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갔던 제비는 돌아왔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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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갔던 제비는 돌아왔건만

李英芝 0 27752
김가용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강남 갔던 제비 돌아왔건만』상재를 축하한다.
대장정의 변함없는 애절한 사랑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시집 『강남 갔던 제비 돌아왔건만』시집은 김 가용 시인의 애증의 파노라마 역사 시이다. 제목이 보여주듯이 이제는 이세상과 저 세상을 연결하는 그리움의 문제가 삶과 죽음의 한계성에 도전하면서 사랑의 영원성을 시로 승화시키는 데에 이 시집의 가치가 있다.

못자리 갈아
모내기 한창
강남 갔던 제비
돌아왔는데
한번 간 내님
오는 길 잊었나

집짓기 끝났는지
빨래 줄에 앉아
지지배배 지지배배
노래를 한다
흥부박씨
하나쯤 물고 왔으면...

그대 잠든 무덤가에
할미꽃 수줍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논둑길
패랭이 꽃
수줍은 미소 곱다
「강남 갔던 제비 돌아 왔건만」』전문

끈질긴 집념의 사랑 회복성이라는 테마를 전해주는 연역법 형태를 띄는 김가용 시인의 시집 『강남 갔던 제비 돌아 왔건만』이 있다. 이 때문에 시인의 시를 높이 평가하는 시의 내포를 탐색하게 한다.
김 시인의 시를 쓰는 일은 이별이 물리적으로 이루어진데서 출발한다. 더구나 그것도 님의 마음이 변하여 떠난 자리의 구멍이 뻐엉 뚫린 가슴의 사랑이야기로 시작되었었다. 무려 5번째나 시집을 낼 만큼의 무게이다. 그토록 애증으로 엮인 마음의 파노라마를 이 제는 저 세상으로 돌아 간 님에게 그 애증의 한을 넘어서서 솟아나는 시의 가치를 제목으로 내 세우고 그것도 모자라 이 시집의 첫 순서로 놓은 이 김 시인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사랑과 무덤과 그리고 패랭이 꽃 수줍은 미소로 한다.
이별 문제라면 김소월 시가 대표적이다. 하여 김소월 시의 “잔디잔디 금잔디의 리듬” 「금잔디」의 내포리듬을 타면서 한국인이 유독 좋아하는 사랑의 정체성의 계열을 김소월시의 라인으로 줄을 서면서 서정시인 김가용 시인이 되게 한다.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 산천에 붙은 불은
 가신 임 무덤 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신 산천에도 금잔디에. 
- 김소월 「금잔디」
 
님의 부재 의식을 오히려 그 님으로 세계를 알아보고 믿으며 사랑하고, 시로 창조하며 시인마음에 저장된 열기로 살아가는 김 시인의 에니마의 시 정신을 지닌 김가용 시인은 서정시인의 계열에 선다.
그런데 김가용 시인의 이 번 시집 제 1부가 되는 ‘강남갔던 제비는 돌아 왔건만’을 통해 드러나는 김소월시와의 변별성은 원망에 있다. 못 잊어 목메어 부르는 그리움이 아니라 그리움의 대상과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에서 오는 결별의 충격이다. “‘한번 간 내 님 오는 길 잊었는지 그리움만 한 보따리 안겨놓고 켜켜이 쌓인 정 가져 갈 줄 모른다. 바람 따라 구름 따라 흘러온 인생”이라 시인의 말에서 밝혔듯이 시 전반에 이러한 기류가 펼쳐진다. 그러나 김시인의 삶은 이 절절한 그리움의 극한상황에 그리움의 정체를 시의 내포 어머니로 한다.

어머님이
양잿물에
삶아 말리시던
새 하이얀
옥양목
-「옥양목 태어난 날」에서

“어머님이/ 양잿물에/ 삶아 말리시던/ 새 하이얀/ 옥양목”이 님이 이미 멀리 떠난 자리에 돋아 님으로 하여 나는 폐인이 될 수 없음을 천명한다. 어머니 시로 그 자리가 메워지면서 님은 떠났는데 그 님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불균형의 자리에 나의 새 하아얀 옥양목이 남는다. 외곬의 사랑 아니마의 영혼이 피어난다. 건져 잰 그리움의 목마름은 넋을 지닌 영혼의 세계에서 다시 간직된다.
김 시인은 잊음과 못 잊음의 줄다리기 긴장관계를 ‘제 2부 사랑한다고 말을 하세요’로 한다. 서사 형태를 지니는 김 가용 시의 내포는 그 긴 날의 그리움의 정체가 바로 ‘사랑한다고 말을 하세요’다. 호소롤 넘어서는 명령형이다. .

