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 석양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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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05:46
가을이 되면 아름답게 물드는 것이 몇 가지 있겠지만, 그중 대표적인 것을 든다면 나뭇잎과 석양이다. 그런데 그 둘은 묘하게 닮았다. 나뭇잎이 물드는 것이 인생의 가을을 떠올리게 한다면 석양도 저물어가는 인생을 연상시킨다.
또한, 가을날 나뭇잎이 아름답게 물드는 것은 일교차 큰 가을날 한낮의 뜨거운 태양과 차가운 밤바람을 견디며 무수히 많은 이슬을 맞았기 때문이고, 노을빛 석양이 아름답게 물드는 것은 빛을 갈구하는 무수히 많은 생명들을 위해 한 점 주저하지 않고 자신을 불태웠기 때문이다.
나뭇잎과 석양은 둘 다 세상을 위해 자신을 불태우고 희생하는 과정에서 원색이 빠지면서 아름다워지는 것이니, 자연이 원숙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이치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한 이치를 뒤늦게 깨달은 어설픈 중년이 가을에 바라보는 석양은 왠지 슬프다. 슬프도록 아름답기도 하고 아름다워서 더욱 슬프기도 하다. 그것은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더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인생의 가을이 되어 삶을 돌아보는 지긋한 눈에서 젊은 날의 눈물과 열정을 그리워하며 피어나는 눈물은 노을마저 삼켜버린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일출은 해맞이한다며 찾아다니지만 일몰은 일부러 찾아다니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