븜의 교향곡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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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5 06:46
자연은 참으로 경이롭다. 겨울 동안 헐벗고 황폐해진 산과 들이 봄이 되니 화려한 풍경화가 되었다. 모든 생명이 추위에 떨며 생존에 치중하느라 치장에는 신경을 못 썼는데 자연은 어느덧 화려하게 치장하였다.
화사한 봄햇살이 헐벗고 황폐한 다갈색 자연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니 나무에는 움이 트고 파릇파릇 새싹들이 돋아난다. 이어 촉촉한 봄비가 초록빛 새싹들을 두드리며 나무와 땅속에 파고들어 마지막 한기마저 녹이니 각양각색의 꽃몽오리가 솟아오른다.
거기다 각양각색 꽃몽오리에 포근한 봄바람이 살랑거리자 꽃몽오리가 부풀어 오르더니 화려한 꽃들을 피어 올리고, 바람을 따라 꽃향기를 뿌리고 꽃잎을 날린다. 자연이 화려하고 거대한 축제의 현장이 된 것이다.
자연은 아무것도 없던 황폐한 산과 들에서 누구에게나 비치는 햇빛과 누구에게든 촉촉이 젖어드는 봄비와 그 누구도 가슴이 뛰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봄바람으로 세상을 한 폭의 수묵화에서 한 폭의 풍경화로 바꾸어 놓았다.
자연은 그렇게 황폐한 산과 들을 멋진 풍경화로 새롭게 천지창조하고 멋진 교향곡을 완성하였으니, 음악을 모르는 내 머릿속에서 아름다운 풍경이 악보처럼 선명하게 떠올라 깊은 산사의 청아한 풍경소리처럼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