑을 탄다
아들 녀석의 콧노래가
아쉬운 봄에 끌려갈 때
당황한 까치 날개짓으로
귓볼을 놀라게 하고
또 한 까치 그 뒤를 쫓는데
석양은 해를 눕히고
사랑은 어둠과 숨박꼭질한다
-「사랑 놀음」

길게 뻗은 그림자의
행렬이 낯을 가릴즈음
우리 이렇게 앉아보자
그믐달 넘어오는 바람에
으스스 떨어가며
쌓인 그늘의 가장자리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드래도
따뜻한 기운을 찾아보려
쪼갠 그림자로 사랑을 나누자
이 밤이 아름다울 거라고
-「그래 그러자」

사랑 놀음의 가장 처음 하는 일은 잡풀을 뽑는 일이다. 이러한 값어치의 사랑 놀음 가치는 삶의 질을 열어 놓는 일이다. 시적 화자는 ‘아가’이다. 귓불을 붉히는 어여쁨을 선사하는 여인으로 하여 감히 아주 저돌적으로 그의 사랑내력을 밤과 어둠의 시간으로 정하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랑이야기를 쪼갠 그림자로 택한다. 육감적인 시어들을 구체화하면서 사랑방법은 따뜻한 가슴으로 늦깎이의 인생답게 “쪼갠 그림자로 사랑을 나누자”라는 것이다.
이러한 대화체 형식은 시집 제목이기도 한 「그네를 타자」에서 더 구체화된다.

하얀 벽을 올라
푸른 하늘을 만나면
오지의 낙원이 반긴다
뉘야
초록빛 그네를 타고
굴뚝에 연기 나는 곳에
고구마 던져 구울까
송사리 꼬챙이에 끼어
개울녘 갈대 불에 구울까
뉘야
산 너머 바다의 고향
뻘밭으로 가자
-「그네를 타자」

“뉘야”는 김 시인의 공개적 시적 대상이다. 첫 시「사랑 놀음」에 대한 구체성으로 안내되는 “뉘야/ 초록빛 그네를 타고/ 굴뚝에 연기 나는 곳에/ 고구마 던져 구울까”라 한다. 초록빛 그네의 젊음으로 사랑하는 뉘야를 태우고 굴뚝에 연기 나는 곳에 고구마를 구을 김 시인의 늦깎이의 능력을 보여준다. 그러기에 그네를 타자는 것이다. 이러한 김 시인의 시적 대화의 구체성은 호소력으로 대상이 그렇게 하지 앓으면 아니 될 참맛을 굴뚝에 연기 나는 곳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산 너머 바다의 고향 뻘밭으로 가자는 청유형이다. 
뻘밭으로 가야하는 이유는 같이 긴 밤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다.   

바다가 보이는 어느 쪽에
탱자나무 울타리하고
유자 향기 땡기는
바닷바람과 함께
긴 밤을 보내자꾸나

석양녘 뻘밭 가까이
반짝. 노니는 떼몰이 도요새
게에 쫓긴 짱뚱어
꼬리 휘말아 뛰고
하늘 닿는 노을빛 물결
우리 함께 살자꾸나
-「뉘야」

아예「뉘야」라는 시 제목으로 하는 사랑하는 대상과 함께 가는 곳은 바다가 보이는 어느 쪽에 탱자나무 울타리 하고 유자향기 땡기는 바닷바람과 함께 긴 밤을 함께 보내자꾸나 이다. 이러한 설득력은 하늘 닿는 노을빛 물결이 있어서이고 이곳에서 ‘뉘야’랑 함께 살자이다.
함께 하고 싶은 여인 뉘야의 매력은 무엇일까! 뉘야의 모습은 난 모양이다.

