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등단작품 및 당선소감, 심사평
윤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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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9
2005.05.11 12:44
겨울나기
언제부터인가 내가 근무하는 전동차에는 무료일간지와 신문지를 줍기 위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전쟁은 이른 새벽부터 시작되었다.
65세 이상의 노인은 전동차 운임이 무임이라서 예상보다는 많이, 그리고
하릴없이 다니는 듯한 경우를 종종 본다.
할머니
가을비가 주적주적
상한 마음에 내립니다
찢겨지고 상처 입은
세월의 나뭇잎에
차갑게 아주 차갑게 내립니다
삶의 희노애락(喜怒哀樂)에 지친
사람들의 아우성이
녹아 내리는 빗물에 스며듭니다
아주 말없이 조용히 흐느낍니다
이제 눈물도 메말라
흘릴 수가 없습니다
늦가을 이 비가 나리고 나면
우리네 이웃 독거(獨居) 할머니의 삶이
걱정됩니다
고갯길 언덕 판자 집
허름한 집
연탄아궁이는 타버린 하얀 재만 남아
할머니의 하얀 머리칼처럼
세월의 연륜을 말해줍니다
메말라버린 눈물이
이제는 더 나오지 않습니다
지난 겨울
얼어붙은 언덕 배미의 눈과 빙판
벌써부터 겨울나기가 걱정입니다
어김없이 계절은 가고 오는 것
세월의 성상에 기대어
살며시 잠을 청합니다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경기침체가 장기전으로 접어 든 지가 오래되었고 하나 둘 늘어난 신문 줍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때로는 위험을 무릅쓰고 주운 신문지를 들고 내리고 한다.
점차 그 수가 늘어만 나는 것을 보면서 노후 보장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우리의
아버지의 세대들에 비애를 느낀다. 물론 자식들이 없는 할머니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고 자식들이 있는 할머니도 있을 것이지만 이기주의적인 사고의 팽배로
더욱 "효"에 대한 사상은 옅어져가고 이제 오로지 자신만의 생각과 주장만이 옳다는
아집과 자만이 가득한 세태라 아니할 수 없다.
그들이 하루에 몇 포대를 주워 팔면 몇 천에서 돈 만원 정도의 번다고 한다.
힘겨운 생존의 몸부림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전동차 객실에 붙어 있는 광고를 유심히 본다. IMF 시절보다 오히려 더욱
광고가 없이 텅 빈 공간을 보며 경제가 어려움을 체험으로 안다.
이렇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말없이 자기의 본분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임에 틀림이 없다.
전동차 내 광고를 보면
전동차 내 광고를 보면
경제를 안다
붙이려고 해도 붙일 수 없을 때는
분명 호황이다
IMF 찬바람에
덜렁 한 객차 내에 몇 개만이
자리를 지킨다
전동차 내 광고를 보면
세상을 읽을 수 있다
IMF 끝났다지만
점 점 줄어드는 광고가
나를 서글프게 한다
경기침체, 유가 상승, 일자리 박탈, 정치권의 연일 기 싸움, 신용불량자의 양산,
출산율 저하, 고령사회의 진입, 대통령 탄핵, 신행정수도 위헌결정, 국가보안법 등
4대 법안 대치 등 산적한 민생 법안이 산더미처럼 있을 진 저 실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안정된 기반 위에 잘사는 나라 평안한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국가발전은
모든 국민이 바라는 바일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세상은 어떠한가?
정말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발언을 쏟아내는가 하며 당리당략을 위해서는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국회의원도 모두가 똑같은 실언을 되풀이하는 것을
보며 실로 실망을 금할 길이 없다.
어찌 대다수의 국민들이 그들을 지도자라고 따르며 법질서에 순응하며
살 수 있겠는가?
이처럼 어려운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하는 2만 불 시대의
대한민국으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양보와 타협, 남을 배려하는 마음,
님비 현상을 버리고 진정 법의 판단에 승복하는 올바른 판단 등이 절실히
요구되는 사회인 것이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국민의 안녕과 민생안정을
위해 경제 살리기에 우선을 두고 정책을 펴나가야 할 때인 것이다.
여기 저기에서 삶의 고통을 호소하는 집회가 연일 일어나고 민심을
아우르지 못하는 실패한 정부나 다름이 없다.
