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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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2 07:16
아주 옛날 민둥산에는 가난한 별들이 초롱초롱 빛났다. 사람들은 제각기 작은 나무를 심었고, 나무들은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함께 아름다운 숲을 만들겠다는 멋진 꿈을 꾸며, 함께 성장하였다.
어느덧 산에는 아름다운 잔디와 풀밭이 생기고, 벌과 나비가 날아와 꽃밭을 만들었고, 나무들은 커서 그늘이 되어주고, 산이 점점 청정해지자 개똥벌레까지 날아와 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하면서 꿈을 키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무가 빽빽이 자라나 숲이 되었고, 이젠 나무가 너무 커 바람 길이 막혀 버리고, 나무가 숲을 꽉 채워 햇빛과 바람이 통하지 못하니, 작은 꽃과 풀들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여 죽어가고 있다.
죽어가는 숲에는, 간혹 큰 나무들이 벼락에 맞아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쓰러지거나 산불까지 내니, 작은 동물들은 사라지고 별처럼 아름답게 빛을 내던 개똥벌레도 사라져 아이들은 더 이상 숲을 찾지 않는다.
생명이 사라지면 숲도 죽어 사라질 것이니, 이제라도 빽빽한 숲을 벌목하여 바람의 길을 열고 햇빛이 들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바람의 길이 열려야 그 길을 따라 햇빛이 들어와 작은 풀과 꽃들에게 양분을 공급하여 꽃을 피우고,
바람의 길이 열려야, 그 길을 따라 새들이 날아들고 별빛이 들어와 풀 죽은 작은 꽃들과 나무들의 가슴을 꿈과 열망으로 채워 데우고, 그로 인해 기압차가 생겨야 바람이 불고 숲이 청정한 공기를 내뿜어 세상을 살맛나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