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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별의 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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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5-16 17:59
아린별의 시학
 글쓴이 : 李英芝
조회 : 2,379  
   꿈꾸라 중년에도 초록별을 품은 소녀처럼.hwp (84.5K) [0] DATE : 2017-05-16 17:59:00
□ 해설

아린별의 시학
유아린의 두 번째 시집 『꿈꾸라 중년에도 초록별을 품은 소녀처럼』에 부쳐

이 영 지
(문학박사 · 철학박사 · 시인 · 시조시인)

1. 아린별의 선언

하늘의 별을 한 아름 따서 들고 “저 꽃집 앞에 서 있어요”로 닥아 온 유아린 시인의 제 2시집『꿈꾸라 중년에도 초록별을 품은 소녀처럼』의 상재를 축하한다.
10년 만에 만난 유시인과 나와의 만남은 꽃을 들고 꽃집 앞에 서 있다 하였다. 이 광경을 그림으로 그린다거나 사진으로 찍는다면 시인의 뒤 꽃집의 꽃으로 하여 꽃 속의 여인이 된다. 화사한 꽃을 등에 지고 선 여인이 아린별 시집을 만들 원고를 든 모습이다. 눈에 초록별을 안고 있었다.
흔히 별이라면 당연히 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인데 유 시인의 시집은 이 별을 지상에 들고 내려와서 초록별을 만든 여인이다. 파란 하늘 색 별이 아니라 초록별을 들고프단다. 그것도 『꿈꾸라 중년에도 초록별을 품은 소녀처럼』이라 선언하고 있다.
이 시집은 제 1부 ‘초록별을 따는 여자’ 제 2부 ‘그대가 어찌하여 이 세상에 있습니까’ ’제 3부 ‘팽목행 사랑의 동아줄을 타고 오렴’ 제 4부 ‘그렇게 비는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제 5부 ‘새 선상의 아리아를 연주하는 여자’라 하였다.
당차게 초록별을 들고 있어야 하는 이유를 시인은 이렇게 알리고 있다. 

1
거북아 거북아
헌 별 줄게 새 별 다오
내 초록별을

거북아 거북아
헌 별 줄게 새 별 다오
내 초록별 꿈을
땅속에란 하늘에란
토란토란 숨어사는 내 초록별

2
한 번도 안겨본 적이 없는
우리 님의 가슴에 새하양을 쓸어 내리며
정갈한 두 손을 받쳐 들고저
내 마음 별 지는 질곡의 언저리마다
내 님이 날 사랑하는
내가 날 사랑하고저

하얀 별을 줄께
  껍질 안에 숨은 별을
하얀 별을 줄게
-「초록별을 따는 여자」전문

우리가 바라보는 하늘의 별은 새까만 하늘에 초롱초롱 빛나는 푸르디 푸른 남색별이다. 청청하늘엔 잔 별도 많고요의 노래 가사처럼 그런 별이다. 그런데 유시인의 별은 초록별이다. 초록이라면 이 지상에서 초록색을 띄고 있는 수많은 초록색의 풀 섶이며 나무이며 꽃들을 받들고 있는 초록잎사귀들이다. “초록별 꿈을/ 땅속에란 하늘에란/ 토란토란 숨어사는 내 초록별”이고자 한다. 초록별이 아니고 초록별 꿈이다.
유 시인은 왜 굳이 초록색을 선호하여야 하는지를 알린다. 그것도 본인 이름 유아린의 아린별이다. 
 