뜻에 맞지 않는다고 모두 적으로 간주하는 위험한 발상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근본을 세우기 위해서는 용납해서는 안될 것이다.
차디찬 긴 겨울 뒤에는 땅기운을 맡으며 봄의 새싹이 기운을 되찾아 소망의
생명이 태어나 듯 내가 근무하는 직장에도, 그리고 사회에도, 대한민국에도
화합과 용서, 관용과 이해가 어우러진 더불어 잘사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늘도 세평 땅도 세평 꽃밭도 세평
---환상선 눈꽃 열차를 다녀와서
연가를 이틀 올 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얻었다. 때마침 아내도 회사 연가를 얻어 어디를 갈까 생각하다가 환상선
열차를 타기로 결심하고 차표를 예매를 했다. 새해를 이틀 앞 둔 12월 30일 새벽 여명을 가르며 찬바람을 맞으며 총총 걸음으로 화서 역을 향했다. 겨울의 중심에 서 있는 계절이지만 그리 많이 춥지는 않았다. 앙상한 가로수들은 가로등 불빛에 졸고 이따금 지나가는 새벽 자동차의 요란한 질주는 아찔하기까지 했다.
청량리역을 향해 달리는 전동차에 앉은 아내는 내 어깨에 기대고 포근히 잠에 빠져 취해 있는 순간 어느새 전동차는 종착역을 알리는 방송에 일어나 지하 하수구에서 꽉찬 연기가 하늘로 승천하듯 사람들에 밀려 지상 청량리역 광장으로 올라 왔다.
아직도 채 어둠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 7시 차가운 손을 비비며 역 광장 오른쪽에 있는 우동국수를 파는 집으로 들어갔다. 김밥 2인분과 어묵을 사서 먹고 김밥을 또 사서 배낭에 넣어 2층 대합실로 올랐다. 많은 사람들
이 아마도 환상선 열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듯 삼삼오오 짝을 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개표 방송이 나오고 07시 45분 환상선 열차의 개표를 받고 6호차 23, 24호 자석에 자리를 잡았다.
앞쪽 오른 쪽에 어린아이들이 탔다. 모두 들뜬 기분으로 왁자지껄 떠들어댔다. 승무원의 안내 멘트가 나왔다. 지금 강원도 환상 선에는 눈이 없노라고 했다. 아쉽지만 그래도 좋았다.
기차로 용문 까지는 가보았지만 원주 단양 제천 그 쪽으로는 나도 처음 기차를 가는 초행길이었기에 한순간 한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차장에 스크린처럼 오버랩 되는 경치를 바라보았다.
지난 시간을 회상하며 숨가쁘게 달려 온 시간을 잠시나마 일상을 벗어나 다시금 내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시와 문학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다. 3월의 창간호와 7월의 여름호를 내면서 많은 상처와 불신,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부대낌 속에 내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병원에 열흘 입원 및 회사를 가지 못한 일까지 숱한 사연들을 어찌 말로 모두 표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언젠가는 그런 것을 가슴에만 묻어놓고 지낼 수 있을까? 너무도 큰 충격으로 심한 가슴앓이를 한 날 들이 몇 날이었던가?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도다"라고 한 성경말씀처럼 그 헛된 망상을 쫓은 자신의 허상을 발견하곤 한다. 이제는 야인으로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더욱 되돌아보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소중한 시간을 일깨워 준 귀중한 삶의 자락이었으리라.
사회적으로는 불법 정치 자금으로 일 년 내내 뒤흔든 한 해 온갖 불법과 부정이 정당화되는 고위층의 발언들이 나를 슬프게 한다. 10분의 1은 괜찮다는 식의 이분법적인 발언이나 대통령짓 못해먹겠다는 말이나 재신임 발언 및 취소 발언이나 기타 정치 지도자들의 언행이 허공에 날리는 그 말이 공언으로 그칠 때 또한 나를, 그리고 우리를 슬프게 한다.
님비 현상(nimby syndrome)이 극에 달해 방폐장과 관련 해결을 찾지 못하고 표류한 지 일 년이 되는 것과 한 칠레 FTA 비준과 관련된 자결과 데모 등이 연중 끊이지 않고 이라크전 파병관련 찬성과 반대 집회 등 각종 과격한 집회가 연중 끊이지 않고 일어난 한 해 나를 슬프게 한다. 청계천 복원과 관련 생존권의 부르짖음, 상도동 철거민들의 생존권을 향한 몸부림, 이란 지진 참사로 한 도시의 70%가 폐허로 변하고 4만 여명이 희생된 가족들의 애절한
절규가 또한 나를 슬프게 한다.
