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굴리자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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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1 08:28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해맞이를 많이 간다. 나는 부산이 집이기에 예전에는 해운대를 가거나 간절곶에 간 적도 있지만 요즘은 대부분 뒷산인 금정산이나 앞산인 구월산에 가서 해맞이를 보곤 한다.
해맞이를 가면 사람들은 다들 떠오르는 해를 기다리며 벌겋게 달아오르는 산을 눈 빠져라 보면서 해가 뜨기만 기다리는데 그 시간이 짧으면서도 의외로 길다. 산 너머가 벌겋게 달구어지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발을 구르며 해를 재촉하기도 하고 해가 조금 올라오면 탄성을 터트린다.
그렇게 우리는 해가 뜨기를 학수고대하면서 가슴을 졸이고 발을 굴리며 하늘을 본다. 우리가 해가 뜨기를 바라는 것은 아마 올 한 해 우리의 삶이 저 해처럼 밝고 희망 가득하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사람들이 아무도 해가 뜨기를 바라지 않고 해를 띄우기 위하여 발을 굴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된다면 우리에겐 무엇이 남아있고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가 해가 뜨기를 그렇게 염원하는 것은 아직 우리에게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살아갈 의미를 잃어 아무런 희망 없이 움직이지도 않는다면 그것은 죽은 것이라 할 것인데, 모든 생명이 그렇게 죽어간다면 지구는 누구를 위하여 돌고 태양은 누구를 위하여 빛을 비추겠는가!
지구가 생명을 잃고 죽어간다면 결국 회전을 멈추고 궤도를 이탈하여 블랙홀로 사라질 것이니, 지구가 돌아가는 것은 우리가 희망을 갖고 하늘을 보면서 열심히 지구를 굴리며 뛰어다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