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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 

숯은 나무를 불에 태워 만든다. 불탄 나무를 식히는 방법에 따라 숯의 종류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숯의 품질은 나무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제일 상품의 숯은 아주 잘 마른 참나무로 만든 참숯이라고 한다.  

상품의 참숯을 만들기 위해서는 굵은 참나무를 잘 말린 후 숯가마에 넣고 고열로 태워 목질이 다 타면 꺼내 식히는데, 식힐 때 모래를 덮어 빨리 식히면 백탄이 되고 모래를 덮지 않고 천천히 식히면 흑탄이 된다고 한다. 

나무가 숯이 되기 위해서는 화려한 시절의 잎과 껍질을 다 벗어던지고 나무가 베어지기 전 머금고 있던 내부의 물까지 전부 버리고 햇빛과 바람에 자신을 잘 말린 후 1,000도가 넘는 불 속에서 자신을 깡그리 태워야 한다.  

나무를 치장하던 잔가지와 껍질, 어쩌면 잘린 부위에서 피어날지 모르는 새싹과 몸속에 남아있을지 모를 미련을 모두 태우고 순정하게 정화함으로써 자신을 완벽히 죽이고 새로운 물질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그 모든 화려함과 욕념을 정화시키고 새까만 한 덩이 목탄으로 새로 태어나니 이젠 옛날의 화려한 꽃과 나뭇잎, 윤기 있던 몸과 열매에 대한 기억은 모두 잊었다. 나무는 이제껏 자신을 위해 살았다면 이제는 자신을 살라 세상을 따뜻하게 데우는 숯덩이가 된 것이다. 새하얀 재가 되어 흩어질지라도. 

-나동수 수필집 "시와 당신의 이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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