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등단 작품 및 당선소감,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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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등단 작품 및 당선소감, 심사평

윤용기 0 3128
시 등단 작품 및 당선소감, 심사평
 
[ 억새풀 ]
              윤  용기

그 어느 날부턴지 알지 못한다.


그 놈을 좋아했는지를
좋아하면 할수록
더욱 아픈 상처가 되어 온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스산한 흙바람이
그의 몸을 휘감아
흐느끼는 소리 들었다.
가슴 빗장 걸어두고
속으로
속으로
울었다.
풀잎이 흔들린다.
조용한 숨결이 숨가쁘게 떡방아를 찧는다.

_______ 이토록 산다는 것이
_______ 이토록 그 놈을 좋아한다는 것이
울음의 연속이라는 것을 나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나는 장미꽃을 보았다]
                윤  용기

긴 겨울 짓이겨 돋아나는 초록빛 잎새,
그 틈 사이로
싱긋 웃으며 피어나는
장미꽃을 보았다.


붉게 불타는 태양처럼
붉은 웃음 보았다.
뒤질세라 피어오른 작은 봉우리
희고 고운 님 젖무덤 같이 닮았다


그윽한 꽃향기 님을 찾아
천리천리 삼천리
지고 피고 지고 피는
님 그리는 그 마음
오뉴월 뙤약볕도 무슨 소용 있으랴


 
 [나무는 전투 중]
              윤  용기

긴 겨울 이겨 낸
나무는 혹독한 겨울과의 전투에서 승리자다.
잎과 꽃,
자기 자신과도 전투 중이다.

"파르르"
파아란 입술을 벌린다.
노오란 꽃, 빠알간 꽃, 하이얀 꽃, 연분홍 꽃
앞다퉈 터뜨리는 온갖 몸부림

벌거숭이 몸에는
초록의 갑옷을 입는다.
지금도 나무는 전투 중!
 
 



시 당선 소감

보다 먼 내일을 위해...

 어느 날 별안간 별똥별이 먼 우주 공간으로 사라지고 황량한 벌판에 홀로 서 있는 그런 감정이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가까이 살아 보살펴 드리지 못하고 늘 마음만으로 효도를 부르짖으며 살아 온 시간들이 그렇게 후회와 회한이 되어 내 가슴에 남아 글을 쓰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침묵의 시간이 흘러갔다. 그래서 글을 쓰게 되었고 또 이처럼 뜻밖의 당선소식을 듣고 무척 기쁜 마음 그지없다.
 중년의 기슭에서 드높은 안목과 사랑으로 세상을 보면서 겸허한 마음으로 생활을 다듬겠습니다. 보다 먼 내일을 위해...
 부족한 제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리고 여러모로 격려와 지도를 아끼지 않으신 시사랑 동인님들께 감사를 드리며 아울러 나의 시 작업에 늘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 준 아내와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시 심사평


자연을 소재로 한 깨달음의 시로써 시적 정서가 잘 표현되었다.
의인화된 억새풀은 어느덧 시인과 하나가 되어 숨가쁘게 흐느끼고
좋아하면서 깨달음에 이르고 있다.  좋아할수록 아픈 상처가 된다는
갈등구조로 시적 정서를 형상화 해 논 역량이 돋보인다.
이 시에서의 갈등이란 역설적인 표현상의 기교일 뿐
 대상과의 진정한 의미로서의 갈등상황이 아니다. 
역설적인 표현과 갈등구조의 시적 조형은 상당한 문학적 수련이 요구되는
점인 데  이러한 문제를 무리 없이 소화하여 좋은 시를 빚어내었다. 
시인으로서의 능력과 소양을 높이 평가하면서 더욱 정진하기 바란다. 
 
심사위원: 김 창직. 김 성열

월간 문예사조 2001년 7월호

[이 게시물은 가을님에 의해 2005-05-12 00:45:18 시의 보물창고(으)로 부터 복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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