내 해린별을 떠나 아린별에 온 것은
초가을 저녁
풀잎에 숨어 바장이는 풀벌레 울음이
에일듯 그리도 애달픈 탓인게야

내 해린별을 떠나 아린별에 온 것은
눈초리가 싸늘한 가을나라에서
나붓나붓 바람 손에 끌려나온 빨간 단풍잎
하나가 〈찬바람 미워〉
하는 외마디에 화들짝 놀란 탓인게야

내 해린별을 떠나 아린별에 온 것은
강 건너 갈대밭 사이로
모른 척 저공비행으로 스쳐가는 실잠자리 땜에
괜스레 약 오른 탓인게야

고고한 자기만의 선궁촌을 기르던
선계의 해린별을 떠나
너와 나의 마음이 더불어 아슴이는
이 하계의 에덴에 내려온 것은
-「아린별의 해명」전문

해린 이름을 가졌던 옛날에서 굳이 아린이라고 이름을 고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초가을 저녁/ 풀잎에 숨어 바장이는 풀벌레 울음이/ 에일듯 그리도 애달픈 탓인게야”이다. 풀벌레 울음의 아린 눈물 은 당연히 닥아 올 죽음에 애틋해 하는 울음이란다. 그래서 눈초리가 싸늘하다. “눈초리가 싸늘한 가을나라에서/ 나붓나붓 바람 손에 끌려나온 빨간 단풍잎/ 하나가〈찬바람 미워〉/ 하는 외마디에 화들짝 놀란 탓인게야” 빨간 잎 단풍 그 떨어지기 전의 절규를 본 것이다. 역시 죽음예상이미지이다. 그리고 “강 건너 갈대밭 사이로/ 모른척 저공비행으로 스쳐가는 실잠자리 땜에” 그렇단다. 날개 뒤에 숨은 가을하늘을 나르는, 이제 마지막 비행의 모습이 암시된다. 이처럼 유시인은 당차게 어쩔 수 없이 죽음으로 가는 이들을 초록별의 꿈으로 다시 살아나게 하겠다는 시의 선언을 하고 있다. 초록별이 에덴에 내려왔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유시인의 이력이 드러나는 예지력이다. 감리대학교 유아교육학과 출신이다. 바로 에덴이니 하는 시어는 성경적 언어이고 신학을 전공한 이력의 무의식적 시어출력이다. 에덴은 지상의 낙원을 이루는 이미지이다. 에덴동산에 아담과 이브는 그들의 동산을 걸었었다. 시인은 이 꿈의 에덴동산을 그냥 나몰라라가 아니라 너와 나의 마음이 아슴한 하계라 하였다. “너와 나의 마음이 더불어 아슴이는/ 이 하계의 에덴에 내려온 것”으로 더불어 아슴이는 것이다. 어쩌면 하늘에서 내려오신 분에 가까이 가는 이미지이다.
이 지상에서의 초록 꿈인 초록별을 들고 꽃들이 모여 사는 꽃집 앞에서 “저 꽃집 앞에 서 있어요” “꿈꾸라 중년에도 초록별을 품은 소녀처럼” 가을에 유난히 푸른 풀벌레와 잠자리볼 붉은 단풍을 시 어휘로 하면서 시인은 ‘꿈꾸라 중년에도 초록별을 품은 소녀처럼’이라 선언한다. 시인의 말대로라면 중년 여성이다. 중년여성이 선언한다.
초년에서 중년으로 넘어오면서 축적된 시적 화자의 변화는 지상의 초록별을 택한 시인의 시에서 보이는 간절한 바램에서 투영된다.

언제나 처음인 듯
티 없이 맑은 가슴으로 살고 싶었다

지순한 나의 사랑이거니
지상에서 하나 뿐인 사랑을 위하여
단 한번 청아하게 울고 싶었다
나만의 호숫가에서
귀족스런 목을 길게 늘이고 나 홀로
구슬피 목 놓아 울고 싶었다
우. 우. 우 -
-「백조의 눈물 2」에서

