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글지글장마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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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7 06:47
장마 전에도 비가 제법 오더니 뒤늦은 장마에 또 비가 오니, 몸도 마음도 눅눅해져 짜증이 난다. 비가 오면 사람들이 센티멘탈해지면서 옛사람을 그리워하기 마련이고, 나도 그 기호에 맞춰 사랑과 그리움에 관한 시를 쓰는데, 올해는 비가 많이 와 벌써 소재가 다 떨어져간다.
그래서 장마철이지만 오토바이 소리에, 혹시 비가 그쳤는지 창밖을 내다보면 여전히 비가 오고, 간혹 날만 흐리고 비가 안 오는 것 아닌지 고개를 내밀어 땅을 쳐다보면, 땅 위에는 떡 벌어진 우산들이 제 세상 만난 듯 활개를 치며 걸어 다니고 있다.
그래도 내가 마음씨 착한 집사람을 만났기에, 간혹 내가 심심해하면 집사람이 알아서 김치전을 구워줄까 하고 물어보기도 한다. 일전에 말했듯이 우리 집사람 김치전은, 별로 넣은 것이 없어도 동네에서 알아줄 정도로 정말 맛있다.
비가 와서 밖에 나가지 못하고 빗방울을 세면서 가만히 듣다 보면, 여름 장마철 빗소리는 지글지글하는 것이 마치 전 굽는 소리 같기고 하고, 한편으로는 ‘징글징글’로도 들려 마치 여름 장마가 징글징글하다는 소리로 들리기도 한다.
어차피 밖에 나가기도 힘든 눅눅한 장마철에, 우리 남자들이 집에서 집사람과 함께 지글지글 맛있는 전을 구워 먹을지, 아니면 아옹다옹하면서 징글징글하게 보낼지는, 우리가 집사람에게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