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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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07:02
가을은 사람으로 하여금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단풍잎 물드는 것이 무어라고, 낙엽이 떨어지는 것이 무어라고 사람을 이렇게 사색에 잠기게도 하고 옛 추억에 빠져들게도 하고 고독하게 만들기도 하는가?
나이가 들수록 더 그렇게 되는 것은 결국 옛날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 아니면 점점 짧아져 가는 인생의 아쉬움 때문인지 아니면 인생을 다 보낸 후 어디로 갈지 모르는 그날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 것인지.
나무나 우리나 다 같이 한 번 사는 인생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것이 숙명이라면, 어쩌면 우리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이나 화려한 시절에 대한 회상, 지나온 날들에 대한 후회로 사색에 빠지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한 사색에 너무 빠져서는 안 되겠지만 좋은 날들에 대한 추억이나 회상은, 마치 아이가 꿈을 먹고 성장하는 것처럼 노년을 아름답고 천진하게 물들여준다. 노년의 아름다운 얼굴은 옛날의 안 좋은 기억과 현실의 어려움을 떨치고 젊은 날의 좋았던 기억과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여유에서 만들어진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나뭇잎이 황톳빛 몸을 둥글게 마는 것은 감출 비밀이 많아서도 아니고 지금의 민낯이 부끄러워서도 아니다. 나뭇잎은 계절의 변화를 알기에 화려한 색을 빼고 자연스럽게 몸을 둥글게 만들어 자연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