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홈 > 커뮤니티 > 시인의 편지
시인의 편지
 
시인이 쓰는 편지...예쁘게 꾸며 주세요.

동백

[동백 / 나동수]

동백꽃은 이른 겨울 세상의 꽃들이 다 질 때쯤 선명하게 붉은 잎으로 화사하게 꽃을 피워 눈보라와 찬바람을 맞으며 겨울을 난다고 한다. 부산엔 동백섬이 있을 정도로 동백이 곳곳에 많이 피는데 나는 동백의 특성을 모르다 오십이 넘어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여수의 오동도 전설은 남편이 고기 잡으러 간 사이 도둑에게서 정절을 지키려다 절벽에 떨어져 죽은 부인의 무덤에 동백꽃이 피어 “난 당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어요. 당신만을 사랑합니다”라고 했다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인데, 그래서 꽃말도 ‘당신만을 사랑합니다’ 이다.
 
동백꽃은 추운 겨울에 피어 강인함과 인내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동백꽃의 제일 큰 특징은 눈보라 속에서도 꽃잎 하나 떨구지 않고 자태를 유지하다 겨울이 지나갈 때쯤 꽃을 통째로 땅바닥에 떨구는 것인데 그 특징으로 인해 여인이나 선비의 절개를 상징하기도 하였다.

흔히 동백꽃은 세 번 핀다는 말들을 한다. 나무에서 한 번 피고 땅바닥에서 한 번 피고 꽃을 본 사람의 가슴에서 한 번 핀다는 것이다. 그것은 꽃이 진 후 땅바닥에서도 그 모습 그대로 환하게 웃고 있는 것에서 비롯된 것인데, 나는 거기서 정절이나 절개와 같은 고상한 비유보다는 사랑이든 일이든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책임을 다한 사람의 미소를 생각해 보았다.

모든 후회는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잘못했을 때 또는 더 잘할 능력이 있었는데 힘을 다 쏟지 않아 아쉬움이 남을 때 생긴다. 동백꽃은 추운 겨울에 피어 눈보라 속에서도 꽃잎 하나 떨구지 않고 그 자태를 유지하다 겨울이 지날 때쯤 꽃을 통째로 떨구어 땅바닥에 떨어져서도 웃으며 말한다. 내 모든 걸 다 바쳤기에 한 잎 후회 없다고.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