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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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라도

[꿈속에서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것도 평생을 함께 해온 반려자를 더 이상 볼 수 없는 세상으로 보낸다는 것은 더욱 슬픈 일이다. 어쩌면 처음에는 실감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평소처럼 겸상을 차린 후, 방안의 빈 이부자리와 벽에 걸린 사진을 보고서야 그가 없음을 깨닫고 눈물짓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장인께서 돌아가신 지 2년째, 장모님은 반평생 살아오신 영도구 봉래동 빌라를 팔고 시장 근처 새 빌라로 이사를 하셨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다 저녁에 들어오시면, 예전의 낡은 빌라 5층을 걸어 올라야 하는 것보다는 힘들지 않고 편하게 생활하시겠지만, 홀로 긴 밤을 지내야 하는 새집이 너무 깨끗해서, 너무 깨끗하게 지워진 흔적이 허전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상을 치르고 얼마 후, 장모님께서 장인어른의 방귀 냄새가 독하다며 역정 낸 것을 매우 후회하셨는데, 그것은 함께 계실 때 평소처럼 무심코 한 애정 어린 핀잔이었겠지만, 그 독한 방귀 냄새가 장인어른의 속병 상태임을, 그 또한 님의 체취임을, 손수 하는 병수발이 떠나는 님을 향한 마지막 정성임을 아시기에, 그 또한 그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딸들이, 장모님께서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시다 따뜻하게 주무실 수 있게, 거실에 온돌 소파를 구입해 드렸는데, 장판 불을 뜨끈뜨끈하게 올리면 봉래동 시영아파트 온돌의 따뜻함을 다시 느끼실 수 있을까? 장모님의 눈물을 말려드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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