어느덧 환상선 열차는 양평 역을 지나 원주 역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모두가 미지의 세상을 보는 희열이 앞만 보며 살아 온 일년의 시간들을 모두 잊게 만든다. 앙상한 가지만이 기나긴 겨울을 포용하려 안간 힘을 쓰고 있고 우듬지의 8부에 어김없이 형이상학적으로 지어놓은 까치집은 묵은해의 서러운 감정을 정리하고픈 내 마음과 다름이 없다.
기차는 충청북도 단양 역에서 40여분간의 쉼을 통해 충청지역의 특산물과 맑게 흐르는 남한강의 물을 바라보며 잠시 쉬다가 다시 제천 역을 지나 경상북도 봉화군 승부 역에 다다랐다. 하늘도 세평, 땅도 세평, 꽃밭도 세평이라는 승부 역에 닿아 1시간 30여분간의 자유시간이 있었다. 좁다란 협곡에 작은 내가 흐르고 건너편 민속주점에는 단숨에 달려 온 여행객들을 맞기 위해 굴뚝엔 장작 불 피우는 연기가 피워
올랐고 10여 군데 간이 천막을 이용하여 지은 집들 중에 약수 집에 들러 메밀전과 시래기국밥 봉화 엿술로 가슴을 적셨다. 아직 눈이 쌓이지 않아 아쉬웠지만 그래도 깊은 고향의 향취를 맛볼 수 있어 좋았다. 민속관이라고 옛 고향집을 연상시키는 곳에 들어가니 부엌과 농기구 그리고 마루 아궁이에 큰솥이 몇 개 놓여져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 냇가에 간이포장마차에서 구어 내는 냄새를 따라 메추리 구이를 사서 포장을 해 다시 기차에 올랐다. 짧은 시간 머물다 가는 길손들이 그 아낙네들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릴까? 오늘은 여느 날보다 매상이 적다는 푸념 섞인 말들을 뒤로하고 다시 강원도 태백을 지난 추전역에서 30여분간의 시간이 있었다. 한국 철도 역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다는 해발 855미터 추전역! 1973년 10월 16일 태백선 철도가 개통되자 그 해 11월 10일 역사(驛舍)가 신축되어 보통 역으로 개장한 추전역의 대합실에는 고 박정희 대통령의 개통장면이 담긴 사진과 아담하고 단아한 작은 역사에 사진이 즐비하였고 몇 평 남짓 깨끗한 화장실은 지나는 길손들에게 가슴 따뜻한 사랑을 던지고 가는 곳이라 생각된다. 장상광업소에서 기증한 광산 열차가 있었고 추전역 비문에는 추전역을 지키는 장성과도 같았다. 이제 추전역을 떠날 시간이 되어 기차에 올라탔다. 서서 어둠이 세상을 뒤덮고 제천에 닿아 잠시 머물 무렵 미리 오전에 주문한 김밥이 도착을 하여 저녁을 먹으며 다시금 캄캄한 창 밖을 내다보며 하루의 여정만큼 그렇게 지나 온 일 년의 한 해도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었다.
난생처음 환상선 열차를 타고 왔다는 뿌듯함에 피로한 줄도 모르고 다시 눈이 하얗게 뒤덮은 모습을 보기 위해 다시 찾으리라 다짐을 하며 긴 하루의 여정을 아름다운 추억의 한 컷 속으로 남겨놓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리라 다짐해 본다.
수필 당선소감
새봄이 오면 바람처럼 날아드는 내 마음의 이정표를 잡지 못해 흔들리는 갈대처럼
밤잠 설치며 살아 온 날들이 몇 날이었던가?
진달래꽃 개나리꽃 그리고 목련꽃이 찬란한 슬픔을 머금고 또 다른 내일을 기약하며
작별을 고하는 즈음 기쁜 소식이 날아 와 사뭇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각고의 노력과 뼈를 깎는 자성이 뒤따르는지를 한참이 지난 지금에야 많은 것을 느낀다.
