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젊은 날 이루지 못한 사랑은 세월이 많이 흐르면 기억이 무뎌져 얼굴도 가물가물하고 희미해진다. 그래서 젊은 날 이루지 못한 사랑의 얼굴은 한 송이 들국화가 된다. 그날의 화려한 색이 빠지며 수수한 들국화가 된 것이다.

젊은 날 이루지 못한 사랑은 안타깝지만 아름답지 않은 사랑이 없으니, 이루지 못한 사랑이 다시 뭔가가 된다면 아마 밤하늘로 올라가 별이 될 것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 무수히 많은 사랑들이 다시 밤을 밝히는 것이다.
 
그렇게 이루지 못한 우리의 무수히 많은 사랑들이 밤하늘로 올라가 산과 들에 뿌려진 들국화처럼 밤하늘을 수놓고 그대들을 잊지 못해 내려다보니 밤하늘의 별들이 저리도 많고 저리도 초롱초롱한 것이다.

그렇게 하늘에 흩뿌려진 별들이 봄과 여름을 지나며 오랜 세월 눈물로 씻겨지면 청명해진 가을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으니, 별은, 청초하게 소담스럽게 하얗게 미소 짓는 웃음이 더 애달픈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