목을 길게 빼고
새벽이 오는 창으로
기지개를 펴는 미소

가슴으로 꼭 쥐었던
꿈의 얘기들은
너를 향해
훨훨 날려 보낸다
-「란」

훗날 애타게
기다릴 것이 있다면
해맑은 웃음 하나
잊을 수 없는 것이
한 세월 함께 갖는
마음이러니
-「미련」

미소가 아름다운
당신의 모습으로
-「봄의 모습」에서

김 시인의 뉘야는 난 같은 여인이다. 이 난 같은 여인은 김 시인의 내 안의 너로 자리 잡고 있다. 그녀의 모습은 “해맑은 웃음 하나”를 가진 여인이고 그 해맑은 “미소가 아름다운” 사람이다. 이토록 전 생을 걸어 좋아하는 대상의 모습은 이미 김 시인도 물들어 인생의 좌표가 되어있고 뉘야 여인으로부터 김 시인에게 다가오는 선물이다. 

뉘야
가만가만 속삭이는
봄내음 흠뻑
꽃비 정겹게 내리는
그런 날
둥근 달 속에
빨간 바구니 하나
두루 뭉실 걸쳐 있다
촛불을 켜 불거나
눈가의 주름진
웃음이 반겨운 듯
케익을 자른다

당신께 드리오
-「꽃다발」

뉘야는 정말 “바다가 보이는 어느 쪽에/ 탱자나무 울타리하고/ 유자 향기 땡기는/ 바닷바람과 함께/ 긴 밤을 보내자꾸나” 하는 그런 사이로 “우리 함께 살자꾸나” 한다. 아주 구체적인 대화의 대상 호격「뉘야」이 뉘야는 김 시인의 깊은 내면 속에 자리 잡혀 더러는 직접 마주대하지 않더라도 김 시인 삶의 이정표가 되어 있다. 아침나절 솔 향 쑥 나물 같은 모습으로 뒷동산 소나무밭에서 나고 저녘 나절 바다 향 쑥 나물이 앞산너머 바닷바람에서 오는 뉘야의 그 쑥 같은 여인이다. 쑥의 나물이미지보다 쑥이라는 의태어로서의 시 은유를 통해 김 시인은 뉘야의 대상에 대한 육감적 표현으로 대한다. 막연한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가장 사랑하는 여인으로서 자리 잡혀 꿈에서조차 바구니를 이고 오는 여인이다. 바구니를 든 여인이다.
이 여인과 김 시인의 시적 화자 사이에는 미움이 없다. 아주 가까이에서 바구니 선물을 주고받는 사이이다. 바구니 안에 든 것은 가만가만 속삭이는 봄 내음이다. 정겹게 내래는 정이다. 둥근 달이다. 그냥 달이 아니라 둥근 달 속에 이다. 더군다나 빨간 바구니 하나이다. 시적 화자와 뉘야 사이에 사랑이 두루 뭉실 걸쳐있다. 그 다음 행위는 촛불을 켜 불거나라고 권유한다. 이 때 드러나는 모습은 눈가의 주름진 얼굴이다. 늦깎이 인생이다. 반겨운 사이이다.
이 둘은 케익을 자른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누가 누구에게라는 말은 없지만 “당신께 드리오”이다.「꽃다발」시이다. 서로 꽃다발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이다. 사랑의 꽃다발을! 그러기에 김 시인과 뉘야는 함께의 뉘야이고 하자꾸나 하면 따라 나설 뉘야이고 꽃다발을 주면 받을 사이이며 또 뉘야가 전해주는 꽃다발을 받을 김 시인의 시적 화자자신이다. 꽃다발을 받을 만한 늦깎이 인생이다. 
따라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까지도 이어지는 끈으로서의 뉘야이다. 김 시인의 사랑하는 대상 뉘야와 더불어 늦깎이 인생의 행복노래는 꿈으로 젖는 나날이다. 

꿈으로 젖어보는
내 안의 너를
곱게 접어서
하늘로 띄워
되 오는 무지개사랑을
두 손으로 모아 받을까
-「사랑의 메모」

늦깎이 인생은 두 손으로 모아 받을 사랑, 무지개 사랑이다. 무지개는 오색찬란한 빛으로 하늘 저 편에 떠 있는 내 안의 너이다. 너 안에 있는 나이다. 이런 늦깎이 인생을! 그런 뉘야를 곱게 접어서 하늘로 띄우는 김 시인의 나날은 지금의 우리의 시를 쓰는 늦깎이 인생이다. 사랑의 시 이야기 전개이다.

