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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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

[꽃샘추위]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춘분과 관련된 속담으로서, 3월의 이른 봄에도 꽤 추운 날씨가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나이를 떠나서 고대하던 봄이 오면 누군들 기쁘지 아니하랴.

산과 들뿐만 아니라 거리 곳곳에서, 그토록 고대하던 포근한 날씨와 봄에 환호하며, 화려한 색으로 갈아입고 향기를 내뿜었을 뿐인데, 벌써 떠난 줄 알았던 겨울이 지저분하게, 차가운 뒤끝을 날리며 봄을 시샘한다.

저 속담을 곰곰이 곱씹어보면 정말 현실에 맞아떨어지는 것이, 혹독한 겨울을 잘 이겨내신 나이 많은 어르신들께서, 간혹 갑자기 들이닥친 꽃샘추위에 감기에 걸리시거나, 중풍이 도져 변을 당하시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아마 꽃샘추위가, 겨울이 가고 제법 지나 따듯한 날만 있을 것 같은 포근한 봄날, 추위에 대한 준비 없이 해이해졌을 때 찾아오기 때문에, 각종 동식물뿐만 아니라 사람도 해를 입게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어찌 보면 봄이 급하게 겨울을 삼키면서 헛바람이 차 트림을 하는 것이라 볼 수 있을 텐데, 그 트림 한 번에 피해가 너무 클 때가 있어 간혹 원망스럽다. 그래도 겨울 너는, 네 차가운 몸을 포근한 봄의 품에 맡겼으면, 더 이상 시샘하지 말고 트림을 하더라도 웃음을 주는 선한 트림을 뿜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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