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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잔의 밤

체스리 | 2018-04-17 09:20:34

조회수 : 369

꽃 잔의 밤
 
이영균
 
 
휘황한 식장 접수대
방문자는 누구든 방명록에 서명한다
금일봉에 눈도장 입장권 획득
그 밤을 말쑥한 차림으로
식장 중앙 원탁 언저리 삼등석쯤 싶었는데
다행히도 이등석쯤에서 나비 하나씩
목에 맨 문학회 문우들이
시선을 안아간다
 
손짓 따라가며 생각한다
출판기념이란 벌거벗은 필자의 밤인데
다들 그의 글 한 편쯤 읽어봤을까?
무엇으로 그의 속을 해부하려 들까?
나 또한 그러할 수 있을까?
앉으며 눈 속에 책 제목 새기는데
이 봄 벚꽃 피듯 만개한 그의 글 중
한두 편은 읽었노라 엿보기에 가세하지만
과연 판단 온전하기나 할지
 
작가 소개며 축사며 인사말을 듣는 동안
되씹어 그를 알아간다
작가보다는 책의 내용을 알아야 하는 것
그건, 누구도 대신 할 수 없어
읽어보지 않고는 스스로 할 말이 없다
예식 후 그에게로 가서
얼굴을 찍는 게 고작일 뿐
꿀 먹은 벙어리로 술잔 부딪치는데
 
축하의 꽃잎 쏟아져 다행히
작가 붉은 꽃 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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