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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오는 그날의 오늘

옥매산 | 2019-01-12 09: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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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오는 그날의 오늘

 -박종영

고무신 발자국이 묻힐 만큼
가늘게 나부끼며 올겨울 처음으로 내리는 눈발,
좁은 골목에 들어서니 앞서간
아들놈의 발자국 신발 치수가
작년보다 더 자랐네.

시린 손 호호 불며 저녁밥 지으려
찬물에 보리쌀 씻는
가여운 아내의 연둣빛 얼굴에
흩날리는 포실한 눈발
어쩜 저리 하얀 것들이 고실고실한 쌀이었으면,

순례자이듯, 답청하듯 가만가만
눈꽃 그 미량의 무거움을 발걸음은 알기나 할까
눈이 내리니 눈앞이 흐려지고,
모진 세월이 훔쳐 간 가난한 반쪽의 가슴에는
하얀 눈이 사각사각 녹아내려
메마른 눈가를 적시며 함께 울어주는데,

유독 빠르게 깊어 가는 겨울밤,
썰렁한 아랫목에 묻어둔 한 그릇 보리밥을
따스하게 지키며 기다리는 첫눈 같은 하얀 아내의 마음,

소소한 그 시절이 눈물처럼 그리워지는 그 날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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