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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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발자국]

나도 나이를 먹었는지 가끔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돌이켜본다. 별로 이룬 것도 없고 생활 수준도 딱 중산층이니 삶은 그야말로 가장 평범한 인생인데 간혹 오점도 보이고 후회스런 것도 많고 그렇다.

그런데 그런 오점들이 안 보인다면 얼마나 좋으랴만, 우리가 남긴 인생의 오점들은 눈 위의 발자국처럼 다 남아 있다. 그리고 그 발자국들은 절대 지울 수도 없는 것이며, 사람마다 다 달라 내 발자국이 아니라고 우길 수도 없다.

그런 생각으로 다시 되돌아보니 내가 너무 평범한 인생이기에 아무도 신경을 안 써서 그렇지 아마 내가 정치인들처럼 검증을 당한다면 나도 온전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들면서 이제라도 바르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어려움 속에 발을 들여놓을 때가 있지만 앞만 보고 가면 보이지 않는다. 발자국은 뒤돌아볼 때 비로소 보이는 것이다. 힘겹게 패였는지, 어지러운지, 길을 벗어난 것 아닌지, 앞만 볼 때는 안 보이던 내 발자취가 뒤돌아볼 때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차가운 눈길은 발자국을 남기지만 화려한 꽃길은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그대가 만약 차가운 눈길을 걸어왔다면 발자국이 보이겠지만 화려한 꽃길만 걸어왔다면 바람에 날려간 꽃잎처럼 흔적도 없을 것이다. 그대가 가는 길이 힘들다면 힘든 만큼 짜릿하고 발자국 더 또렷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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