망울진 꽃망울을 바라보며 환희의 소망을 느끼며 내 자신의 내면에 샘솟는 에너지를 분출하는 공간이 바로 글이 아닌가 한다.
오래 전 시로 등단을 하여 글을 써오다가 가끔 나의 깊은 내면에 있는 마음의 글을 써온 지
꽤나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많이 미흡하여 등단이라는 생각을 미루고 또 미루어 오다 보낸 원고에 등단이라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밤낮 없이 가정을 위해 애쓰는 아내와 잘 자라서 이제 어엿한 숙녀인 대학 3학년생으로
성숙한 딸 나라, 오로지 대학 한 목표를 위해 밤낮 수고하는 고3 아들 상진 이에게 감사하며 또한 늘 눈동자같이 지켜 주시는 나의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미천한 글을 선정해 주신 심사위원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더 잘하라는 뜻으로 알고 더욱 정진하여 보답하겠습니다.
수필 심사평
매끄러운 문장에 글을 전개하는 솜씨가 돋보여
수필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에피소드나
재미요소를 가미하여 쓰는 생활글이다. 이 작가는 이미 시단에서는
꽤 이름이 알려진 작가로 이처럼 월간 스토리문학 수필부문에
응모하여 또 다른 분야를 개척하게 되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대상을 보고 남들과 다른 관찰을 하고 다른 생각을 하여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남들과는 좀 더 다른 참신하고 독창성
있는 그이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된다. 그런 맥락에서 이 작가가
보내 온 작품들이 계절감이 떨어지는 것은 흠이지만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한 해를 기약하며 또 한편으로는 최선을 다하고자 다짐하는
것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문장이 매끄럽고 글을 전개해 나가는
솜씨가 준수하다. 수필이라는 것이 그저 자신의 독백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그러기에 앞으로 사람 사는 맛을 느낄 수 있는 글을
써나간다면 윤용기 작가의 필치와 의욕이라면 수필가로서의 명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월간 스토리문학을 대표할 수 있는 좋은 작가
가 되시길 빈다.
심사위원 : 박붕배, 이현복
월간 스토리문학 2005년 5월호
[이 게시물은 가을님에 의해 2005-05-12 00:45:38 시의 보물창고(으)로 부터 이동됨]
언제부터인가 내가 근무하는 전동차에는 무료일간지와 신문지를 줍기 위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전쟁은 이른 새벽부터 시작되었다.
65세 이상의 노인은 전동차 운임이 무임이라서 예상보다는 많이, 그리고
하릴없이 다니는 듯한 경우를 종종 본다.
할머니
가을비가 주적주적
상한 마음에 내립니다
찢겨지고 상처 입은
세월의 나뭇잎에
차갑게 아주 차갑게 내립니다
삶의 희노애락(喜怒哀樂)에 지친
사람들의 아우성이
녹아 내리는 빗물에 스며듭니다
아주 말없이 조용히 흐느낍니다
이제 눈물도 메말라
흘릴 수가 없습니다
늦가을 이 비가 나리고 나면
우리네 이웃 독거(獨居) 할머니의 삶이
걱정됩니다
고갯길 언덕 판자 집
허름한 집
연탄아궁이는 타버린 하얀 재만 남아
할머니의 하얀 머리칼처럼
세월의 연륜을 말해줍니다
메말라버린 눈물이
이제는 더 나오지 않습니다
지난 겨울
얼어붙은 언덕 배미의 눈과 빙판
벌써부터 겨울나기가 걱정입니다
어김없이 계절은 가고 오는 것
세월의 성상에 기대어
살며시 잠을 청합니다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경기침체가 장기전으로 접어 든 지가 오래되었고 하나 둘 늘어난 신문 줍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때로는 위험을 무릅쓰고 주운 신문지를 들고 내리고 한다.
점차 그 수가 늘어만 나는 것을 보면서 노후 보장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우리의
아버지의 세대들에 비애를 느낀다. 물론 자식들이 없는 할머니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고 자식들이 있는 할머니도 있을 것이지만 이기주의적인 사고의 팽배로
더욱 "효"에 대한 사상은 옅어져가고 이제 오로지 자신만의 생각과 주장만이 옳다는
아집과 자만이 가득한 세태라 아니할 수 없다.
그들이 하루에 몇 포대를 주워 팔면 몇 천에서 돈 만원 정도의 번다고 한다.