단 하나의 사랑을 위한 시적화자 백조는 그 귀족스런 삶을 살고 싶었다. 그래서 초록별이 된다. 그래서 외로움보다 더 깊은 슬픔을 찾는다. 그리움보다 더 간절한 눈물이 무엇인지를 찾고 싶어서이다. 별보다 더 간절한 눈물을 찾아서이다. 이러한 뚜렷한 목표를 위하여 시적 화자는 목숨을 건다. 그것은 그대의 별이 되고 싶음이다. 어둠을 배경으로 파아란 빛을 발하는 그대에게 걸어 들어가 그대 죽을 때에야 눈감는 초록별이 되고 싶어서이다. 그러고 보면 어두운 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과 시인의 꿈이 되는 초록별 두 개가 있다. 그래서 이 별, 하늘의 별을 시인은 그대라 한다. 그리고 시인은 하늘의 별을 지상에서 가지고 와 초록별을 꿈꾸는 뚜렷한 목표로 내세운다. 

외로움보다
더 깊은 슬픔이 무엇인가
그리움보다
더 간절한 눈물이 무엇인가
별보다
더 빛나는 아름다움이 무엇인가

그대 부르지 않아도
나,
그대에게로 가서 별이 되고 싶다
눈부신 어둠을 배경으로 서 있는
네 안에 정면으로 걸어 들어가
그대
죽을 때에야 비로소 눈 감는
별이 되고 싶다
-「별이 되고 싶다」전문

순수의 늪에 두 발을 묻고
순백의 진주를 빚는 호숫가를
세간의 때 묻은 손가락 펴 가리키지 마라
사랑 중에도 내 흰 깃털만큼이나
눈부시게 순결한 사랑 하나 받기 위해
지금껏 청빈한 불살 한 모금 베어 문
외곬수로 살아 왔거늘
-「백조의 눈물 1」에서

초록별을 들어 우아한 목덜미의 백조로 살 것을 선언한다. 바로 지상에서의 초록별로 사는 일은 하늘의 해린별에서 떠나 지상의 아린별로 온 타당성을 선언한다. 그 힘은 어디에서 올까! 아마 그녀의 신앙이 되는 분의 보호하심이 있다는 자신감에서이리라.
사실 유시인의 별 시어가 이 시집에서 다량으로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초록별은 은유어이다.
 
내 해린별을 떠나 아린별에 온 것은(「아린별의 해명」)
내 해린별을 떠나 아린별에 온 것은(「아린별의 해명」)
내 해린별을 떠나 아린별에 온 것은(「아린별의 해명」)
선계의 해린별을 떠나(「아린별의 해명」)
헌 별 줄게 새 별 다오(「초록별을 따는 여자」)
내 초록별을(「초록별을 따는 여자」)
헌 별 줄게 새 별 다오(「초록별을 따는 여자」)
내 초록별 꿈을(「초록별을 따는 여자」)
토란토란 숨어사는 내 초록별(「초록별을 따는 여자」)
껍질 안에 숨은 별을(「초록별을 따는 여자」)
하얀 별을 줄게(「초록별을 따는 여자」)
못내 스러져 갈 별을(「초록별을 따는 여자」)
하얀 별을 줄게(「초록별을 따는 여자」)
초록별을 다오(「초록별을 따는 여자」)
초록별을 다오(「초록별을 따는 여자」)
초록별을 다오(「초록별을 따는 여자」)
별이 되고 싶다(「별이 되고 싶다」)
어머, 녿을볕 머금은(「꿈꾸라 중년에도 초록별을 품은 소녀처럼」)
호수에 빠진 별을 만나고 온 날엔(「꿈꾸라 중년에도 초록별을 품은 소녀처럼」)
초록별을 품은 소녀처럼 청아하게(「꿈꾸라 중년에도 초록별을 품은 소녀처럼」)
무리 속에서 별이 된 주몽(「신세계가 그대를 부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시인은 결단코 초록별이 되고 싶다. 그래서 시적화자는 오로지 고고하게 살아온 흰 백조이미지의 하얀 별을 주면서 까지 초록별이 되고자 한다. 초록별의 꿈을 실현하고자 한다. 이 지상에서 초록의 그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고 싶어 한다. 소월시의 「산유화」시 계열에 서서 보다 더 한걸음 앞서 미래로 나아가 초록별을 만들어 가려 한다. 「산유화」시는 산유화가 봄 여름 가을 없이 그리고 봄을 뛰어 넘어 다시 다음해 피는 이미지로 당시의 우리나라의 미래의 봄을 예언하고 있다. 이처럼 아린별이 되어 초록별을 내세우고 초록의 아름다움을 펼치고 싶어한다.     