날 어쩌려구요
혼자라 일컫기에는
너무 빠르잖아요
어떻할까요
희미하고 초라한 곳에서
험 없는 길을 걸을래요
그렇다말고
햇살 따라 걷노라면
거짓 없는 거울이지요
-「가자구요」

가자구요! 단호하게 내 딛는 늦깎이 인생은 거짓 없는 거울이다. 거짓 없는 둘이 하나가 된 둘의 모습이다. 일반적인 전통의 님이 이별의 한을 노래하고 있는데 반하여 김 시인의 뉘야는 거짓 없는 지금의 거울이다. 늦깎이 인생이 같이 가고 있는 찬란한 길이다. “거짓 없는 거울이지요” 거짓 없는 거울로 둘은 봄날의 꼬리를 물고 일어서 걷는다.

봄날의 꼬리를 물고
바람이 불던 날
오지 못하는 곳으로
떠나갈 때
아침 햇살로 만든
핏빛 꽃 아름 들이
계곡에 흘려
영혼의 빛이려니
여기옵소서
-「철쭉꽃」에서

참 만나는 이와는 영혼이 하나가 되는 사이이다. 약속의 다리에서 만나는 ‘뉘야’이다. 황조가 서정의 정서에서 고려가요 서경별곡에서 그리고 가시리로 이어지는 더구나 소월의 진달래꽃으로의 그 긴 끈을 단단히 붙잡고 김 시인의 늦깎이 인생은 사랑하는 이와 영혼이 하나가 되는 삶의 행복을 누리고 있다. 
그렇다면 김 시인의 시적 화자가 시를 통해 제목에서까지 “아니요”라고 하는 시 「아니요」시는 무엇인가?

울고 있네요
곁엔 이야기가 없는
봄의 그림자를 밟고
훗날을 기다리며
이른 더위를 견디어요
잃어버려야하는
당신의 모습인데
구름의 형상으로 나타날
남쪽의 하늘은
길게 비가 오네요
- 「아니요」

강하게 부정하고 있는 김 시인의 「아니요」의 단호성은 바로 비로 인한 그의 대상의 못 만남에서이다. 결단코 만나야 할  님은, 그리고 하나가 되는 뉘야를 만나는 날은 비가 아니 오고 구름이 뭉게뭉게 피는 남쪽의 하늘이어야 한다. 구름은 신학적으로 보면 말씀이다. 그리고 이 말씀이라는 경어의 표현은 절대자 님의 모습이다. 그러기에 김 시인이 추구하는 위안과 위로와 삶의 가치를 실어주는 님은 해가 비치는 햇살 따라 드러나는 구름을 가진 그리고 그 맑은 구름을 보는 일이다. 수평적으로 바라보는 대상도 아니고 밤에만 만나는 대상도 아니다. 맑은 날 남쪽하늘을 통해서 만날 수 있는 마음의 대상이다. 사랑하는 이다. 시이다. 평생 그토록 사랑의 끈을 놓지 않는 시이다.
시인이 왜 시를 써야 하는가! 시인의 숨김없는 정서를 은밀한 목소리로 읊는 서정시가 있기 때문이다. 외로움이나 이별의 한을 넘어서는 그 끄나풀을 놓지 않는 믿음이 서정은 그 옛날 정과정에서 구운밤 닷되를 구워 그 밤이 싹이 나야만 님과 나와 이별하고 철 치마가 다 닳아야만 님과 나와 이별한다는 이 한국고유의 서정성에서 김 시인은 그의 정서의 끈을 잇고 있다.
이러한 서정적 끈기는 김 시인이 늦게 새로운 사업에 골몰하면서 경이로운 새로운 일상을 맞는 일상에서도 시의 기록으로 사랑의 끈을 그대로 유지한다. 바로 삶을 즐겁게 살면서 그 안에서 시를 건지는 일이다. 이러한 일기기록형태의 김 시인의 사랑 시는『늦깎이 인생』을 봄으로 바꾸는 활력소가 된다.
 2. 봄의 삶으로 바꾸는 늦깎이 인생

