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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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설

[춘설]

착한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나의 행복을 빌어주며 떠나갔다. 매일 아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나를 위해 일어나 나를 위해 길을 걸으며 나를 위해 밝은 미소를 지어주며 나에게 행복을 주던 그녀는, 그 흔한 냉소조차 없이 떠나갔다.

먼발치서 내가 오는 모습을 기다리다 나와 함께 보조를 맞추어 가던 그녀는, 그 여린 마음으로 얼마나 많은 날들을 나로 인해 애를 태웠을까? 혹시나 이 말을 하면 어떡하나? 혹시나 저 말을 하면 어떡하지?

이제나저제나 가슴 졸이며 나의 말을 기다리던 그녀, 내가 먼저 말 걸어주기를 기다리던 그녀를 위해, 용기 없는 못난 놈이 하는 것이라곤 가끔 편지를 적었다 버리는 것. 간혹 편지를 주머니에 넣고선 머뭇거리다 지나쳐 버리는 것이었으니.

그 오랜 기다림의 끝에서 아무 말도 못 하고 떠나가는 용기 없는 못난 내게 원망의 말 한마디라도 했을 법 한데 그녀는 아무 말도 없었다. 마치 그런 그녀의 홍조 띤 얼굴과 마음이 나 혼자만의 착각인 것처럼 느껴질 만큼.

나의 학창 시절 짝사랑은 그렇게 멀어져 갔다. 어느 해 삼월 그녀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해 2월 어느 날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사라져 갔다. 그날은 언제나처럼 골목길을 돌아가며 지어주던 미소조차 없었다. 세상은 이제 봄이 되면 눈발이 날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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