2.  사랑을 위한 결의

굳이 해린별을 마다하고 아린별을 택한 위대한 힘은 사랑의 힘이다. 이 힘은 결코 본인의 힘이 아니라 그대 때문이다.  이 때 등장하는 그대는 누구인가. 이쯤 되면 다른 무엇에 눈돌려지지 않는 뚜렷한 삶의 목적으로 하여 초록별이 되는 일의 눈 돌림 그대 때문에 저 하늘에서 빛나는 그대 때문에 나는 이에 걸 맞는 지상에서의 초록별이 되어 이 세상에서 낮게 낮게 삶에 이끌려 가는 것들에 대한 그 아련하고 눈물 나는 일에 마음을 쏟아야 할 일이 있다. 
 
그대는 어디서부터 왔습니까
천상으로 가는 길목에 서서
아스라이 내가 그대를 따라갈 때마다
불시에 슬픔이 밝아 배부른 방황 잠재우는
그대는 어디서부터 왔습니까

그대가 어떻게 내개로 왔습니까
달빛 잠기는 강가를 서성이는
풀 바람의 보랏빛 떨림으로 왔습니까
피 돋는 외침같이 환한
백야의 눈꽃 속에 소스라치듯 순결한
동백이 피어나는 까닭으로 왔습니까

그대는 어찌하여 풀잎의 순진성에
매달려 제풀에 스러지는 이슬의 몸부림을
그토록 눈 시리게 바라보고 있는지
꽃비 내리는 사월을 가듯 가련 없이 눈뜨고
그대로 하여 무늬 지는 슬픔
그 음계 높은 슬픔에도 두 뺨이 발개오르는
생명의 통일로 달려오고 있는지
이 강토 생명 줄기 기리는 한라에서
북풍한설에 아아,
삼천리 반도의 어깨뼈가 드러난 백두까지
숨 가쁜 확신을 품고 들어와
내 안에 펄럭이는 이 땅의 주인이여

몽매에도 잊지 못할
사랑하는 내 님 같은 금수강산인저
 그대는 어디서부터 왔습니까
그대가 어찌하여 이 세상에 있습니까
-「그대가 어찌하여 이 세상에 있습니까」

그대 아는가
내가 향설처럼 순결하게 살아가려는 것도
그대 때문임을
내가 세속의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수녀처럼 정결하게 정의롭게 살아가려는 것도
다 그대 때문임을
내가 지금 비록 외롭고 힘겹다 해도
누운 풀잎조차 깃발처럼 일으켜 세울
여 전사같이 당당하게 이겨내는 것도 모두
다 그대 때문임을

그대 진정 아는가
잃어버린 내 마음의 조국님이여
나는 그대와의 오붓한 만남을 꿈꾸며
정갈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음을
꽃잎들이 이슬에 얼굴을 씻는 뽀얀 새벽이거나
분홍노을이 감미롭게 기지개를 켜는 해거름
그대가 나의 문을 두드릴 때도
바람에 가볍게 열리는 나뭇잎새처럼
오랜 망설임 없이
그대를 맞아들일 준비가 되었음을
-「눈꽃 편지 1」

