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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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06:47
세상 많은 생명들이 암울한 밤을 맞아 헤매기도 하고 혹독한 겨울을 맞아 힘들어하고 이별로 아파한다. 그러나 모든 생명들은 그런 아픔과 고난을 무난히 이겨내고 아침을 맞고 따듯한 봄을 맞이하고 더 큰 사랑을 한다.
몇 번 그런 과정을 지내며 세상을 관조해보니, 밤이 아무리 길어도 낮보다 길 수 없고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인생의 사분지 일에 불과하며, 이별이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 곁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고 함께 살아간다.
사람의 감각이란 것은 없을 때 더 절실하게 다가오니, 밤이 어두울수록 해는 더욱 찬란하게 아침을 열어주고 겨울이 추울수록 봄은 더 따뜻하게 우리를 감싸주고 이별의 아픔이 클수록 사랑은 더 크게 더 오래 기억된다.
사람의 인생이란 것은 결국 꽃과 나무의 삶과 같고 사람도 한 마리 외로운 소쩍새와 같으니 산에 사는 소쩍새가 자주 울지만 삶이 힘들다고 혹은 꽃이 진다고 울지는 않는다. 소쩍새의 울음은 맑고 아름다운데 듣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것이다.
추운 겨울 어느 날 출근하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내가 탈 버스는 왜 그리 오지 않는지. 손이 얼고 콧물이 흐르는데 내 사정을 알 리 없는 버스 기사님은 반환점에서 한참을 있다가 온다. 콧물이 얼기 직전 버스에 올라타 지정석에 앉은 소쩍새 한 마리가 뜬 눈으로 졸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