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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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목

솔새김남식 0 3392
봄이 오는 길목 솔새김남식

겨울 햇살이 사무실 유리창을 타고 넘어와 현우의 가슴속까지 따듯하게 해 주고 있었다. 어느덧 겨울의 2월은 이제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으며 그렇게 봄은 사람들 가슴속으로 서서히 들어오고 있었다. 그러나 세월은 언제나 그들을 기다려주지 않고 있었으니 봄이 시작 된지 오래 되었건만 샤갈의 마을에는 3월에도 펑펑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퇴근길 눈을 맞으며 오랫만에 본전통 길로 나왔다 올해는 유난히도 겨울이 추웠고 3월로 접어들면서 주말이면 계속 눈이 내리고 있다. 현우는 JES(제이스)라는 무역회사에 다니고 있다. 물론 혜진이도 같은 회사에 근무한다. 각기 다른 장소에서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다. 현우는 10층 해외 무역부에 근무하고 혜진은 9층에 있는 업무부에서 일하고 있다. 그래서 회사에서 마주치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간혹 점심시간 지하 아케이트에서 만날 수는 있지만 그것은 사람들 때문에 모른 채 하고 지내며 철저히 숨바꼭질을 하며 만남을 하고 했기에 회사 내에서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비밀을 지키며 2년간 만남을 하고 있다.

현우는 혜진이의 만남을 운명처럼 만난 사람이라고 혼자서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어쩜 그들은 오랜 만남을 약속이나 한 듯 그들은 철저히 관리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누군가는 알고 있을 것만 같아서 가끔은 뒤돌아보며 두려워했지만 다음에 생각해야 할 일이였다. 그녀와 사전에 만나기로 약속이 있었다. 강변길을 따라서 돌아가면 골목 끝 지점에 예나 찻집이 있다. 지하 계단을 내려가면 그리 크지는 않지만 분위기는 그만이다. 그곳이 그들만 알고 있는 아지트이다. 지금 현우는 그곳에 가는 길이다. 찻집에 들어서니 혜진이가 먼저 와 있었다. 누구던지 먼저 온 사람은 나머지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서로 약속이 있었다. 실내는 담배연기가 불빛에 반사 되여 눈이 부셨고 사람들은 가득했다. 그녀가 손을 들어 위치를 알려온다

"여기예요"
"오래 기다렸지"
"아니요"
"눈 지금도 와요?"
"쪼끔..."
"올엔 눈이 너무 많이 와요. 그쵸?"
"그려"
"그런 대답이 어디 있어요."
"여기~~"
"치이!"
"우리 저녁 먹고 영화구경 갈까?"
"그래요"
"그런데 뭘 볼까?"
"그냥 가서 좋은걸로 아무거나."
"아무거나"

그들이 저녁도 먹고 영화도 보고 밖으로 나올 때 까지도 눈은 계속 내리고 있었다. 계절을 잃어버린 듯 주말이면 언제나 눈이 내렸다. 그래도 날씨가 포근해서 길은 미끄럽지 않았다.
얼마를 더 지나야 완연한 봄이 되려는지 세월을 잊은 채 꽃샘추위가 며칠 채 계속되고 있었다. 어둠이 내린 밤거리를 누가 보거나 말거나 개선장군처럼 팔짱을 끼고 활보하고 있었다.

음악다방에 들려 그들이 좋아하는 음악도 듣고 제과점에 들려 빵을 먹으며 오랜 시간을 같이하였다. 그녀는 빵을 무척 좋아했다. 그녀는 제과점 빵도 좋아 하지만 슈퍼마켓에서 파는 단파 빵이나 크림빵을 더 좋아했다. 현우는 그래서 그녀를 빵순이라 놀리곤 했지만 그녀가 빵을 먹는 것을 보면 참 우습기도 하였다. 빵을 먹을 때는 빵을 입으로 가져가는 게 아니라 빵을 먹을 만큼 떼어서 손으로 입에 가져간다. 어린아이 같은 그런 모습에 현우는 씽끗 웃으며 그녀는 빵의 맛을 음미하면 먹는 거라고 했다. 아무튼 현우가 빵을 두개를 먹을 때 그녀는 한 개를 먹는다. 그래서 현우는 그녀가 빵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야했다. 그날은 두 사람 모두에게 즐거운 시간으로 그렇게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봄을 즐길 수 있는 좋은 진달래가 만발하는 계절로 접어들었다. 오늘은 뜻밖에 그녀가 만나자는 문자가 들어왔다. 주말도 아닌데 무슨 좋은 일이 잊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현우는 예나 찻집에 들어섰다. 찻집에 들어서서 혜진이 얼굴은 어두운 표정이었다. 그녀가 화난 얼굴을 하면 언제나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곤 했다. 그녀가 먼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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