천상으로 가는 길목의 그대를 초록별은 만나고 있다. 그대이다. 궁금하게 여겼던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대상은 남녀의 관계를 넘어서는 유시인에게는 절대세계의 그대이다. 그러나 그 보다는 우선 아주 급히 시인의 금수강산 조국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비유는 그토록 유명한 「님의 침묵」한용운의 님이 조국으로 승화되는 시의 이미지와 같다. 초록별이 가장 선호하는 님 조국강산은 시인의 옛 이름 해린을 버리고 아린별이 되게 한다. 가슴아리도록 사랑하는 그대이다. 이로써 유시인의 색채이미지는 어느 한 사랑하는 사람을 넘어서는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일이 초록별의 급선무 일이 된다.  시를 쓰는 명분이 값지다. 
우리 · 내 나라 · 내 조국 · 내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아들 딸 들, 이 들을 사랑하는 시인의 삶에는 시를 쓰는 명분이 있다.
그 아련히 슬어져 간 어린 학생들을 향하여 시인은 초록별을 들고 오라고 하고 있다.

아프도록 아름다운 인질같이
마법의 성에 유폐된 못다 핀 나 꽃님들아
팽목항 사랑의 동아줄을 타고오렴
횃불 같은 기다림이 노랗게 펄럭이는 저
팽목항 사랑의 동아줄을 타고 돌아 오렴

아리도록 눈을 들어 산하를 돌아보면
끝에서 끝 쪽으로 햇살이 걸려있고
씨눈이 움트던 초목들은 아기 손 흔들며
목목이 푸르름은 치열해 가는데
다시 돌아온 정겨운 푸른 산실에 단짝인
너는 없다…

수업이 끝난 시간 까르르
웃음소리 구슬처럼 굴러다니던 교실에도
재잘 재잘대며 우르르 몰려나가던 운동장에도
어디에도 너는 없다
처연하도록 눈 시린 햇살들이 아물대는
운동장엔 호곡 같은 서러운 정적만이
한기 머금은 초겨울 잎새처럼 오스스
나를 떨게 할 뿐
왠지 소외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일랑 안주머지 깊숙이 접어 넣고
실로 나 너와 함께라면
모든 이에게 참혹하도록 아름다운 비애를
품어 주어도 좋을
이 박명의 계절에 사계절의 순서없이
떨어지는 꽃이라도 좋았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회전의 길이 있다한들
꿈을 함께 펼치던 나 너와 함께라면
슬픈 파도가 되어 흐느껴 울어도 좋았다
울다 울다 그렇게
조각조각 부서져 사라져도 좋았다

쪽빛 꿈꾸는 파도며 말해다오
고고한 물새의 나래 짓으로
흐느끼는 파도여 대답해다오

노란 소망을 담은 종이배를 띄워 놓고
이 비련의 팽목항 포고에 기대앉아
내가 얼마나 울어야 바다가 될 수 있는지를
내가 얼마나 부서져야 파도가 될 수 있는지를
마지막 한 번 더 왕자님을 보고져
오롯이 한 점 물방울로 쓰러져간 인어공주처럼
갯벌 허무는 썰물로 얼마를 내가 더 무너져야
너에게 가 닿을 것인가를
 -「팽목항 사랑의 동아줄을 타고 오렴- 팽목항의 비가 3」에서

초록별이 된 이유의 뚜렷한 유시인 시의 내포는 죽은 어두움의 이미지가 환하게 살아오게 할 수 있는 사랑의 동아줄을 타고 오렴하고 명령하는 일이다. 과연 그런 힘이 있을까? 시인은 굳이 초록별이 되어 하늘의 별을 그대로 삼는 그 멋진 힘으로 그 가능성을 열어둔다. 그것도 산전수전 겪으면서 힘이 강해진 그 중년의 초록별이기에 사랑의 동아줄을 타고 오라 한다. 이제 시인은 시인의 초록별이 사랑임을 천명한다. 삶의 색채 초록별이다. 
이러한 가능성이 시인에게 가능할까. 이 가능성을 시인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로 내세운다. 비는 하늘에서 내리는 일반적인 속성을 지닌다. 그런데 시인은 이 비의 정의를 무작정 주고만 싶은 빗물의 정이라 하였다. 빗물의 정은 어떤 빗물일까.