사랑한다고
말을 하세요

때를 놓친 당신
평생 후회로 남을 테니까요

대못으로 남을 미련
통곡으로 점철되고

그리움으로 변할
원망의 화살이 될 테니까요
「사랑한다고 말을 하세요」전문

사랑한다고 말을 하세요! 차라리 절규에 가까운 명령이다.  가슴에 대못을 박고 닥아 간다. 이별이 아니다. 이별일 수 없다. 절절한 명령어로 ‘사랑한다고 말을 하세요’. 영 이별이 아닌 두 사람의 사랑의 언약으로 이루어진 혼약은 아직 한쪽은 사랑한다고 말해 주세요라 명령한다. 약속을 한쪽이 어기고 떠난 자리에서 돋아나는 명령이다. 
명령으로 던져 놓은 그 자리에 김 시인의 원망이 있다.

내일을 향해
내 딛는
애절한 원망의 사연

슬픔의 몸부림처럼
새싹이 나고
살갑게 다가오는 향기와
「구름의 한」에서

끝내 늦도록 돌아오지 않는다

신기루 같은 몽상
깨우침 없는
이별 앞에
격한 소용돌이 친 가슴
-「그리움 떠난 자리」에서
 
격한 소용돌이의 가슴을 지닌 시인의 가슴에는 멍이 새파랗게 돋는다. 은근과 끈기가 버팀목이 되어 삶과 죽음을 초월한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다.
이 변하지 않는 사랑을 유지해가는 시인의 자리에는 아직도 절절한 그리움으로 얼룩진 ‘제 3부 통곡’이 있다. 

찌르르
찌르르
가슴이 운다

쓰르라미 한 마리
안 가슴 깊이
들어가 있나보다
-「통곡」에서
미움도
질시도
원망도 거둔 채

그저 공허하게
슬픔과 원망
되 뇌이며 통곡을 한다

부디
잘 가시라고
마음으로 하직의 인사 한다
「장례식 장에서」에서

조용한
울부짖음
통곡으로 되돌아오더라도
용서 하리라

지난날
크나큰 잘못
그 또한 빈다면
용서 하리라
-「고인을 보내며」에서

김시인의 통곡은 “찌르르/ 찌르르/ 가슴이 운다”이다. 님이 떠난 자리에서 아직도 머물러 있는 통곡이다. 이 통곡은 부모의 마음에서 느끼는 통곡이다. 그리고 나이 듦에서 오는 통곡이다. 그렇더라도 시인의 이 통곡은 시화하여 우주적으로 퍼져나가 이 세계의 일체의 것에 아름다움을 부여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바로 김 시인의 ‘제 4부 귀향’시들을 만들어 낸다. .
 
꿈을 향한 마음 접고
접동새 우는 마음의 고향 찾는다
-「귀향」에서

암만암만 그라제잉 울엄니 참 좋지라
그랑께 울엄니는 거시기 해서
시상에 제일로 좋았당께라
-「“울”엄니」에서

사람은 결혼하여 이성을 아내로 맞이하고 그리고 서로 사랑을 나눔에 있어서 그 사랑의 한계성을 느낀다. 여기에서 이 기대와는 달리 궁극적으로 혼자의 존재이고 이 혼자의 고독과 외로움을 잘 극복해 낸 한국정서가 김 시인에게서 그대로 나타나 결코 이 외로움에 침잠하여 빠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 늪을 시를 통해서 승화의 깃발로 하늘높이 시로 흔든다.
우리들은 한의 정서 극복을 오히려 일찍부터 어머니가 보여준 바로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오지 않는 절망감에 빠지기보다 그를 위해 끼니때마다 밥그릇에 밥을 담아 이불 속에 넣어 두거나 아랫목에 두던 버릇에서 볼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돌아가면 몇 년을 그 묘 자리에서 베옷을 입고 곡을 하는 생활문화 등에서 찾아진다.
님에 대한 정서는 변함없이 그대로 김가용 시인에게서 미움을 넘어서는 초인적인 인내력과 사랑의 깊이를 드러낸다. 우리의 국민시를 쓰고 있는 김가용 시인은 바로 우리의 소리를, 우리의 마음을 대변해 주며 님에 대한 그리움의 사랑이 주제이다. 나를 버리고 떠난 님으로 느끼는 한이다. 이 한은 시 전편을 통해 사랑을 잃어버린 한으로 한다. 물리적 이별의 고통을 겪다가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이별로 한도 시로서 승화될 수 있음에 이 시집의 무게가 있다.
그 진한 사랑을 받아온 삶의 경험으로 하여 어머니가 베풀어 준 사랑의 연속선상에 절절한 아내 찾기는 세상 떠난 자리에서 도 오히려 어머니의 사랑무게를 감지한다. 사랑에 대한 극한적인 그리움을 얻는 승화한 시의 승리를 보여준다. 혼자인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이 세상 살기의 극복이다. 영화의 주인공처럼 더구나 사랑의 이야기는 죽음을 넘어서서 시인의 아름다운 이야기로 줄줄이 엮이면서 애틋한 슬픔을 전해준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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