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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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섭리

[자연의 섭리]

오십이 넘으니까 생각도 많아지고 특히 가을이 되니 내가 그 무덥던 여름을 어떻게 났는지, 또 그 아름답던 봄날은 어떻게 보냈는지, 이 가을은 또 어떻게 알차게 보내야 할지, 곧이어 다가올 겨울은 어떻게 해야 탈 없이 보낼 수 있을지 온갖 생각을 다 한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후회스러운 일도 있고 아쉬움도 많지만, 내게도 봄날이 있었고 아쉽게 흘러간 봄이지만 나의 봄날도 꽃을 피웠고, 그 뜨거운 여름날 또한 나름 정열적으로 아름답게 보냈다.

입추도 제법 지나 이제 가을이라 봐야 할 것인데 아직 내가 덜 익었음을 아는지 햇빛은 더 익히라며 뜨겁게 나를 비추고, 마치 아직도 내게 시련이 남았음을 암시함인지 일기예보는 아직도 태풍이 몇 개 더 올 거란다.

그간의 폭염과 태풍에 앞뒤 돌아볼 겨를 없이 정신없이 살아온 무지한 놈도 나이가 차고 가을이 되니, 생명이 어떻게 태어나서 어떻게 자라고 어떻게 열매를 맺어 씨를 뿌리고 추운 겨울을 견디는지 이제는 알 것도 같다.

그러한 자연의 섭리라는 것은, 알고 보면 일부러 외면하지 않는 한 누구든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히 깨닫게 되는 것인지, 나도 이제 오십이 넘어 조금 익어가는 것인지 주위를 돌아보며 숙이게 되고 나름 이치를 깨달아 만족하고 순응하는 법을 따르게 되니, 새삼 자연의 위대함에 다시금 고개를 숙인다.


-나동수 수필집 “시와 당신의 이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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