무작정 주고만 싶은 맹목적인 빗물의 정으로
나는 그대 마음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숨 쉬는 음반 가게를 지나고
후리지아의 미소가 향그러운 화원을 지나면서
이 신기한 변화가 내심 놀라웠습니다
새순과도 같은 이 작은 눈뜸을
정녕 후회하지 않으리라는 푸른 결의를 다졌습니다
이 두렵고도 무분별한 시도로
눈시울을, 내 옷을 흠씬 적신다 할지라도
「…그렇게 비는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비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힘은 신에게 있다. 왜냐하면 비는 히브리어로 계심이라는 뜻이고 비 속에 하나님의 은혜가 무한정으로 들어있어서이다. 비는 무작정 주고만 싶어한다 했다. 무작정 주고만싶어하는 이 빗물의 정을 알게 된 시인은 곧 그 거리로 나가 비를 맞는다. 하늘에서내리는 빗물을 맞는 시인은 두렵고도 무분별한 시도로 초록별로 온통 눈시울을 적시며 빗물을 맞는다. 옷이 흠씬 적셔진다 할지라도 비를 맞는다.
시인 나는 그대 마음을 향해 걸어갔다. 유시인은 초록눈물을 흘린다. 초록눈물, 살게 할 수 있는 분의 빗물을 받고 눈물을 얻는다. 감동한 시인은 이 때 초록별을 가진다. 그러나 즉시 그대와 나와의 엄청난 거리를 실감한다. 허용하지 못할 사랑의 애련함이라는 말로 시적 변용을 한다. 이러한 시적 언술은 사실은 비가 지니는 하늘에서 내리는 은혜의 잔을 마실 수 있어서이다. 이 잔을 받으려 시인은 무작정 비오는 거리에 나갔는데 비는 더욱 세차게 내리면서 더욱 그대와 나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없는 한계성을 인식한다. 아직도 세찬비를 받을 수 없는 자신의 믿음의 한계를 실감한다. 
다만 이제 초록별을 든 시인이 할 수 있는 시적 화자 중년의 여인은 새선상의 아리아를 부르는 일이다.
 
따사로운 봄바람이
꽃만 피어나게 하는게 아니라
사람도 피어나게 한다는 사실을…
「그대를 만난 후」에서

하얗게 물보라 일으키며
흰건반 위를 포롱포롱
안단테로 날아오르는 가리새
사뭇 끊일 듯
사슬사슬 눈에 쓸려가는
새 선상의 하모니

씨 음(音)의 혈 즙
다시 생래(生來)에 못 사룰
새 사랑의 가리새
「새 선상의 아리아를 연주하는 여자」

시인은 바로 부활이미지에 집중한다. 새 선상의 아리아를 연주하는 여자는 초록별의 여자이다. 중년의 초록별 여자이다. 이제 죽음의 문제에 정면으로 시혼을 들고 도전할 수 있는 아린별의 시학으로 시에 도전한다. 반드시 살아서 돌아옴을 전재로 하는 생래(生來)로 목숨을 건다. 살아서 돌아오는 그것의 소중함이 초록시인이 새 선상의 아리아를 연주하는 여자일과 겹쳐진다. 축제가 시작된다. 축제는 즐거울 때의 같이 나눔이다. 초록별이 맞본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에서 맞본 그 절박감과 죽음으로 이어진 사건에서도 생래의 길로 돌아오는 방법은 봄이 온데어서이다. 축제이다. 
현실을 직시한 시적 화자 중년에도 꿈을 버리지 않는 초록별의 시인이 될 수 있어서이다. 둥둥둥 같이 북을 울린다. 새로 싹이 나고 삶이 살아나고 온갖 만물이 살아나 춤춘다. 얼싸 좋아 시인의 시에서 춤추기이다. 생래, 살아서 돌아왔기 때문이다. 죽음에서 삶으로 오게 한 초록별의 일은 사랑스러운 그리고 믿음직스러운 중년의 초록별이다.
그대와 만날 때 꽃집 앞에서 초록별을 따 가지고 한 아름 시 원고를 든 시로 행동하는 중년의 시인이다. 시에 목숨을 걸고 매화동으로 찾아가 시를 사랑하다 사랑하다 더러는 지칠지라도 용감하게 다시 일어서 초록별을 꿈꾸는 정말 초록별여인일 뿐이다. 초록별을 따는 여자이다. 초록별이기에 다시 일어선다. 해린이 아니라 너와 나의 숨소리를 확인하는 아린별이다. 죽음이 아니라 산 목소리로 아린시를 쓰는 초록별 시인이다. 삶의 활력소를 불어넣는 괴력을 시로 발휘한다.

