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발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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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07:20
어릴 때 리어카를 갖고 놀았던 적이 있다. 아마 우리 세대나 그 이전 세대들은 형이나 누나가 동생들을 리어카에 태워 마치 자가용처럼 밀고 다니며 함께 놀았던 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리어카는 이사를 가거나 짐을 나를 때 또는 어떤 일을 하면서 무거운 것을 나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었고 조금 위험한 면도 있었다.
리어카 바퀴에 손가락 같은 것이 끼면 부러지기도 하고 손잡이를 대충 잡고 있을 때 누군가 올라타면 손잡이에 턱이나 얼굴이 깨지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끔 일을 하지 않을 때 형이나 누나가 태워주는 리어카는 지금 놀이공원의 그 어떤 놀이기구보다 더 훌륭한 놀이기구였기에 동생들 몇 명만 타도 다들 웃음보가 터지고 기쁨이 넘쳐났다.
그렇게 동생들과 즐겁게 타고 놀던 추억의 놀이기구를 할머니는 70이 넘어 다시 끌고 다닌다. 예전에 종잇값이 좀 될 때는 손주들 용돈이라도 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아무리 산더미같이 쌓아도 돈이 얼마 안 되니 낡은 리어카가 마치 커다란 공갈빵 같다.
이 나이에 달리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체념한 듯하지만, 그래도 가끔 그녀의 얼굴에 꿈결처럼 해맑은 미소가 떠오를 때가 있다. 어릴 적 추억을 회상하는 듯한 그녀의 아련한 미소 뒤에는 학생들의 예쁜 발 몇 개가 굴러가듯 따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