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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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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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

[윤슬]

우리 어릴 땐 동네마다 저수지가 많았다. 대부분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산어귀나 중턱의 계곡을 둑으로 막아 자연적으로 물이 고이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 동네마다 그 저수지에 얽힌 괴담이나 설화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우리 동네 저수지에도 그런 괴담 같은 것이 하나 있었는데, 우리가 수영하러 간다고 하면 동네 형들이나 어른들이 우리들에게 하얀 소복 입은 귀신이 물속에서 발을 잡아당기니 조심하라는 말들을 하곤 했었다.             

아마 옛날에 저수지에서 누가 수영을 하다 빠져 죽어서 그런 말들이 생겨났겠지만, 철없는 우리는 어른들 걱정은 아랑곳없이 그저 놀기 바빴다. 당시 그 저수지에는 물방개와 소금쟁이 개구리 같은 것들이 많았고 우리와 함께 술래잡기하며 놀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저수지 물은 우리가 물장구를 치면서 놀면 뿌연 흙이 올라와 흐려졌지만 평소에는 맑았던 것 같다. 평소 대부분 출구를 막아두기에 항상 흐르지 않고 막혀 있었지만 그 물은 썩지 않았다.

흐르지 않는 물은 아래로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썩는데 당시 그 저수지는 아이들과 물고기, 물방개, 개구리와 소금쟁이가 아래위로 오가면서 물을 섞어주고 산소를 공급해주었기 때문에 썩지 않은 것 아닌가 생각한다.

사람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70년대와 80년대 군부독재 치하에서 참으로 암울했지만 아래위로 숨통이 열려 있었기에 역동적이었다. 숨통이 열려 맑아진 호수에 햇살이 비치면 잔물결이 투명하게 반짝인다.

-나동수 수필집 “시와 당신의 이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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