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시인이 말하는 김춘수의 시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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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시인이 말하는 김춘수의 시세계

유용선 0 3351
* 김춘수 선생님이 스스로 밝힌 당신의 시세계입니다.

<table width=365 border=0><tr><td>
“1940년대 후반 4~5년은 선배들의 시를 흉내내던 아류의 시절이다. 50년대에 들어서자 내 시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되었다. 그 끝에 나타난 것이 꽃을 소재로 한 일련의 연작시다. 이 관념시들을 스스로 플라토닉 포에트리라고 부른다. 60년대에는 다시 한번 반성과 비판을 한다. 시는 관념(철학)이 아니고 관념 이전의 세계, 관념으로 굳어지기 이전의 세계, 즉 결론(의미)이 없는 아주 소프트한 세계가 아닐까 하는 자각이 생기게 됐다. 이 자각을 토대로 시를 추구해간 결과 마침내 무의미시라는 시적 입지를 얻게 되었다. 무의미시의 1차적 과제는 시에서 의미, 즉 관념을 배제하는 일이다. 이 과제를 실천에 옮길 때 이미지를 즉물적으로 쓰게 된다. 그러나 이미지는 의미(관념)의 그림자를 거느린다. 이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 탈이미지로 한걸음 나가고 결국 리듬만으로 시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것 역시 낱말을 버리지 않는 이상 의미의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그래서 낱말을 해체해 음절 단위의 시를 쓰는 언어도단의 단계에 접어든다. 선적 세계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는 더 나아갈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여기서 다시 의미의 세계로 발을 되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것은 무의미시 이전의 의미의 세계는 아니다. 관념과 무의미가 변증법적으로 지양된 새로운 시세계가 나의 마지막이다.”</td></tr></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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