2. 아린시혼

해린별을 떠나 아린별에 머무는 중년의 초록별 꿈을 든 아린별 시혼은 그대 목숨의 그 마지막 가을볕에 잠자리와 풀벌레의 비행이 긴 겨울을 이기고서야 새 선상에서 아리아를 켤 수 있다. 지상에서의 지친 삶과 어려운 나날의 죽음이미지에서 초록별을 높이 높이 들고 꿈꾸라 명령한다. 중년에도 초록별을 꿈꾸는 소녀처럼 역동적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중년의 나이가 된 초록별 꿈을 든 여인이다. 이 처절한 삶 이어가기의 힘은 하늘에서 내리는 은혜의 비로 하여서이고 말씀으로 하여서이다. 삶에서 죽음으로 길이 아니라 죽음에서 삶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안단테의 곡이다.
비에 말갛게 씻긴 초록별을 든 여인의 목소리이다. 신들린 그리움이다.

말갛게 씻긴 목소리로 내가 부르면
언제나
흰 백합 향기로 피어오르는
그대

시리도록 아려오는 눈시울에
촉촉이 비가 내려도
내 가슴에 흰 꽃 이파리로 쌓인 그리움은
다 적시지 못해
오늘도 그대 향기에 취해
슬픈 전설 같은 하루가 가고

눈멀고 귀 먹어도
죽지 않을 신들린 그리움은
서걱이는 빈 가슴
채우고 채워도 내가 늘 목마를
그대 사랑뿐…

허전한 어깨를 덮은
내 긴 머리칼은 은실같이 헝클어진
슬픔의 비늘뿐이지만
그대를 위해 부서진 눈물로
내 가슴은 햇빛 창창한 날에도
비를 부르게 하고

시장스런 슬픔의 비늘조차
그대를 위해 음지 없는 향기를 만드는
그대의 꽃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그대의 흰 가슴에
차마 얼굴을 묻고 울어도 좋을
그대의 꽃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그대의 꽃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내 해린별을 떠나 아린별에 온 것은
초가을 저녁
풀잎에 숨어 바장이는 풀벌레 울음이
에일듯 그리도 애달픈 탓인게야

내 해린 별을 떠나 아린별에 온 것은
눈초리가 싸늘한 가을나라에서
나붓나붓 바람 손에 끌려나온 빨간 단풍잎
하나가 〈찬바람 미워〉
하는 외마디에 화들짝 놀란 탓인게야

내 해린별을 떠나 아린별에 온 것은
강 건너 갈대밭 사이로
모른척 저공비행으로 스쳐가는 실잠자리땜에
괜스레 약오른 탓인게야

고고한 자기만의 선궁촌을 기르던
선계의 해린 별을 떠나
너와 나의 마음이 더불어 아슴이는
이 하계의 에덴에 내려온 것은
-「아린별의 해명」

시름 앓는 명성황후의 소릿단을
따다 질러버린 말과 말의 들길에서
그녀가 천둥처럼 무너져 누웠을 때
대한 벌에 갔지

미쳐 올곧은
말이 되지 못한 광대뼈의 만신이
뿌리 없는 물풀들에 졸속탄핵의 함성이
서리서리 탯줄에 감기는 안개벽인데
서러움은 차라리 부질없어서
태극말말 영그는 대한 벌의 상답들은
하 그리 상냥한 오월인거야
우리도 방천머리 파랗게 잦은 충정의
손짓을 목매이게 웃자고 하지