힘겨운 생존의 몸부림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전동차 객실에 붙어 있는 광고를 유심히 본다. IMF 시절보다 오히려 더욱
광고가 없이 텅 빈 공간을 보며 경제가 어려움을 체험으로 안다.
이렇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말없이 자기의 본분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임에 틀림이 없다.
전동차 내 광고를 보면
전동차 내 광고를 보면
경제를 안다
붙이려고 해도 붙일 수 없을 때는
분명 호황이다
IMF 찬바람에
덜렁 한 객차 내에 몇 개만이
자리를 지킨다
전동차 내 광고를 보면
세상을 읽을 수 있다
IMF 끝났다지만
점 점 줄어드는 광고가
나를 서글프게 한다
경기침체, 유가 상승, 일자리 박탈, 정치권의 연일 기 싸움, 신용불량자의 양산,
출산율 저하, 고령사회의 진입, 대통령 탄핵, 신행정수도 위헌결정, 국가보안법 등
4대 법안 대치 등 산적한 민생 법안이 산더미처럼 있을 진 저 실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안정된 기반 위에 잘사는 나라 평안한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국가발전은
모든 국민이 바라는 바일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세상은 어떠한가?
정말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발언을 쏟아내는가 하며 당리당략을 위해서는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국회의원도 모두가 똑같은 실언을 되풀이하는 것을
보며 실로 실망을 금할 길이 없다.
어찌 대다수의 국민들이 그들을 지도자라고 따르며 법질서에 순응하며
살 수 있겠는가?
이처럼 어려운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하는 2만 불 시대의
대한민국으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양보와 타협, 남을 배려하는 마음,
님비 현상을 버리고 진정 법의 판단에 승복하는 올바른 판단 등이 절실히
요구되는 사회인 것이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국민의 안녕과 민생안정을
위해 경제 살리기에 우선을 두고 정책을 펴나가야 할 때인 것이다.
여기 저기에서 삶의 고통을 호소하는 집회가 연일 일어나고 민심을
아우르지 못하는 실패한 정부나 다름이 없다.
뜻에 맞지 않는다고 모두 적으로 간주하는 위험한 발상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근본을 세우기 위해서는 용납해서는 안될 것이다.
차디찬 긴 겨울 뒤에는 땅기운을 맡으며 봄의 새싹이 기운을 되찾아 소망의
생명이 태어나 듯 내가 근무하는 직장에도, 그리고 사회에도, 대한민국에도
화합과 용서, 관용과 이해가 어우러진 더불어 잘사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늘도 세평 땅도 세평 꽃밭도 세평
---환상선 눈꽃 열차를 다녀와서
연가를 이틀 올 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얻었다. 때마침 아내도 회사 연가를 얻어 어디를 갈까 생각하다가 환상선
열차를 타기로 결심하고 차표를 예매를 했다. 새해를 이틀 앞 둔 12월 30일 새벽 여명을 가르며 찬바람을 맞으며 총총 걸음으로 화서 역을 향했다. 겨울의 중심에 서 있는 계절이지만 그리 많이 춥지는 않았다. 앙상한 가로수들은 가로등 불빛에 졸고 이따금 지나가는 새벽 자동차의 요란한 질주는 아찔하기까지 했다.
청량리역을 향해 달리는 전동차에 앉은 아내는 내 어깨에 기대고 포근히 잠에 빠져 취해 있는 순간 어느새 전동차는 종착역을 알리는 방송에 일어나 지하 하수구에서 꽉찬 연기가 하늘로 승천하듯 사람들에 밀려 지상 청량리역 광장으로 올라 왔다.
아직도 채 어둠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 7시 차가운 손을 비비며 역 광장 오른쪽에 있는 우동국수를 파는 집으로 들어갔다. 김밥 2인분과 어묵을 사서 먹고 김밥을 또 사서 배낭에 넣어 2층 대합실로 올랐다. 많은 사람들
이 아마도 환상선 열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듯 삼삼오오 짝을 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개표 방송이 나오고 07시 45분 환상선 열차의 개표를 받고 6호차 23, 24호 자석에 자리를 잡았다.
앞쪽 오른 쪽에 어린아이들이 탔다. 모두 들뜬 기분으로 왁자지껄 떠들어댔다. 승무원의 안내 멘트가 나왔다. 지금 강원도 환상 선에는 눈이 없노라고 했다. 아쉽지만 그래도 좋았다.
