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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갈치

몽돌 | 2018-06-14 14:10:48

조회수 : 25

갈치 / 정진용
 
 
칼이 주르륵 누워 있습니다.
참 잘 벼린 칼이 좌판에 주르륵 누워서
저를 보는 눈길 참斬합니다. 검광은 순은純銀입니다.
제주 바다가 낳고 모슬포 해류가 담금질한 뒤
밀물로 날 벼리고 다시 썰물로 서슬 세운 검이
이제는 뭍의 것을 서슴없이 자를 차례입니다.
눈매 잰 아줌마가 날카로운 섬광을 지명하고
대련하듯 늘찬 흥정 끝낼 즈음이면 순은 날은
그새 아줌마 찬거리 걱정 스윽 저며 내고
어물전 쥔아줌마 걱정 한 끝 잘랐겠습니다.
값없는 칼집에 담겨 수더분한 부엌에 들어서
얼큰 조림으로 가장의 취기를 단숨에 가르고
포슬포슬 맛으로 자식들 허기 베어낼 겁니다.
칼은 나대지 않고 서슬만으로 눈길 제압하는데
허공 한 끝 못 베어내는 내 가슴 언어의 칼이
저 순은의 검기 다 흡입하면 명검이 될까,
제주 바다와 하나 되면 다마스쿠스 검 만들까,
칼 한 자루 들여갈까, 어물전 서성대는 밤
참 잘 벼린 검광이 베어 문 가슴이
쉬이 아물 것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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