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소국]

가을을 대표하는 꽃 중 하나가 국화다. 그런데 국화는 그 종류가 전 세계적으로 200여 종에 이른다고 한다. 나는 그 다양한 국화꽃 중 들국화를 좋아한다. 들국화도 종류가 많지만 하얗고 노란 가을 소국은 정말 수수하다.

가을 소국이 수수하다고 해서 꽃이 못하다는 뜻이 아니다. 가을 소국은 아름다우면서도 청초하고 또 한편으로는 수수하다. 우리가 흔히 보는 국화는 펑퍼짐한 데 비해 소국은 늘씬하면서도 청초하여 들국화 중 가장 아름답다 봐야 할 것이다.

가을 소국은 가을이 되면 들판이나 강가 어디든 많이 피어 있는데, 초가을 누가 찍어 보내준 가을 소국의 사진을 보니 거미줄이 둘러싸고 있다. 안개가 자욱한 강가에는 밤새 이슬비가 내렸는지 거미줄에 물방울이 주렁주렁 맺혀 있다.

가을 소국의 꽃말이 짝사랑인데 그 모습이 마치 짝사랑에 빠진 여인이 눈물 젖은 보석으로 치장하고 밤새 오지 않는 님을 기다리는 모습 같다. 그 안타까운 모습에 바람마저 잦아들자 안개 자욱한 세상에서 노랗게 혼자 클로즈업되니 세상 그 어떤 꽃보다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위해 가을이 성큼성큼 달려오고 있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