늦깎이 인생에 도전장을 내민 김 시인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그것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냄새가 사는  사랑의 삶을 사는 일이다. 그것은 살닿음이다.
“따뜻한 손을 잡아/ 내 주머니에 넣고/ 발자국을 남기고 싶다”   

걷고 싶다
따뜻한 손을 잡아
내 주머니에 넣고
발자국을 남기고 싶다

이런 날은

살갗을 달래가며
입김이 서린 말로
정을 나누며 걷고 싶다
-「눈 오는 날」

들리세요
햇볕을 타고
강을 저어오는 소릴
향기 아스름이
모자란 듯
한 끼 나물을 싣고
기지개 펴듯
설 잠 깬 아지랑이
간지럼타는 소릴
몽실 젖어오는
젖가슴에 비추이는
새싹의 춤은
계곡의 얼음을
음지의 눈을 녹이는
소리가 들리세요.
-「봄의 소리」

누구세요
깨운다 맑은 공기속으로
아침 햇살에 눈은 잃어도
귀를 조심스럽게
두드리는 소리
새벽에 온 편지
향기 짙은 나물의
정성이 담긴 손맛
잔잔한 물결처럼
이어지는 도마소리
들려주는 지지배배
누구세요
제비는 엄마 목소리를
멈춘다
-「봄 편지」

새벽에 일찍 밭에 나가 만나는 새싹들의 행렬은 새벽에 온 편지이다. 여기에 곁들여 향기 짙은 나물의 정성이 담긴 손 맛을 느끼는 일이다. 그냥 새싹이 있는 들의 광경이 아니라 이 나물들을 정성들여 해 주는 손맛을 느끼는 삶의 경험이다. 도마소리이다.
살 닿음의 아름다운 일이 일어나는 곳에는 도마소리가 있다. 그러기에 삶의 형태가 바뀌어 져도 그 안에서 건져 올리는 하늘 저편의 말씀이 전해주는 경이로움에 취하는 일이다. 시를 듣는 슬기로움이다. 들려주는 지지배배 음성이다. 누구세요 하며 대화체로 한다.
김 시인은 『늦깎이 인생』을 통하여 그래도 미련이 남는 인생이라면 대화의 고리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못내 아쉬운 마음이라면
노란 꽃무리로 만들어
낯선 흰나비 끌어들일까
못 난 게 서운한 마음이라면
유채꽃 이름 빌어 들여
선남선녀의 무대가 될까
냄새가 아픈 마음이라면
아기야 꿈으로 가는 길을
향기로 이어 고리를 만들자
-「애기개똥풀」
 
김 시인은 인생의 늦깎이에서 미련에 대한 마음의 구체성을 고리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이 아쉬움에 대한 정의를 못내 아쉬운 마음이라면 노란 꽃무리로 만들어 낯선 흰나비 끌어들이든지 아니면 유체 꽃 이름 빌어 들여 선남선녀의 무대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것 다 그만 두고라도 늦깎이 인생에서의 정답은 이 늦깎이 인생을 “아기야 꿈으로 가는 길을/ 향기로 이어 고리를 만들자”라고 제안한다.
역시 대화체로 호소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잇는 고리를  대화의 끈으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고리로 엮어진 끈을 만들기를 김 시인은 시적 화자를 통하여 대화체 형식으로 청유하고 . 사랑의 끈으로 엮기를 소망한다. 그러기에 이 자리는 영광의 자리이다. 단단한 사랑의 끈으로 만들어진 향기를 고리로 한다.  사랑의 끈으로 역어진 고리로 너와 내가 어우러지며 같이 즐기는 늦깎이 인생이 만들어내는 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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