언제나 반쯤 가리운
옆모습의 올림머리로 구름 뒤에 서있을 때
번개탄핵 창살에 갇힌 별 여인아
벼락같은 비명으로 응답하렴아
몸서리처럼 충정 가는 대한 벌의 들 물결 따라
목 언저리 환하게 놓여나고 싶다고
민주 탈 가면을 쓴 광란 극으로
아우성치는 말 가시들을 살별지게 파생 치며
싸리가지 걸음으로
강아지풀 걸음으로

청천하늘을 굴러 얼레얼레
먼 인고의 은하터널 속을 돌아온 봉황별은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올곧은 대한으로 길이길이 보전할 것을

한 생애 형형한 생채기로 빛낼
별대한녀는 봄 싹 티울 삼월의 아우성으로
우리가 다시 애국심 지긋한 태극기
하나로 휘날리기 위하여
-「별대한녀의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중년여성이면 이제 어디에나 떳떳한 삶이 수반되는 때이다. 그러기에 죽음이미지에 직면하는 무거운 주제를 유시인은 감리대학 유아교육과의 학력실력으로 시혼에 도전한다. 창창히 하늘에 빛나는 해린이 아니라 이 지상에 아린별이 되어 삶을 초록별로 꾸려 가기를 자처하면서 지상의 에덴을 위해 초록별 아린별을 든다.
아린별의 삶은 온통 초록별을 그리는 헌시형식이다.

나는 그대 길 떠날 때
이따금 쉬어갈수 있는 의자가 되고 싶어요
물에 젖은 솜같이 발걸음이 무거울 때
정거장처럼 편안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식의자가 되고 싶어요

나는 그대 길 떠날 때
여행 가방에 묻혀가는 물통이 되고 싶어요
사막 같은 길을 가다 지치고 목마를 때
그대 체세포 마디마다
내생명수로 채워 산줄기같이 불끈 힘을
솟게 하는 물통이 되고 싶어요
 
나는 그대 길 떠날 때
앞장서서 길 밝히는 반딧불이 되고 싶어요
수천의 반딧불이 되어
다함없이 밝히는 순명의 횃불같이
그대 길을 잃고 헤매 일 때
홍해의 기적처럼 화안하게 대로를 열어주는
반딧불이 되고 싶어요

나는 그대 먼 길 떠날 때
영혼을 지켜주는 수호천사가 되고 싶어요
세상의 검은 유혹을 물리치고
동화 속 주인공처럼 착하고 예쁘게 살아가도록
그대 가슴에 영원한 순정을 심어주는
하얀 수호천사가 되고 싶어요

나는 그대 변함없이
내 순정의 순애보라 믿는 날까지…
-「좁은 길 2」

헌시는 유한성의 애절함과 절절함에 가까이가 현실을 소재로 하면서 남자들도 잘 다루지 못할 문제를 가녀린 중년여인이 감히 꿈꾸라 중년의 여성들이여 소녀처럼이라고 헌시한다. 그대로 초록의 안정감과 절대 삶의 비중을 든 초록별이다. 초록별은 초록이 겸하여진 초록별이고 초록별꿈은 초록에다가 별과 꿈이 3중으로 중첩되면서 강력한 호소력의 시적 감각으로 되어있다. 곧 너와 나의 아련한 사랑이야기로 전개한 『꿈꾸라 중년에도 초록별을 품은 소녀처럼』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