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쌓인 도시 풍경
박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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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14:37
저자 : 박인걸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24,11,28
출판사 :
눈 쌓인 도시 풍경
새벽 고요 속에 눈이 덮였다
이 도시는 흰 이불을 덮은 채,
얼어붙은 출근길을 시작한다.
지하철 문틈에서 새어 나오는 한숨과
졸린 눈으로 버텨내는 셀러리맨들의 전쟁터
눈 위에 발자국이 뜨거운 인두 자국 같다.
길모퉁이에서 상자를 접는 노인의 손
두평 난로 없는 방에 남은 가족을 떠올린다.
길가 커피 향기는 멀리서도 달콤한데
종이 컵의 온기조차
그의 얼어붙은 손에 닿지 않는다.
땀이 아닌 눈물이 오늘의 따뜻함을 녹일뿐이다.
시장에서 리어카를 끄는 짐꾼들
이른 새벽부터 눈을 맞으며 짐을 기다리지만
먼동이 터오도록 짐이 없어 한숨만 쉰다.
차가운 가로등 아래
벌떼처럼 눈송이 날아들때면
그들에게는 얼어붙은 바람만이
불에 덴 흉터처럼 남는다.
밤이 되어도 도시의 눈은 녹지 않는다.
거리의 불빛은 환하지만,
그 빛은 고단한 어깨 위로 무겁게 내려앉는다.
누군가의 창문 너머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가
길 위의 침묵을 쪼개는 밤
눈은 슬픔을 덮으려 더 두껍게 내린다.
2024,11,28
새벽 고요 속에 눈이 덮였다
이 도시는 흰 이불을 덮은 채,
얼어붙은 출근길을 시작한다.
지하철 문틈에서 새어 나오는 한숨과
졸린 눈으로 버텨내는 셀러리맨들의 전쟁터
눈 위에 발자국이 뜨거운 인두 자국 같다.
길모퉁이에서 상자를 접는 노인의 손
두평 난로 없는 방에 남은 가족을 떠올린다.
길가 커피 향기는 멀리서도 달콤한데
종이 컵의 온기조차
그의 얼어붙은 손에 닿지 않는다.
땀이 아닌 눈물이 오늘의 따뜻함을 녹일뿐이다.
시장에서 리어카를 끄는 짐꾼들
이른 새벽부터 눈을 맞으며 짐을 기다리지만
먼동이 터오도록 짐이 없어 한숨만 쉰다.
차가운 가로등 아래
벌떼처럼 눈송이 날아들때면
그들에게는 얼어붙은 바람만이
불에 덴 흉터처럼 남는다.
밤이 되어도 도시의 눈은 녹지 않는다.
거리의 불빛은 환하지만,
그 빛은 고단한 어깨 위로 무겁게 내려앉는다.
누군가의 창문 너머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가
길 위의 침묵을 쪼개는 밤
눈은 슬픔을 덮으려 더 두껍게 내린다.
2024,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