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목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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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목을 기다리며

임영준 0 4735
아직도 너희는 그 푸른 기와집에만 들어앉으면
상전이 되고 광영을 누리고 대대손손 번창하리라 보는가
비명횡사에 만고역적 불한당이나 반편으로 
낯을 들지 못할 범털과 깃털의 가문이 그 얼마인가
저돌적인 혈기들을 부추겨 얼떨결에 차고앉아
망발의 혓바닥을 날름거리다가
곧 엄징되리라 고대하는 관객들은 또 얼마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희의 훈장을 팽개치고
대쪽의 기치를 꺾고 재물에 환장한 협잡꾼으로 가라앉고
가문의 패륜아로 회자되고 주제를 모르고 날뛴다고 폄하되고
발가벗고 품평 받는 노예들처럼 수치의 험로를 헤치고 가는
그 까닭이 대체 무엇인가
탐욕의 화신이 되어 단순무식하게 밀어붙여서
오명이던 악명이던 대충 뿌리박을 수도 있으리라 추단하고 있는 것인가
그 당연한 노블리스 오블리제 한번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몰골들이
어찌 앞 다투어 설치고들 있는가
너희가 속으로 딴따라라고 백안시하던 젊은이들이
여린 몸으로 푼돈으로 실현하고 있는데
낯 뜨겁지도 않은가
일류를 두른 흑심은 적당히 묻히리라 보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 까발리는 것이 어떤가
진심으로 고해를 하고 용서를 구하고 민의에 따른다면
마땅히 대인의 반열에 오르지 않겠는가 
진정한 거목으로 남지 않겠는가

(2007.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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