기차로 용문 까지는 가보았지만 원주 단양 제천 그 쪽으로는 나도 처음 기차를 가는 초행길이었기에 한순간 한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차장에 스크린처럼 오버랩 되는 경치를 바라보았다.
지난 시간을 회상하며 숨가쁘게 달려 온 시간을 잠시나마 일상을 벗어나 다시금 내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시와 문학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다. 3월의 창간호와 7월의 여름호를 내면서 많은 상처와 불신,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부대낌 속에 내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병원에 열흘 입원 및 회사를 가지 못한 일까지 숱한 사연들을 어찌 말로 모두 표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언젠가는 그런 것을 가슴에만 묻어놓고 지낼 수 있을까? 너무도 큰 충격으로 심한 가슴앓이를 한 날 들이 몇 날이었던가?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도다"라고 한 성경말씀처럼 그 헛된 망상을 쫓은 자신의 허상을 발견하곤 한다. 이제는 야인으로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더욱 되돌아보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 소중한 시간을 일깨워 준 귀중한 삶의 자락이었으리라.
사회적으로는 불법 정치 자금으로 일 년 내내 뒤흔든 한 해 온갖 불법과 부정이 정당화되는 고위층의 발언들이 나를 슬프게 한다. 10분의 1은 괜찮다는 식의 이분법적인 발언이나 대통령짓 못해먹겠다는 말이나 재신임 발언 및 취소 발언이나 기타 정치 지도자들의 언행이 허공에 날리는 그 말이 공언으로 그칠 때 또한 나를, 그리고 우리를 슬프게 한다.
님비 현상(nimby syndrome)이 극에 달해 방폐장과 관련 해결을 찾지 못하고 표류한 지 일 년이 되는 것과 한 칠레 FTA 비준과 관련된 자결과 데모 등이 연중 끊이지 않고 이라크전 파병관련 찬성과 반대 집회 등 각종 과격한 집회가 연중 끊이지 않고 일어난 한 해 나를 슬프게 한다. 청계천 복원과 관련 생존권의 부르짖음, 상도동 철거민들의 생존권을 향한 몸부림, 이란 지진 참사로 한 도시의 70%가 폐허로 변하고 4만 여명이 희생된 가족들의 애절한
절규가 또한 나를 슬프게 한다.
어느덧 환상선 열차는 양평 역을 지나 원주 역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모두가 미지의 세상을 보는 희열이 앞만 보며 살아 온 일년의 시간들을 모두 잊게 만든다. 앙상한 가지만이 기나긴 겨울을 포용하려 안간 힘을 쓰고 있고 우듬지의 8부에 어김없이 형이상학적으로 지어놓은 까치집은 묵은해의 서러운 감정을 정리하고픈 내 마음과 다름이 없다.
기차는 충청북도 단양 역에서 40여분간의 쉼을 통해 충청지역의 특산물과 맑게 흐르는 남한강의 물을 바라보며 잠시 쉬다가 다시 제천 역을 지나 경상북도 봉화군 승부 역에 다다랐다. 하늘도 세평, 땅도 세평, 꽃밭도 세평이라는 승부 역에 닿아 1시간 30여분간의 자유시간이 있었다. 좁다란 협곡에 작은 내가 흐르고 건너편 민속주점에는 단숨에 달려 온 여행객들을 맞기 위해 굴뚝엔 장작 불 피우는 연기가 피워
올랐고 10여 군데 간이 천막을 이용하여 지은 집들 중에 약수 집에 들러 메밀전과 시래기국밥 봉화 엿술로 가슴을 적셨다. 아직 눈이 쌓이지 않아 아쉬웠지만 그래도 깊은 고향의 향취를 맛볼 수 있어 좋았다. 민속관이라고 옛 고향집을 연상시키는 곳에 들어가니 부엌과 농기구 그리고 마루 아궁이에 큰솥이 몇 개 놓여져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 냇가에 간이포장마차에서 구어 내는 냄새를 따라 메추리 구이를 사서 포장을 해 다시 기차에 올랐다. 짧은 시간 머물다 가는 길손들이 그 아낙네들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릴까? 오늘은 여느 날보다 매상이 적다는 푸념 섞인 말들을 뒤로하고 다시 강원도 태백을 지난 추전역에서 30여분간의 시간이 있었다. 한국 철도 역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다는 해발 855미터 추전역! 1973년 10월 16일 태백선 철도가 개통되자 그 해 11월 10일 역사(驛舍)가 신축되어 보통 역으로 개장한 추전역의 대합실에는 고 박정희 대통령의 개통장면이 담긴 사진과 아담하고 단아한 작은 역사에 사진이 즐비하였고 몇 평 남짓 깨끗한 화장실은 지나는 길손들에게 가슴 따뜻한 사랑을 던지고 가는 곳이라 생각된다. 장상광업소에서 기증한 광산 열차가 있었고 추전역 비문에는 추전역을 지키는 장성과도 같았다. 이제 추전역을 떠날 시간이 되어 기차에 올라탔다. 서서 어둠이 세상을 뒤덮고 제천에 닿아 잠시 머물 무렵 미리 오전에 주문한 김밥이 도착을 하여 저녁을 먹으며 다시금 캄캄한 창 밖을 내다보며 하루의 여정만큼 그렇게 지나 온 일 년의 한 해도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었다.
