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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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봄이구나

[아! 봄이구나]

아마 봄이었을 것이다. 내가 첫사랑 그녀를 만난 것은. 어느 해 봄날 햇살이 정원 풀잎 위로 부서지던 날, 그녀는 산뜻한 모습으로 내게 왔을 것이다. 순진하던 나는 뛰는 가슴을 감추며 상기된 볼로 그녀를 맞았다.

그 해 나는 그녀를 가슴에 품었다. 내 가슴은 뛰었고 온 세상이 내 것인 양 도취되어 그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미소가 지어지고, 그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부풀어 올라, 모르는 사람이 보면 실성한 놈으로 알았을 것이다.

나는 그녀와 함께 밥을 먹었고 함께 커피 마시고, 함께 어깨를 나란히 사람들 보란 듯 활보하였다. 우리는 사랑을 찾아 밤길을 걸었고 기차가 끊겨버린 철길을 따라 걸었고, 낙원을 찾아 끝없는 백사장을 밤새워 걸었다.

가물가물한 기억으로 과장되게 아름답게 묘사한다 생각할지 모르나, 되돌릴 수 없는 청춘만큼 아름다운 것이 없으니, 그 시절 사랑이야말로 무엇과 비교할 수 있으랴! 첫사랑은 누구에게나 지고지순한 아름다움일 것이니.

얼마 전의 가을과 달리 너무나 청초하게 떠오르는 산뜻한 모습에 가슴속 그리움이 꽃봉오리 터지듯 터져 나오니, 바이러스에 가려있어도 버스를 타고 가는 그 순간, 봄이 틀림없었다. 겨우내 얼어 있던 가슴속에서 그리움이 뭉클 터져 나오니, 봄에 피어나는 꽃은 아픔을 모르고, 봄에 피어나는 사랑은 이별을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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