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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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0 06:02
그림자는 물체가 빛을 가려서 그 물체의 뒤로 생기는 그늘이다. 그림자는 그 물체로 인해 생기고 그 물체의 움직임을 반영하기에, 그 물체의 분신과 같으면서도 2차원적 평면에 불과하여 실체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세상이 아무리 화려하게 움직여도 그림자는 언제나 흑백에 불과하고, 주인이 움직이면 영혼 없이 따라 움직이기에, 그림자는 왠지 모르게 고독하고 서글퍼 보이지만, 그림자는 결코 본체와 분리되는 법이 없다.
그림자는 내가 아무리 잘 나가든 내가 아무리 못 나가든, 언제나 나와 함께 하면서 나의 현재를 보여준다. 내가 가장 밝은 빛 아래 서면 가장 선명한 그림자를, 내가 흐릿한 빛 아래 서면 흐릿한 그림자를, 내가 빛이 없는 어둠 속으로 들어가면 모습을 감춘다.
거울이 사물의 외관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면, 그림자는 사물에 내재하는 흑과 백의 이중성을 빛 아래서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인지 모른다. 그림자는 거울에 비치는 영상과 달리 당장의 미적 요소는 완전히 무시하고 사물의 명암만 보여준다.
그 사물이 밝은 곳에서 잘 살고 있으면 그림자가 선명하고 빛이 흐릿한 곳에 살고 있으면 그림자가 흐릿해진다. 사람의 인생을 관통하는 빛이 있어 그림자가 생긴다면, 우리 인생의 흥망성쇠는 그림자의 기분에 달려 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대의 그림자는 얼마나 선명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