난생처음 환상선 열차를 타고 왔다는 뿌듯함에 피로한 줄도 모르고 다시 눈이 하얗게 뒤덮은 모습을 보기 위해 다시 찾으리라 다짐을 하며 긴 하루의 여정을 아름다운 추억의 한 컷 속으로 남겨놓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리라 다짐해 본다.
수필 당선소감
새봄이 오면 바람처럼 날아드는 내 마음의 이정표를 잡지 못해 흔들리는 갈대처럼
밤잠 설치며 살아 온 날들이 몇 날이었던가?
진달래꽃 개나리꽃 그리고 목련꽃이 찬란한 슬픔을 머금고 또 다른 내일을 기약하며
작별을 고하는 즈음 기쁜 소식이 날아 와 사뭇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각고의 노력과 뼈를 깎는 자성이 뒤따르는지를 한참이 지난 지금에야 많은 것을 느낀다.
망울진 꽃망울을 바라보며 환희의 소망을 느끼며 내 자신의 내면에 샘솟는 에너지를 분출하는 공간이 바로 글이 아닌가 한다.
오래 전 시로 등단을 하여 글을 써오다가 가끔 나의 깊은 내면에 있는 마음의 글을 써온 지
꽤나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많이 미흡하여 등단이라는 생각을 미루고 또 미루어 오다 보낸 원고에 등단이라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밤낮 없이 가정을 위해 애쓰는 아내와 잘 자라서 이제 어엿한 숙녀인 대학 3학년생으로
성숙한 딸 나라, 오로지 대학 한 목표를 위해 밤낮 수고하는 고3 아들 상진 이에게 감사하며 또한 늘 눈동자같이 지켜 주시는 나의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미천한 글을 선정해 주신 심사위원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더 잘하라는 뜻으로 알고 더욱 정진하여 보답하겠습니다.
수필 심사평
매끄러운 문장에 글을 전개하는 솜씨가 돋보여
수필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에피소드나
재미요소를 가미하여 쓰는 생활글이다. 이 작가는 이미 시단에서는
꽤 이름이 알려진 작가로 이처럼 월간 스토리문학 수필부문에
응모하여 또 다른 분야를 개척하게 되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대상을 보고 남들과 다른 관찰을 하고 다른 생각을 하여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남들과는 좀 더 다른 참신하고 독창성
있는 그이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된다. 그런 맥락에서 이 작가가
보내 온 작품들이 계절감이 떨어지는 것은 흠이지만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한 해를 기약하며 또 한편으로는 최선을 다하고자 다짐하는
것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문장이 매끄럽고 글을 전개해 나가는
솜씨가 준수하다. 수필이라는 것이 그저 자신의 독백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그러기에 앞으로 사람 사는 맛을 느낄 수 있는 글을
써나간다면 윤용기 작가의 필치와 의욕이라면 수필가로서의 명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월간 스토리문학을 대표할 수 있는 좋은 작가
가 되시길 빈다.
심사위원 : 박붕배, 이현복
월간 스토리문학 2005년 5월호
[이 게시물은 가을님에 의해 2005-05-12 00:45:38 시의 보물창고(으)로 부터 이동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