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밤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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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4 07:03
요즘 아이들은 군밤을 자주 안 먹지만 우리 때는 간식으로 군밤이 최고였다. 고구마는 밥 같은 존재였다면 군밤은 양이 적으면서도 좀 더 달고 맛이 있었기에 최고의 군것질거리였다. 그래서 우리 세대는 군밤에 얽힌 추억들이 많다.
겨울만 되면 동네 어귀엔 고구마나 군밤을 파는 리어카가 등장한다. 당시 한 봉지에 얼마나 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어린 우리가 사기엔 부담스러워 간혹 아빠가 일을 마치고 오시면 사 오곤 했던 것 같다.
당시 군밤을 파는 아저씨의 특징이 있었는데 그것은 모자다. 그 추운 겨울밤 세찬 바람을 맞으며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기에 귀밑까지 내려오는 털모자가 필수였고 그 귀달이 모자를 군밤 장수 모자라고 부를 정도였다.
내가 서울에서 신문 배달을 하면서 공부할 때 신문사 동료가 밤에 군밤을 팔았는데 그 친구는 당시 군밤 장사한 것을 크게 후회하였다. 군밤보다 붕어빵을 팔았다면 돈을 많이 벌었을 것이라 통탄을 하였는데 아이들 입맛이 많이 변해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도 겨울에 간혹 아파트 입구 근처나 골목길에서 군밤을 파는 사람이 있다. 옛날보다는 발전된 기계를 사용하지만 그래도 군밤 장수 모자는 대부분 쓰고 있다. 추울 땐 귀달이 모자만큼 따뜻한 것이 없다. 애들이 안 먹더라도 올해도 군밤 한 봉지 사서 집사람과 함께 노란 추억을 파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